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간사
사회복지 선각자들의 정신을 잇는 작업
(사)미래복지경영과 한국사회복지역사학회가 공동으로 한국 사회복지교육의 역사에 중요한 발자취를 남기신 분들의 이야기를 출판하게 된 것을 기쁘고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단재 신채호 선생께서는 역사를 모르는 민족에게는 미래가 없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이는 우리나라 사회복지의 역사에도 동일하게 적용될 수 있을 것입니다. 역사의 고비마다 치열하게 싸우고 고민했던 분들의 삶을 기억하지 않는다면 앞으로의 발전은 기대할 수 없을 것입니다.
이번 〈사회복지인물사 발간사업〉에는 한국 사회복지교육의 토대를 마련하신 네 분의 선구자적 인물로 김덕준, 하상락, 김학묵, 백근칠 선생을 선정하였습니다. 그리고 이분들의 생애사를 집필할 연구진들 역시 적절한 절차를 거쳐 선정되었습니다. 집필된 원고는 학회 세미나 등을 통해 검토·논의되었고, 연구진들의 수정·보완을 거쳐 발간되는 것입니다.
〈사회복지인물사 발간사업〉은 시작부터 발간까지 1년을 훌쩍 넘기며 이어져 왔습니다. 한국사회복지역사학회가 함께 해주지 않았다면 이루어지기 어려웠을 것입니다. 이 뜻깊은 여정에 기꺼이 동참해주신 전·현직 학회장님을 비롯한 임원진 여러분께 깊은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발간사업을 통해 소개되는 분들 중에서 김덕준 교수님과 하상락 교수님은 각각 강남대학교와 서울대학교에서 사회사업학과를 개설하셨습니다. 그리고 김학묵 박사님과 백근칠 박사님은 각각 공공 사회복지와 민간 사회복지 분야를 개척하신 분들입니다. 한국 사회복지가 불모지일 때 사회복지를 시작해서 치열하게 고민하며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려고 고민하셨던 분들입니다. 암울했던 시절, 일본, 미국 혹은 영국으로 건너가 아무나 쉽게 받을 수 없었던 사회복지 전문교육을 받고 그곳에서의 안정된 삶을 포기하고 한국 사회복지를 위해 귀국하여 학계와 현장에서 사회복지사들을 위해 교육자의 역할을 해주셨던 분들입니다.
이분들에게도 공과(功過)가 있겠습니다마는, 저 또한 어려운 시절을 살아냈던 사회복지사로서 지금의 한국 사회복지가 이만큼 발전하기까지는 이분들이 초창기 사회복지사(史)에서 혁혁히 이루어냈던 공로가 과실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빛나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 결과 우리는 수많은 사회복지사들이 전문직으로 전국 방방곡곡에서 자부심을 가지고 일하고 있는 것을 보고 있습니다. 누군가 첫 발을 내디뎠고, 그 누군가들 중에 이 네 분이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집필진께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적은 원고료에도 서슴지 않고 집필을 맡아 주셨습니다. 이용교 광주대 교수님께서는 김학묵 편을 맡아 주셨습니다. 최원규 전북대 교수님께서는 하상락 편을 맡아 주셨습니다. 김범수 전 평택대 교수님과 이선혜 일본 간세이가쿠인대학 교수님은 김덕준 편을 맡아 주셨습니다. 이부덕 전 미국 로욜라대 교수님께서는 김덕준 편에 함께 참여해 주셨습니다.박경현 샘복지연구소장님께서는 백근칠 편을 맡아 주셨습니다. 허남순 전 한림대 교수님께서는 백근칠 편에서 입양 관련한 내용으로 참여해 주셨습니다.
모두들 어렵다, 부질없다고 이야기한 이 프로젝트를 한국사회복지역사학회와 함께 (사)미래복지경영이 늦게나마 출판하게 된 것은 다행이기도 하지만, 지금에서야 이러한 결실이 맺어졌다는 것은 매우 안타까운 일이기도 합니다. 잊혀져가는 한국 사회복지의 뿌리와 역사 속에서 선배들이 걸어온 길과 정신을 우리가 본받아 후배들에게 알려야겠다는 사명감 속에서 최선을 다했습니다.
이제 우리나라도 세계적인 복지국가로 들어섰습니다. 과거 이 척박한 땅에 사회복지를 뿌리 내리게 한 역사의 내용을 간과하지 말고, 곱씹으며 더 나은 미래의 복지국가를 만들어 가는 노력을 모두가 함께해야 할 것입니다. 다시 한 번 어려운 환경 속에서 성심성의껏 원고를 보내주신 집필진 분들에게 감사 인사드립니다.
2023년 11월
최 성 균
미래복지경영 회장
머리말
2022년 말 우연히 최성균 회장님을 찾아뵈었다가 백근칠이란 인물에 대해 조사해서 써보라는 권유를 받았습니다. 학교사회복지를 전공 분야로 공부하고 활동하기 시작한 후 아동복지 영역을 넘나들면서도 우리나라 아동복지의 시초에 대해서 잘 알지 못했는데 게으른 저에게 백근칠이라는 인물을 통해 조금이나마 더 이해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 것입니다. 해방과 6ㆍ25전쟁을 겪으면서 우리 어머니와 아버지, 할머니와 할아버지들은 상상하기 힘든 어려움을 헤쳐오셨습니다. 굶주림이 기본적인 반찬이었고 아파도 치료받지 못했으며 지금보다 훨씬 추웠던 겨울을 지나면 길에 동사한 사람들의 시체가 나뒹굴었다고 들었습니다. 이런 결핍의 시대에 아이들은 최약자였습니다. 그런 아이들을 위해 미국과 영국 등 선진국의 사회사업을 한국에 접목하고자 시도한 이 중의 한 분이 바로 백근칠이었습니다.
백근칠은 김학묵, 하상락과 함께 미국유학을 마치고 돌아와 서울대학교에 사회복지학과를 신설하는 등 1950년대 한국 사회사업의 틀을 구성한 세 사람 중 한 분입니다. 그러나 학계나 공직에 오래 머물지 않아 저술이나 논문 등 기록이 없고 민간 사회복지사업가로 활동한 데다 오래전에 고인이 되어 직접 면담을 할 수도 없고 남은 기록이나 자료를 찾기가 힘들었습니다. 최성균 회장님의 도움이 없었다면 그나마 가족과 지인들을 만나지도 못했을 것입니다. 번거로움을 감수하고 자료를 찾아서 제공해주시고 잦은 문의와 요청에 일일이 응해주신 청려수련원 관계자와 인터뷰를 수락해주신 여러분에게 깊이 감사드립니다.
백근칠의 생애와 행적을 조사하면서 궁금한데 자료가 없고 고개를 갸웃하게 되는 지점들도 있었습니다. 지금은 아동 인권이 사회복지 실천에서 가장 중요한 출발점이지만 그 당시엔 죽지 않기 위해 사는 것이 우선이다 보니 진정한 아동 존중이 실현되었는지 의문이 드는 곳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의 미네소타대학 석사 논문을 발견한 것은 너무나 큰 소득이었습니다. 그리 두껍지 않은 논문에서 그가 꿈꾸던 아 동 복지 실천의 이상을 발견했습니다. 그는 아동이 살고 있는 그곳에서 주변 사람들과 아동을 두루 바라보면서 아동을 온전히 이해하고 존중하여 서로 어울려 살 수 있게 돕고자 했습니다. 유형별로 사례를 덧붙여서 아동복지 실천 담당자가 아동복지론이나 사회복지실천론의 기본을 이해할 수 있게 쉬운 말로 설명하고 있었습니다. 명료하고도 겸손하고 친절한 문체는 그의 성품을 드러내는 것 같았습니다.
백근칠의 이력서에는 본적지도 주소지도 현재 청려수련원인 경기도 화성군 동탄면 중리 129-5로 나와 있습니다. 진심으로 아동을 위하던 그의 마음이 푸른 새싹동산에서 아름다운 나무와 꽃으로 피어나기를 기원합니다.
박경현
샘교육복지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