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젊게 만드는 두 가지가 있다고 한다. 그 하나는 사랑이요 또 하나는 여행이라, 여행은 우리의 마음을 청춘으로 되돌려주는 마력이 있다. 우리는 여행을 좋아한다. 여행은 가기 전부터 우리의 마음을 행복하게 한다. 목적지에 대한 자료를 모으며 책을 읽을 때면 우리는 이미 나이 어린 소년이 되어 있다. 소풍가는 날을 기다리던 어린 시절의 소년이 된다. 어딘가를 가기로 결정한 순간부터 우리의 여행은 이미 시작된 것이나 다름없다.
우리가 여행을 좋아하는 이유는 무엇보다도 낯선 것에 대한 호기심에 있을 것이다. 평소에 접하기 어려운 색다른 것에 대한 호기심으로부터 우리의 여행은 출발한다. 지금까지 우리가 살아온 것과 다른 삶의 모습들을 직접 눈으로 보고 느껴보기 위함이리라. 그래서 기회가 오면 어디론지 떠나곤 한다. 아니 보다 정확히 말하면 우리 스스로가 기회를 만들어 떠난다는 말이 맞을 것 같다.
쿠바를 가리켜 ‘시간이 멈춘 나라’라고 한다. 현재의 시간 속에 과거 모습들이 살아 움직이고 있다는 뜻이다. 식민지 시대에 지어진 낡은 건물에서 아직도 살고 있고 박물관에나 있을법한 1950년대의 리무진 승용차들이 시내를 굴러다닌다. 영화 촬영장과 같은 현실이기에 더욱 흥미롭다. 우리는 늘 아날로그의 향수를 갈망한다. 미래는 예측할 수 없고 현재는 불안하지만 과거는 변하지 않기 때문이다. 카리브의 진주, 온 나라가 박물관인 나라, 체 게바라와 혁명의 나라, 헤밍웨이가 사랑했던 나라, 럼과 칵테일의 나라, 세계 최고급 시가를 생산하는 나라,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과 음악의 나라, 동전 구르는 소리에도 춤을 추는 나라, 이 모두 쿠바를 수식하는 흥미로운 단어들이다.
펜화와 수채화를 사랑하는 사람들과 쿠바의 문화를 이해하려는 사람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된다면 더없는 영광으로 생각하며 글을 시작해 본다.
- ‘프롤로그“ 중에서
40여년의 외교관 생활에도 불구하고 아직 쿠바에 가 보지 못한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쿠바의 역사와 풍물을 생생하게 즐길 수 있었다. 그림과 글이 서로 어우러져서 쿠바를 보여준다. 2차원인 글을 읽으며 그대로 따라가면서 올려다보고 다시 뒤를 돌아보면 3차원의 공간이 모두 보인다. 카리브의 리듬이 들리는 듯, 다리와 허리가 바람처럼 움직이는 댄스가 눈에 선하다. 쿠바에서 건너 간 미국인들이 연주하는 재즈의 선율이 귓가를 맴돈다.
그러나 저자는 흔한 로맨티시스트처럼 쿠바의 혁명과 카스트로를 미화하지 않는다. 오히려 사회주의의 한계를 보여주면서 쿠바가 놓친 시간을 아쉬워한다. 나는 1973년 고등학교 신입생으로 당시 3학년 동아리 선배인 저자를 처음 만났다. 저자는 그 때에 벌써 현실과 이상의 사이에서 고민과 사유를 마친 것처럼, 방황하던 나에게 갈피를 잡고 살아갈 길을 보여주었다. 그 후 나는 저자가 훌륭한 의사, 화가, 아마추어무선사, 색소폰연주, 여행 등 팔방미인의 활동을 한다는 소식을 들었을 뿐, 단 한 번도 만날 수는 없었다. 이제 이 책을 인연으로 저자와 다시 만나게 되니 기쁘기 한량이 없지만, 지난 50년간 못 만난 세월이 쿠바가 놓친 시간만큼이나 아쉽게 느껴진다.
쿠바와 한국은 그간 국교가 없이 서로를 모른 채 지내왔다. 더군다나 쿠바는 시계가 멈춘 듯 국가 발전도 정체되어 있었다. 이제 쿠바 정부도 한국과의 수교를 서둘러서, 쿠바의 발전에 한국도 함께 하고, 양국 간의 교류도 깊어지기를 기대한다.
쿠바는 많은 한국인들에게 호기심을 자아내는 미지의 땅이다. 공산혁명 뿐이 아니라 3차 대전을 일으킬 뻔 했던 미·소 미사일 위기, 헤밍웨이와 체 게바라,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 등 역사적인 사건과 흥미로운 이야기로 넘친다. 요즘은 배낭 메고 쿠바에 가는 한국의 젊은이들도 연 5천명에 이른다고 한다. 인문학적 소양이 가득한 이 여행기는 한국인들의 쿠바 여행에 가장 실감나는 길잡이가 되리라 믿는다.
- 조현 전 유엔대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