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말
민법의 ‘처음’이 ‘법조인생’을 결정합니다.
올해로 네 번째 출간이 되는 본서의 집필을 끝내고 자리에 앉으니, 수년 전 본서의 집필을 결심하던 때가 생각납니다.
당시는 ‘변호사시험’ 강의와 교재인 「선사기 민법 통합 기본강의」, 「로스쿨 민법의 정석」이 수험생들의 가장 많은 사랑을 받게 된 지 약 4년 정도 된 시점이었는데, 변호사시험을 목전에 둔 수험생을 매년 수백 명씩 보다 보니, 자꾸 그들의 과거가 소급(遡及)되는 상황이 왔습니다.
당시 수강생들의 성적 분석이나 1:1 상담을 하는 과정에서, 저학년 시절 민법을 다져두었기에 남들보다 여유 있던 모습, 민법 때문에 시험에 실패하고 수험기간 내내 민법에 올인하며 힘들어하던 모습, 책을 읽으면 아는 것 같은데 점수는 나오지 않는 원인을 모르겠다고 절망하던 모습, 논술형의 결론은 맞히는데 답안지에 쓸 말이 없다며 답답해하던 모습 등 다양한 상황과 고민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과연 그 다양한 수험생들의 ‘처음’이 어떠했는지를 자연스레 소환하게 되었고, 로스쿨과 변호사시험에서의 민법 과목은 절대 이런 식으로 ‘시작’하면 안 된다는 시행착오들이 모였습니다. 수험생들의 현재의 긍정적 결과도, 부정적 결과도, 모두 민법의 ‘처음’ 때문이었습니다.
법학의 처음, 민법의 처음, 로스쿨의 처음은 ‘반드시’ 이러해야 한다는 내용들이 점점 쌓여가면서, 그 모든 고민을 완벽하게 집약하여 출간한 교재가 본서입니다. 그에 따라 당시 교과서로 진행하며 많은 사랑을 받던 「[Basic] 로스쿨 민법 기본강의」가 2020년 처음 본서를 만났고, 로스쿨 저학년을 위한 최고의 민법 학습으로 실현하고 싶었던 꿈을 이룰 수 있었습니다.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이 민법을 공부하는 것보다, 잘못 들어온 오류 개념을 고치면서 민법을 공부하는 것이 훨씬 더 힘듭니다. TV 오디션 프로그램 심사위원들은 노래를 잘못 배워와서 이상한 습관이 든 사람보다는 차라리 노래를 배운 적 없는 사람을 선호합니다. 습관을 고치는 것이 어렵다는 것을 알기 때문입니다. 그나마 노래의 잘못된 습관은 본인이 인지할 수도 있지만, 분량이 방대하고 논리가 복잡하여 매우 거대하고 정교한 체계를 가진 민법의 경우, 그 체계 안의 어떤 특정 부분에서 자신이 논리적 오류를 범하고 있는지는 찾아내기가 매우 어렵고, 설령 찾아낸다고 해도 고치는 것 역시 어렵습니다. 이런 상태로 3년이 쌓이게 되면 변호사시험에서 고전하게 되는 것입니다.
민법은 처음부터 ‘정확하게’ 공부하시기 바랍니다. 본서가 그러한 정확성과 무오류에 크게 기여하리라 확신합니다.
2024년 개정에서 ‘향상’된 점
첫째, 최신 판례를 포함하여 대법원 판례 168개가 새로 추가되었습니다.
2023년 상반기 최신판례와 민사재판실무에서 중요한 판례를 추가하였고, 깊이 있는 판례의 경우에는 각주 설명을 상세히 실었습니다. 여기에는 저자의 법률실무가로서의 관점이 반영되었는데, 학습 효율을 고려하여 민사재판실무·기록형의 판례를 모두 실으려 하지는 않고 저학년 민법 학습 단계에서 미리 익혀두면 3학년 이후 크게 도움이 될 판례들을 엄선하였습니다. 이로써 제4판에 수록된 대법원 판례는 총 2,115개가 되었습니다.
둘째, 저자의 메시지인 설명과 각주를 더욱 강화하였습니다.
본서는 애초 저자의 강의를 위한 교재였기 때문에, 통상의 교과서처럼 모든 설명을 텍스트로 다 담으려 하기보다는 법조문과 판례의 원문을 실어 그 강조점을 표시한 후 강의에서의 설명을 통해 로스쿨 3년이라는 짧은 기간에 민법을 확실히 완성할 수 있도록 하려는 목표를 가지고 있었고, 이러한 취지는 지금도 변함이 없습니다.
다만 강의를 해오면서 강의 내용 중 꽤 많은 부분이 각주로 표현되어 있다면 강의의 효율도 높아지고 수강생도 매우 편리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이러한 부분들을 메모해두었다가 매년의 개정 작업마다 각주에 추가해왔습니다. 이에 따라 본서의 각주는 매년 향상되고 있고, 앞서 말씀드린 ‘정확한’ 민법 학습에 큰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셋째, 문장 표현을 좀 더 정확하고 명징하게 하였습니다.
초판부터 집필해오면서 문장 표현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고 생각했지만, 좀 더 개선해야 할 표현이 늘 조금씩 보였고, 이번 개정 작업에서도 문장 표현 하나하나를 신경 쓰며 수정하였습니다. 법조문이든 판례든 결국 모두 인간의 ‘문장’으로 이루어진 것이고, 수험(受驗)을 생각하더라도 정확하고 명징한 표현은 매우 중요할 것입니다.
마치며
본서가 나오기까지 진심으로 감사드리고 싶은 분들이 많습니다.
사법연수원 시절 ‘법률가’ 정연석을 만들어준 은사(恩師) 이원형·여미숙·이현철 교수님, 메가엠디의 윤용국 대표님, 채윤석 팀장님, 메가로이어스의 곽세희 원장님, 윤예빈·윤호재·백성일 님, 법무법인(유한) 정률의 박재명 대표님, 이민경·문서윤 조교님, 그리고 저와 일상적 법률 논쟁을 해주시는 후배 하상익 판사님까지, 모두에게 특별한 감사의 말씀을 올립니다. 도서출판 정독의 김중용 대표님, 심성보 이사님, 권형락 실장님께도 커다란 고마움을 전합니다.
2024. 1.
변호사 정연석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