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쿠(俳句)는 5, 7, 5의 열일곱 음으로 이루어진 일본 고유의 정형시입니다. 에도 시대에 하이카이(俳諧)라고 하는 연가(連歌) 형식이 유행했습니다. 한 사람이 5, 7, 5음으로 첫 구를 지으면, 다음 사람이 그것을 이어받아 7, 7음으로 구를 짓고, 또 그다음 사람이 구를 이어가는 시가 형식입니다. 그때 첫 5, 7, 5음의 구를 ‘홋쿠(發句)’라고 부릅니다. 에도 시대 하이쿠의 성인으로 불리는 마쓰오 바쇼의 하이쿠는 바로 이 ‘홋쿠’를 가리키는 것입니다.
이 홋쿠가 그 후 메이지 시대 마사오카 시키에 의해 하이쿠로 명명되고 지금처럼 많은 이들에게 널리 사랑받게 된 것입니다. 시키는 기존 하이카이의 진부함에서 벗어나 새로운 하이쿠 창작을 위한 하이쿠 혁신 운동을 일으켰습니다. 시키가 주장한 하이쿠 창작의 핵심은 ‘사생(寫生) 하이쿠’로, 자연과 사물을 있는 그대로, 보이는 그대로 사실적으로 묘사함으로써 자신의 감정을 표현한다는 것입니다.
지금까지 국내에 소개된 하이쿠는 주로 에도 시대 3대 하이쿠 시인으로 불리는 마쓰오 바쇼, 요사 부손, 고바야시 잇사의 작품들이었습니다. 《하루하루 하이쿠》는 그들을 비롯해 료칸, 가가노 지요죠 등 에도 시대의 시인 외에도, 시키를 중심으로 하이쿠 혁신 운동에 힘썼던 근대 하이쿠 시인들의 작품들도 함께 실었습니다. 주로 시키가 창간한 하이쿠 잡지 《호토토기스》의 동인으로 활약한 시인들입니다. 또한 우리에게는 소설로 친숙한 나쓰메 소세키,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다자이 오사무, 나가이 가후 등 문인들의 하이쿠도 함께 실었습니다. 소설로만 접해온 그들의 하이쿠를 함께 감상해보시기 바랍니다.
선집에는 총 16명의 하이쿠 444구가 실렸습니다. 하이쿠에는 따로 해설을 붙이지 않았습니다. 작가의 사적인 배경 이야기가 담긴 하이쿠도 있지만, 저마다의 방식과 느낌으로 읽어보시기를 바라는 마음에서입니다.
번역은 되도록 원문에 맞춰 열일곱 음으로 옮기려고 했지만, 그보다는 자연스러운 우리말 표현에 더 중점을 두었습니다. 그 대신 원문과 함께 음독을 병기했습니다. 히라가나를 읽을 수 있는 독자라면 천천히 따라 읽으며 원문의 열일곱 음에서 느낄 수 있는 운율을 음미해보시기 바랍니다.
하이쿠는 원칙적으로 계절을 나타내는 ‘계어(季語)’를 포함하고 있는 시가입니다. 계절과 떼려야 뗄 수 없는 문학인 만큼 봄, 여름, 가을, 겨울 계절별로 장을 나누어 한 해의 흐름과 그에 따른 일상의 감정을 떠올리며 느낄 수 있도록 시를 선별하고 구성했습니다.
짧지만, 짧기에 더 깊고 진한 울림을 주는 것이 하이쿠의 매력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무심코 스쳐 지나가기 쉬운 계절의 표정들, 일상의 작은 순간들을 하이쿠와 함께 느끼고 즐길 수 있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