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최고 기술 보유국이 되는 꿈
“변화를 위한 첫걸음은 다시 한번 우리 연구자들에게 지금의 무모하지만, 미래의 탁월한 도전을 허락하는 일이다. 새로운 지평을 열 길은 제한 없는 아이디어와 이에 대한 지원이다.”(98쪽)
재임 기간 동안 선도형 과학기술의 실험실을 구축하기 위한 저자의 미래 실행 전략은 KIST에서 가시적인 성과로 나타났다. 2021년에는 S등급부터 D등급까지 5단계 줄 세우기식 평가를 과감하게 개편해, S등급과 A등급의 2단계 평가를 도입했다. 한국의 국가 연구개발 사업 성공률 98퍼센트가 나타내듯 높은 등급을 받기 위해 단기간에 성과를 내는 안정적 연구 관행에서 벗어나, 장기적이면서도 도전적인 연구를 장려한 것이다. 그 결과는 영향력 있는 학술지에 발표되는 초수월성 연구 성과가 1년 사이에 20건에서 40건으로 증가하는 질적 향상으로 이어졌다. 이 밖에도 초고난도 연구에 과감히 도전하도록 ‘그랜드 챌린지’ 사업을 운영하며, 사회 난제를 해결하는 데 역점을 두고 있다.
이 책에서 저자 윤석진이 특별히 주목하는 점은 선도형 과학기술의 연구 주체로서 정부 출연 연구기관의 역할이다. “개발도상국에 최고 수준의 연구 시설이 과연 필요한 것인지에 대한 의문”을 불식시키듯 KIST는 600조 원 이상의 사회경제적 가치를 창출하며 한국 사회의 도약을 견인했다. 이러한 정부 출연 연구기관 연구의 정체성은 ‘국가의 성장 동력을 확보하고, 사회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연구’라고 저자는 강조한다. 기업이나 대학 등 민간 연구기관으로서는 뛰어들기 어려운 국가적 난제를 주도적으로 해결하는 임무 지향적 연구가 정부 출연 연구기관만의 차별점이라는 것이다. 이처럼 사회적 난제를 해결하는 선도형 연구의 본산으로 KIST가 다시 한번 도약하고 있듯, “앞으로 우리나라 과학기술계 전체가 바뀌어야 할 것”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이 책은 『매일경제』 『서울경제』 『중앙일보』 등에 연재한 칼럼을 묶어 펴냈다. 총 5부로 구성된 이 책의 1부 「추격의 시대는 끝났다」에서는 한국의 현 상황을 진단하고, ‘재도약의 해법’으로서 선도형 과학기술이라는 목표를 세운다. 2부 「미래 실행의 전략」에서는 선도형 과학기술을 가능케 하는 연구 환경으로 전환하는 데 필요한 혁신과 전략을 제시한다. 3부 「배는 산으로도 가야 하기에」에서는 새로운 연구 문화를 만들기 위한 구체적 정책을 구상하며, 4부 「빅사이언스, 과학의 공공성」에서는 국가적 난제를 연구하며 민간 영역과 차별성을 이루는 정부 출연 연구기관을 통해 과학의 공공성을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5부 「보이는 것보다 가까운 미래」에서는 인공지능이나 탄소중립, 양자 컴퓨터처럼 KIST에서 가열하게 본격적으로 준비 중인 미래 기술의 현재를 확인함으로써, 한국 연구개발의 무한한 가능성을 전망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