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거대한 수박이 도시를 침공했다!
수박은 어디서, 왜 왔을까?
멀쩡했던 하늘에 돌연 천둥 번개가 치더니 거대한 수박이 나타난다. 수박의 존재는 가히 상상을 불허할 정도로 사람들에게 공포심을 안겨 준다. 정체를 알 수 없는 수박 UFO는 사람들에게 온갖 추측을 하게 만들고, 지구 연합군은 결국 ‘외계인이 탄 UFO’로 결론짓는다.
《수박 침공》은 2065년 우주로 쓰레기를 쏘아 올리던 미래의 어느 날, ‘만약 수박 UFO가 지구에 나타난다면?’이라는 가정 하에 쓰여진 이야기다. 원심력을 이용한 우주 발사체가 개발되면서 우주로 각종 오염 물질과 방사성 폐기물을 버릴 수 있어 사람들이 환호했지만, 우주로 날아가던 우주선이 지구로 다시 추락하여 폭발하는 단 한 번의 사고로 지구는 걷잡을 수 없는 혼란에 빠지게 된다. 한 번 오염된 공기는 각종 질병과 환경오염을 낳았고, 그 이후로 사람들은 방호복과 산소마스크가 없이는 밖에 나갈 수도 없는 상황에 처하고 만다.
이런 시대에 살고 있는 호야네 집 위로 녹색 안개가 끼더니 이내 수박의 정체가 드러난다. 이렇게 오염된 사회에 살고 있는 시대에 난데없이 왜 수박이 나타났을까? 다른 물체도 아닌 왜 수박인가, 또 다른 집도 아닌 왜 호야의 집 위일까, 환경오염과 수박은 어떤 연관성이 있을까? 페이지를 넘기면 넘길수록 의문은 점점 더 커지고, 마치 어지럽힌 퍼즐을 하나하나 맞춰 가듯 추리하는 재미를 맛볼 수 있다.
산소마스크 없이 숨도 쉴 수 없는 미래의 지구 환경에
한 가닥 빛줄기 같은 상상력을 더했다!
우리가 예측하는 미래는 어떨까? AI와 친해지고, 우주여행을 꿈꾸는 시대에 맞추어 앞으로 점점 더 편리해지는 세상이 펼쳐질 것이고, 가 보지 않은 미래에 대한 호기심과 기대는 더욱 부풀어지고 있다. 반면, 쓰레기가 넘쳐나고 이산화탄소의 증가로 환경오염이 점점 심해지고 있어 지구 환경에 대한 우려도 만만치 않다. 앞으로의 미래는 지금보다 훨씬 첨단 시대이겠지만, 환경에 대한 깊은 고민을 해결하지 않는 한 우리는 어떤 장밋빛 미래도 예측하기 힘들어졌다.
《수박 침공》은 그런 미래 사회에 대한 불안을 그린 책이다. 지구의 대기 오염이 심각해지자, OCC라는 단체는 혼란한 사회를 안정시키기 위한 역할을 한다. 이곳에서는 오염된 공기를 정화시키고, 돈을 내고 수돗물을 쓰듯 정화된 공기를 가정에 공급한다. 그리고 밖에 나갈 때는 거추장스럽더라도 항상 방호복과 산소마스크를 착용해야 한다.
이러한 시대에 필요한 건 뭘까? 김태호 작가는 ‘수박’이라는 거대한 물체를 통해 생명체가 숨 쉴 수 있는 경이로운 장치를 마련하였다. 외계인이 지구를 침공하기 위해 수박 UFO를 보낸 걸로 생각한 지구 연합군은 수박을 폭발하기에 이른다. 하지만 폭발한 수박에서는 엄청난 붉은 물이 쏟아지고, 여러 종류의 다양한 씨가 온 도시에 떨어지게 되면서 예상을 뒤엎는 결과를 가져온다.
거대한 폭발이 일어났다. 수박은 공중에서 폭파되며 한꺼번에 조각들이 퍼져 나갔다. 한여름 밤의 폭죽놀이처럼 눈앞에 펼쳐진 장면에 사람들은 환호성을 질렀다. 수박 UFO의 껍질과 과육, 그리고 붉은 물이 쏟아져 도시로 떨어져 내렸다. 그 속에 갈색, 검은색, 흰색 등 둥글고 납작하고 울퉁울퉁한 씨들이 섞여 있었다.
쏴아아!
수박에서 나온 물은 온 도시를 붉게 물들였다.
한 편의 스펙터클 영화 같은 숨 막히는 전개와
복잡다단한 문제의 해답을 찾아가는 듯한 짜릿한 재미!
《수박 침공》의 중요 해결 지점은 호야와 심 박사의 실험에 있다. 첫 장면부터 나오는 심 박사의 순간 이동 장치 실험은 수박 침공과 무슨 연관이 있는지 의아하다. 더군다나 달걀 밑에 있는 ‘ㅎ’이라는 글자와 수박 아래에 있는 ‘ㅎ’은 왜 겹치는지 볼수록 점점 더 궁금해진다.
달걀을 2층에서 1층으로 옮기려는 실험과 호야의 노란색 수첩의 의미, 중간부터 등장하는 다비와 장풍이는 어찌 보면 난데없이 등장하는 것 같지만, 이 책을 다 읽고 나면 얽히고설킨 실타래를 하나하나 풀어가는 느낌을 받을 것이다.
이 책을 읽는 묘미는 하나 더 있다. 지구 연합군의 중심에 있는 마테오 박사와 심 박사 사이에 존재하는 불편한 관계는 이야기의 긴장감을 더욱 고조시킨다. 녹색 뱀처럼 생긴 수박 줄기를 힘들게 피해 다니는 호야 일행의 긴박한 순간들과 어린 호야를 잡으려는 군인들과의 추격전은 마치 한 편의 스펙터클 영화를 방불케 하는 장면들이다.
《네모 돼지》와 《제후의 비밀》 등 전작들에서 이미 증명 받아 온 김태호 작가만의 예측할 수 없는 독특한 상상력이 낳은 결과물이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