높이를 맞추는 다정한 시선
온기처럼 전달되는 마음
정두리 시인의 시선은 따듯하다. 시인은 무언가 마음대로 되지 않아도, 짜증 나는 일이 있어도 이해하고 차분히 기다릴 수 있다. 동시집 속에는 강요나 억압 없이 서로서로 평등한 일상이 펼쳐진다. 서로를 향해 “엇나가는 말”들이 “바로 펴”진다(「질문에 답하기」). 모두가 자기 모습 그대로 존재하면서도 다른 이들과 평화로운 관계를 맺을 수 있는, 독자들이 바라고 그려 나갈 이상적인 세계가 동시집 속에 있다.
정두리 시인의 동시 안에서는 사랑과 유대가 점점 커지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잘 못 듣고 잘 못 보는 할머니 웃는 얼굴 보러 왔다는 화자나(「목소리 큰 가족」), 수술 때문에 밥을 잘 못 먹는 아빠에게 “밥도둑”이 찾아왔으면 좋겠다는 화자는(「밥도둑」), 모두 가족을 향한 각별한 사랑을 가지고 있다.
매주 월요일마다 장에 나오던 도넛 아주머니가 나오지 않자 엄마는 “아줌마 걱정을 한다”(「아파트 장」). 아줌마에게 화자와 비슷한 또래의 아들이 있다는 말을 들었기 때문이다. 가족을 향한 사랑이 가족 바깥으로 확장되는 순간이다. 가까운 곳에서부터 시작해 점점 넓어지는 사랑이 타인을 이해하는 힘이 된다.
“아무도 수컷 매미를/ 시끄러운 소음꾼이라고” 신고하지 않고 “그냥 들어 주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매미」). 조금 불편하더라도 상대방의 입장을 헤아려 이해하고 넘어갈 수 있는 태도(「넌 모르지?」), 당연하게 여겨지는 것에서 감사의 마음을 발견하는 태도는(「꽃다지에게」), 모두 사랑에 바탕을 두고 피어나는 것이다. 만물을 사랑하는 시인의 자취를 따라가다 보면 우리의 마음도 점점 타인을 향해 열린다. 그렇게 세상을, 사랑을 배운다.
햇살처럼 토닥토닥
세상을 안아 주는 다정한 마음
세상을 사랑하는 마음은 난관을 극복할 힘이 되어 준다. “감기 걸려 결석한 날”에 자신을 쓰다듬는 “아침 햇살”의 “따스한 손길”에서 힘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내게로 온 햇살」).
어려움을 이겨 내는 경험을 하면서 아이들은 어른이 된다. 자기를 “오징어”라고 놀리는 친구들을 내버려두고 자기의 “진짜 이름”은 “오지은”이라고 선언한다(「오징어, 오지은」). “물만 먹고도 잘 자라는/ 콩나물”처럼(「콩나물 일기」), 하루가 다르게 쑥쑥 자라는 아이들의 모습이 독자에게 어려움을 극복할 용기를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