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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말린 날들

휘말린 날들

  • 서보경
  • |
  • 반비
  • |
  • 2023-11-24 출간
  • |
  • 488페이지
  • |
  • 140 X 210mm
  • |
  • ISBN 9791192908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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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서평

더 많은 사람들이 HIV에 휘말리기를
: 서로에게 물들며 다시 쓰는 건강과 돌봄의 개념

왜 우리는 지금 HIV와 에이즈를 다뤄야 하는가? HIV를 둘러싼 문제들은 감염인들만이 마주한 특수한 문제가 아니다. 오히려 몸, 정상성, 질병과 건강, 개인과 공동체, 과학과 인문학, 자연과 문화 등에 관한 보편적인 문제의식과 가장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HIV와 감염이 지금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들은 “오래 묵은 것이지만 낡은 것은 아니다.” 책은 역사, 의료적 현실, 법의 문제를 넘나들며 바이러스를 둘러싼 사회적 배제가 어떻게 단순한 의학적 위기를 넘어선 박탈과 위험을 만들어내는지를 밝힌다. 예를 들어 이미 의학적으로는 충분히 관리 가능해진 질병이, 가족으로부터의 배제나 입원 거부와 같은 차별을 통해 어떤 극도의 위기로 격화되는지, HIV 감염인에게 특수한 조치를 취하는 게 아니라 위험으로부터 모두를 보호하도록 고안된 원칙이 의료 현장에서 다양한 사회적 이유로 작동하지 않게 되는 이유가 무엇인지 등을 현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사례들을 중심을 살펴본다.
서보경은 감염을 ‘휘말림’으로 이해하자고 제안함으로써 바로 이 지점을 설득력 있게 파고든다. 통상 사용되는 ‘감염되다’라는 표현 대신 ‘감염하다’라는 중동태로 사고하면서 두 가지 이분법을 넘어서 생각할 수 있게 된다. 하나는 감염과 면역을 침입과 자기방어의 논리로 단순화하지 않고 생물사회적 현상으로 이해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감염을 설명하는 가해와 피해, 능동과 수동/피동의 구도를 넘어서는 것이다. 이처럼 감염에 대한 새로운 언어를 고안하는 것은 더 나은 과학적 앎을 위해, 즉 감염이라는 생명의 작용을 더 정확하고 깊이 있게 이해하고, 현재의 부정의를 해결해가기 위해 필수적인 작업이다.
책이 이러한 작업을 통해 갱신하고자 하는 것은 미래를 바라보는 관점이다. 저자가 길어 올린 이야기들은 무엇보다도 감염인과 그 주변 사람들, 활동가들이 지금 이 순간에도 만들어내고 있는 새로운 돌봄과 상호부조의 가능성이다. 서로에게 물들고 마주 닿아 번지기를 두려워하지 않고, 자아의 좁은 틀을 벗어나 서로 기꺼이 ‘감염하려’ 하는 이들의 움직임은 너와 나를 구분 짓고, 몸의 경계를 필사적으로 지키려 하는 태도로는 달성할 수 없는 "건강"이 가 닿아야 하는 미래를 우리에게 보여준다.
이 책을 읽고 “비로소 내가 수없이 발음해온 ‘퀴어’, ‘연대’, ‘책임’, ‘자긍심’의 의미를 완전히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다.”라는 문학평론가 오혜진의 말처럼, 『휘말린 날들』은 퀴어 정치와 현재의 불평등, 부정의 문제를 근본적으로 연결하는 동시에 비장애중심주의와 인간중심주의를 넘어서는 돌파구를 마련하는 작업이다. 바이러스의 생물사회적 속성, 생물학적ㆍ사회적ㆍ문화적ㆍ정치적 변천 과정을 이해할 때, 우리가 알고 있던 ‘연대’, ‘공동체’, ‘친족’ 등의 개념이 새로 쓰이고, 바이러스와 함께하는, 배제되고 소외된 자들과 함께하는 미래가 가능해질 것이다.

이 책은 HIV를 다중 쟁점 정치의 구심점으로 살펴보는 동시에, 그 다중성을 다루기 위해서는 각기 다른 종류의 지식과 이론, 개념과 태도가 서로 연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감염병은 의과학과 공중 보건의 사안이자, 바로 그렇기에 인류학과 역사학, 철학과 퀴어 이론의 개입을 반드시 필요로 한다. 여기서 사회과학적이라고 분류될 계열의 지식은 단지 자연과학적이라고 분류될 지식에 대한 비평이나 해설에 머무르지 않는다. 인간의 삶 속에서 HIV와 에이즈가 무엇인지 알기 위해서는 의과학과 인류학이, 생물학과 퀴어 이론이 서로를 깊이 파고드는 친연성을 구축해야 한다.(23~24쪽)

감염은 내가 아닌 것에 물들면서, 휘말리면서 시작된다. 감염을 오염으로 여기게 하는 낙인의 표식은 자아와 타자, 깨끗한 것과 더러운 것, 정상적인 것과 비정상적인 것 사이의 경계를 공고히 유지하려는 시도이지만, 동시에 바로 그 경계의 기준선이 이미 흐트러지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여기에 중요한 가능성이 있다. 존재를 옥죄는 낙인의 어둡고 갑갑한 힘은 한번 발휘되면 절대 다시 되돌릴 수 없는 영구적인 것이 아니다. 살갗에 새겨진 문신의 생생한 색이 이미 달라질 것을 약속하듯이, 낙인의 표식은 아직 다른 무언가로 변화하지 않은 잠재성의 증거이기도 하다. 앞줄에 선 사람에게 부여된 낙인은 결코 지울 수 없는 흉이 아니다. 아직 다른 무언가가 되지 않은 것이자 새롭게 도래할 그 무언가를 가리킨다.(25쪽)

이 휘말림의 전 과정은 축복도 저주도 아니다. 생명이라는 존재 형식의 생동성이다. 나는 이 책을 통해 더 많은 사람들이 HIV에 휘말리기를 바란다. 감염이 야기하는 난제를 삶에서 직면하기 바란다. 이는 HIV에 더 많은 사람들이 노출되기를 바란다는 의미가 아니다. 순수성이 강요하는 본질주의, 몸의 불멸성에 대한 거짓된 환상, 통제와 박멸의 욕망이 아니라 열림과 취약성 그리고 상호 연루의 책임성 속에서 몸의 온전함을 다시 생각해보자고 청하고자 한다.(26)

휘말린 상태는 ‘하다’와 ‘당하다’로 명확히 구별되지 않는다. 예를 들어 싸움을 거는 것과 싸움에 휘말리는 것은 다르다. 내가 싸움을 시작하거나 싸울 의지를 가진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싸움을 하지 않은 것도 아니다. 싸움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인 것이다. 사랑에 혹은 분노에 휘말리는 것 역시 비슷하다. 그 감정을 내가 택한 것도 누가 강요한 것도 아니지만, 결국 이 강렬한 감정을 느끼지 않을 수 없는 상태에 이르게 된 자신을 발견하는 것이다. 즉 ‘휘말린’ 상태는 주체가 능동적으로 모든 걸 선택하여 야기한 상황도 아니고, 무엇을 하도록 혹은 느끼도록 직접적으로 강요당한 상황도 아니다.(28쪽)

이들의 생애 주기는 유랑할 수밖에 없는 청장년기를 지나, 병치레와 감금의 시간을 거쳐, 혈혈무의의 중년기에 도달했다. 인터뷰 연구 당시 이들의 가장 큰 걱정은 건강이 아니라 가난이었다. 이한철 씨에게는 소규모 종교 단체의 한시적인 구호 사업이, 이민호 씨에게는 기초생활수급비가 단출한 살림을 아슬아슬하게 지탱해주고 있었다. HIV 감염 이후 후유증으로 뇌병변 장애 판정을 받기도 한 한철 씨는 난시가 더 심해져서 앞을 잘 보기 어려운 상태였고, 민호 씨는 간간이 하는 아르바이트 말고는 서울에서 직장을 구할 수가 없었다. 이들이 처한 빈곤과 고독, 극도의 불안정성은 생애 전 과정을 통해 축적된 것이자 경로화된 것이었다. 계급에 기반한 박탈과 성적 차이에 기반한 차별이 얽혀 들어갈 때, 여기에 질병에 대한 낙인과 손상 입은 신체에 대한 시설화의 폭력이 혼합될 때, 강제되는 생의 형식이다.(181쪽)

친족에 대한 방대한 인류학적 연구들은 사회마다 각기 다른 친족 구조를 관통하는 보편적 공통성이 있다면 그것은 혈연이 아니라 서로가 서로에게 속하게 되는, 그래서 서로의 존재에 관여할 수밖에 없는 상호성의 경험이라고 말한다. 누군가의 친족으로 인간은 서로의 삶 속에서 살고, 서로의 죽음 속에서 죽는다. 삶과 죽음을 공유하는 것이 친족 관계의 핵심이라고 할 때, 퀴어 존재가 경험하는 가장 큰 폭력은 이 공통의 영역에서 삶과 죽음을 맞을 자격을 박탈당하는 것이다. 심각한 손상을 경험한 HIV 감염인의 몸이 살아 있음에도 불구하고 마치 죽은 듯이 여겨지는 것은 실상 그들의 생명력이 다했기 때문이 아니다. 바로 자신의 일부를 공유하는 타자들이 그의 삶과 죽음에 연루되기를 중단했기 때문이다.(191~192쪽)

HIV를 비롯한 여타의 바이러스와 미생물은, 또한 인간은 이질적인 다른 존재의 세계를 받아들여 스스로의 존재를 확장한다. 감염한다. 감염은 전달과 증식의 방식이며, 이어짐의 방법이다. 어떠한 경우에도 미래가 생겨날 것이라는 징표와도 같다. 감염한다면, 그렇다면 달라질 것이고, 그리하여 과거와는 다른, 지금과는 같을 수 없는 미래가 생겨난다.(407쪽)

“인간으로서 누릴 수 있는 최소한의 건강한 삶”은 대체 어떤 종류의 삶일까? 죽지는 않는다는 말일까? WHO는 건강을 “한 사람이 신체적, 정신적, 사회적으로 완전히 안녕한 상태”라고 정의한다. 최소한의 건강이 신체적, 정신적, 사회적 안녕이 최소화된 상태라면, 그걸 과연 건강이라고 부를 수 있을지 모르겠으나, 한국에서 이 최소한의 건강을 보장하는 제도는 오직 입원과 수술이 필요한 경우에만 의료비를 지원하고 있다. 즉 HIV 감염 같은 만성질환 치료를 위한 약제비는 원칙적으로 배제되어 있다. 만성질환 치료는 ‘최소한의 건강’에 포함되어 있지 않았다.(416~417쪽)

결국 나 역시 그렇게 태어나지 않았을까? 키오니가 둘째를 데리고 퇴원하던 날, 나는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 무엇도 확실치 않지만, 아이는 세상에 당도했다. 나를 비롯한 여러 사람들이, 에이즈 운동의 활동가들과 공공 병원의 의료인들이 이 과정을 도왔다. 크게 부족한 제도이지만 한국의 유일한 인도적 의료 지원 제도가 이 새로운 삶의 시작이 안전하게 이뤄지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제도의 부족함은 키오니가 한국에서 일군 사회적 관계망이 메웠다.(422~423쪽)

목차

서문: 앞줄에서 알려드립니다

1 첫 사람의 자리에서
2 걸려들었다
3 가운뎃점으로 삶과 죽음이 뭉쳐질 때
4 차별에 맞서는 서로의 책임
5 불명예 섹스를 계속하기
6 휘말림의 감촉
7 HIV와 에이즈의 미래

감사의 말

참고 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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