묻거나 들을 곳이 없는 선의 길,
미리 알고 가면 헤맬 일이 없다!
단숨에 읽히는 에세이로 풀어 쓴 선의 세계
한국인에게 불교는 친숙한 대상이다. 하지만 한국불교의 요체라고 할 수 있는 선은 생각보다 친숙한 대상이 아니다. 사람들은 선이라고 하면 단정한 자세로 앉은 스님이 참선하는 모습, 도무지 무슨 말인지 알쏭달쏭하기만 한 선문답, 그리고 깨달음을 떠올린다. 그런데 참선이나 선문답이나 깨달음이나 이런 것들은 무엇이고 왜 필요한 것일까? 수행하는 사람들에게 물어도 속 시원한 답을 듣기 어렵다. 그저 뭔가 근엄하고 아득하기만 한 어떤 것으로 느껴진다.
이 책은 부드러운 에세이 형식으로 선불교의 역사를 풀어내며 우리를 선의 세계로 안내한다. 인도의 베다와 우파니샤드 사상에서 출발하여 초기불교와 부파불교를 거쳐 중국불교, 한국불교에 이르는 장구한 사유의 파노라마를 생생하고 명료한 한 줄기 선종사(禪宗史)로 재구성해 낸다. 언어와 사변으로 설명하기 힘들다는 선이 도도한 흐름의 풍경화 속에서 홀연히 그 모습을 드러낸다.
한 사람의 일생에서 과연 몇 권의 책을 읽을 수 있으며 실참까지 해볼 수 있겠는가. 불교사는 차치하고라도 전문적으로 수행하거나 참선하는 출가자 외에도 참선에 관심을 가진 사람이 선종사를 이해한다는 것이 쉽지 않다. (중략) 만약 책 한 권으로 불교와 선종의 흐름을 파악하는 일이 가능할 수만 있다면 불교와 선종의 공부에 관심 있는 이들에게 좋은 일이기도 하고, 이는 나의 오랜 갈망이기도 하다. - 서문 중에서
저자의 말처럼, 이 책은 선불교를 공부하고 수행하는 사람이 선의 요점을 파악할 수 있도록 하는 데 목적이 있다. 선이란 무엇인가, 그 개념을 명확히 이해하고 출발한다면 쉽지 않은 수행의 여정에서 길을 잃고 헤매는 일이 적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문제의식은 무엇보다 출가 수행자로서의 경험에서 비롯되었다. ‘입을 열면 그르친다’는 말이 강령처럼 받들어지던 시절, 참선하면서 든 여러 가지 의문을 해소하고자 수많은 자료를 살펴보았지만 선명하게 와 닿는 책이 없었던 지난날을 떠올리며 보경 스님은 훗날 선 공부하는 이들에게 길잡이가 되어 주고자 하는 마음으로 이 책을 써 내려갔다.
출가 40년의 수행과 공부를 정리한 책
사유의 경계를 넘나들며 선에 깊이를 더하다
베스트셀러 고양이 에세이 3연작(『어느 날 고양이가 내게로 왔다』 『고양이를 읽는 시간』 『고양이가 주는 행복 기쁘게 유쾌하게』)으로 한국불교 최고의 에세이스트라는 찬사와 함께 세간의 주목을 받은 보경 스님. 하지만 실은 스님은 누구보다 깊이 선 수행과 불교 공부에 천착해 온 수행자이자 학자이다. 갓 스물이 되던 해에 출가한 이후로 지금까지 40여 년을 선에 매달려 왔다. 선방에서 참선하고 송광사 800년 산문을 연구하기도 했다.
보경 스님의 선에 대한 탐구가 특별한 것은, 선의 안팎을 넘나들며 주변의 여러 사유를 두루 살폈다는 점이다. 이러한 공부인으로서의 태도가 이 책에도 고스란히 묻어난다. 알다시피 선불교는 중국인들이 자신들의 가치관에 맞게 각색하고 변용한 불교이다. 그러나 이 책은 중국불교만을 다루지 않는다. ‘베다-우파니샤드-아비달마-중관-유식’으로 이어지는 고대인도의 사상사 흐름을 먼저 이야기한다. 이는 중국으로 전래된 불교의 근본이 무엇이며, 중국인들이 이를 어떻게 받아들였는지 알아야 중국불교의 탄생과 변화 과정을 온전히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토대로 중국의 고대사상과 문화, 유교와 도교, 역경사, 불성사, 선종사까지 폭넓게 아우르고 마침내 한국선불교의 전개를 끝으로 이 책은 마무리된다.
내가 갓 스물에 불문에 들어 제일 먼저 깨달은 것은 시간을 잘 보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공부는 반드시 빛을 발할 때가 있다는 믿음이 이날까지 나를 지탱해 준 힘이 되었다. - 맺음말 중에서
보경 스님은 막 출가한 스무 살 때부터 지금의 모습을 그려 보았다. 60이란 나이, 절집 나이로 40세가 되는 시점에 자신은 어떤 사람이 되어 있을까. 그때쯤이면 스스로 공부가 정리되고 다른 사람들을 위해 자신이 공부한 바를 전할 수 있기를 바랐다. 이 책은 보경 스님이 품었던 오랜 염원의 결실이자 지금까지의 공부를 갈무리하는 결정판이다. 만 권 독서와 불교의 인문학적 해석을 평생의 일로 삼아 정진해 온 보경 스님만의 연륜이 녹아 있는 이 책을 벗 삼아 많은 불자들이 각자의 수행과 공부를 더욱 예리하게 탁마해 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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