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 사림파의 비밀 암호를 찾아서
‘수토’가 무슨 의미인 것 같냐고 사람들에게 물어보면 물 수(水) 자와 흙 토(土) 자로 해석해 물과 땅을 다루는 풍수지리로 풀이하기도 하고, 지킬 수(守) 자와 흙 토(土) 자로 해석해 우리 땅 지킴이 같은 행위라고 풀이하기도 한다. 수토(搜討)를 한자 그대로 해석하면 찾아서 연구하다, 탐구하고 연구하다 정도로 이해할 수 있다.
수토는 크게 네 가지 의미를 담고 있다.
첫째, 역사와 문화 유적을 추적하다. 우리 민족의 숨결이 묻어 있는 유적지나 명승지를 샅샅이 훑어보는 답사 행위다.
둘째, 진리를 파헤치다. 수토는 역사, 문화 유적지에 대한 답사 행위에 그치지 않고 이를 연구하고 진리를 탐구한다. 실제로 조선의 문신들은 수토를 학문 분야에서 진리 탐구의 뜻으로 해석하는 경향이 강했다.
셋째, 땅을 수색하고 토벌하다. 조선 시대에는 국경을 침범하는 왜적이나 오랑캐를 찾아내 무찌르거나 쫓아내는 의미로 사용되었다. 이순신 장군의 경우 수토가 자신의 존재 이유이기도 했으니 이순신은 조선의 진정한 수토사였다. 1693년 울릉도 근해를 침범한 일본 어부로부터 조업권을 지키기 위해 싸운 안용복 사건 이후 ‘수토사(搜討司)’라는 관직명이 생기기도 했다.
넷째, 깨달음을 구하다. 김종직을 비롯해 수많은 성리학자들이 자연을 유람하고 견문을 넓히는 수토 행위를 통해 정신 수양과 궁극의 깨달음을 얻고자 하였다. 수토를 천지자연과 인간세상을 살피는 폭넓은 구도적 행위로 본 것이다. 특히나 조선시대 김종직과 그 제자들을 하나로 묶어주는 일종의 암호 코드이기도 했다. 김종직을 중심으로 한 영남 사림파의 내밀한 면모를 파악해나가면서 수토의 비밀을 하나씩 파헤쳐 나간다.
#한반도의 신선 족보를 추적하다
조선 수토사들의 수토 행위는 그 이전부터 진행돼 온, 매우 오래된 전통이자 의식이다. 사실 수토의 기원은 우리나라 선도 수련의 역사와 맞닿아 있다. 장춘불로지곡인 한반도에서 신선술을 닦는 이들이야말로 ‘원조’ 수토사에 해당했기 때문이다. 저자는 고대 한국에서 선도 수련을 해온 이들의 ‘신선 족보’를 추적하는 과정에서 이들의 흔적이 한반도 남해안과 동해안에서 집중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을 발견했다. 이를 통해 우리나라 신선 족보가 ‘신비의 나라’로 기억되는 가야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
신라 최고의 유학자 최치원, 동방 선도의 시조 환인 진인, 마한의 신녀 보덕, 철점산의 참시선인, 풍수를 배운 도선국사 등 한반의 신선 족보를 추적해 그들이 머문 곳을 찾아나선다. 그리고 각자의 분야에서 주어진 수토 사명을 한 이들의 행위를 들여다보면서 진정한 애국에 대해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진다.
#수토 여행을 떠나다
우리 선조들이 대대로 해오던 수토 행위를 현대의 시점에서 살펴본다. 천문(하늘의 별자리) 현상에 감응하여 지상에서도 하늘의 신성과 덕이 펼쳐지는 신령스런 지역으로 제주도 산천단, 제주 돌문화공원, 삼성혈, 원당봉 불탑사 등을 살펴본다. 천손민족이 하늘과 소통한 ‘스타 게이트’로 신령한 기운이 깃든 마니산 첨성단을 찾아간다. 자미원과 천시원, 태미원이 그려진 천상열차분야지도를 바탕으로 한양, 즉 서울이 얼마나 신성한 땅인지를 설명한다. 자미원은 경복궁, 천시원은 잠실대교 북단에 있는 현대강변아파트 입구 쪽에 있는 낙천정, 태미원은 은평구 역촌역 교차로 근방에 있는 ‘연서원 터’ 표지석 자리로 본다.
그 장소에 찾아가기만 해도 질병이 치료되는 ‘치유 명당’으로 도선국사가 동백꽃을 심은 광양시 백계산 옥룡사지, 산신이 살고 있었다 전해지는 서산 간월암, 탯줄 명당으로 유명한 충북 진천 김유신 장군 태실과 경북 성주 세종대왕자 태실을 소개한다.
그리고 고구려 수도 집안과 백제 수도 부여, 신라 수도 경주 가야 수도 김해를 방문해 고대도시에 서려 있는 거대하고 상스러운 기운을 느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