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을 괜히 별이라고 지었다.” 그러다가 다시 말했어요. “아냐, 별이라고 짓길 잘했다. 매일 밤 이렇게 볼 수 있으니까. 얼마나 다행이야?”
별이를 보내고 여전히 눈물 흘리고 있는 지율이와, 지율이의 사랑을 미끄럼틀 삼아 다시 지구로 돌아오는 별이. 동물과 인간의 관계를 동화적 감성으로 그려 내는 한나 작가가 그들의 두 번째 이야기 ‘별이와 지구별’을 공개했다.
그의 첫 작인 ’별이와 무지개다리‘는 개가 어떻게 인간 세상으로 내려와 한 생을 보내고 다시 꾸슈랄라로 떠나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담았다. 이번 작품 역시 개와 사람의 만남과 이별을 그리고 있지만 두 작품이 우리를 위로하는 방식엔 약간의 차이가 느껴진다.
첫 작은 개를 떠나보내고 남겨진 이들에게 ’꾸슈랄라‘라는 가상의 세계를 알려 주며 안도와 위로를 전했다. 이번 작품은 사람보다 일찍 다른 세상으로 떠나야만 하는 개들이 마지막으로 남기는 사랑과 배려, 분투를 이야기로 풀며 남겨진 이들의 어깨를 더 꽉 끌어안는다.
작가는 이별하는 마지막 순간까지 남을 우리를 위해 모든 사랑을 쥐어짜 내는 강아지들의 마음을 작품에서 절절히 표현하고 있다. 그래서 책장을 덮고 나면, 우리가 세상을 떠난 강아지들과 마지막 일주일을 지내며 느꼈던 불가사의한 생명력의 원천을 깨닫게 된다.
병원에서 “오늘을 넘기기 힘들다“는 비보를 받은 뒤에도 난데없이 퇴원해 며칠 더 산책에 나섰던, 앓는 동안 마시지 않던 물을 입에 대며 주인에게 미소를 되찾아 줬던 우리의 모든 강아지들. 지독하게 아픈 몸을 참고 가족 모두가 집에 돌아올 때까지 기다렸다가 깊은숨을 내쉰 뒤 안심하듯 떠났던, 혹은 아무리 기다려도 귀가가 늦어지는 가족을 그리워하며 침대 밑이나 문 뒤에 몸을 숨긴 채 먼길을 떠났던 우리의 모든 강아지들.
결국, 강아지들이 마지막 일주일간 우리에게 말하려 했던 건 자신을 위해 충분히 울어 달라는 한마디였을 것이다. 꾸슈랄라에서 지구로 떠나와 행복하게 공유했던 모든 순간을 빠짐없이 기억하고 남김없이 눈물 흘려 달라는 소원.
강아지를 잃어버렸거나, 잃어버렸다가 다시 찾아본 사람들을 위해 작가가 숨기듯 넣어 둔 작은 ’판타지‘는 이번 작품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이다. 작가는 특유의 상상력으로 잠시 손을 놓친 사이 우리가 모를 곳에서 생을 다했을지 모르는 작고 소중한 존재를 우리 곁에 다시 데려다 놓는다. 강아지들이 자신을 잃어버린 주인들이 자책하지 않도록 꾸슈랄라와 지구를 가리지 않고 열심히 달려오는 중이라며 작가는 우리를 위로한다.
어쩌면 이 책은 강아지에 대한 이야기이면서 더 이상 강아지에 대한 이야기가 아닐지도 모른다. 우리가 살며 사랑하고 잃었던 모든 것들과 어디서 어떻게 재회할 수 있을지에 대한 간절함이 페이지마다 고요히 흐르고 있다.
너무 슬프지만, 한편으로 세상에 가득한 만남과 이별에 대한 동화이자 시. 별이의 여행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 동아일보 송충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