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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력의 조서

편력의 조서

  • 장혁주
  • |
  • 소명출판
  • |
  • 2023-11-20 출간
  • |
  • 349페이지
  • |
  • 152 X 223 X 17mm
  • |
  • ISBN 9791159058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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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서평

여성 편력과 민족 편력의 이야기
‘고백’이라는 형식은 분명 고백하는 자의 진정성을 담고 있지만, 듣는 이의 입장에서 보자면 ‘고백’과 ‘변명’의 경계는 언제나 아슬아슬하다. ‘편력의 조서(調書)’라는 제목부터 실은 의미심장한데, 작가는 자신을 신문 당하는 ‘피의자’의 위치에 설정하고 과거의 과오를 고백하는 형식을 취한다. 그렇다면, 그의 과오란 무엇일까. 편력이라는 단어의 일상적 쓰임새대로, 이 소설은 작가 자신의 과거 ‘여성 편력’에 관한 내용이며 그는 자신과 의미 있는 관계를 맺었던 다양한 여성들을 통해 자신의 삶의 일관된 서사를 구성해낸다. 말하자면, 일본으로 건너갈 수밖에 없었고, 일본어로 글쓰기를 하며, 일본인 아내의 성(姓)으로 귀화한 조선인 작가의 내면적 고투와 번민이라는 서사가 여성들과의 만남과 결별, 애착과 환멸의 반복되는 과정 속에서 서서히 완결되는 구조다.
그렇다면, 장혁주의 그녀들은 과연 누구였을까. 그녀들 중에는 현재 우리가 알고 있는 조선의 여류 문인들, 예컨대 작가 최정희의 동생인 “최정원”이나 장혁주와의 불륜으로 인해 법정 소송 직전까지 갔던 소설가 “백신애”가 실명으로 등장한다. 특히, 백신애와의 연애(1936) 직후 도망치듯 이루어진 그의 일본행은 당시 조선 문단의 떠들썩한 화제가 된 사건이기도 했다. 그러나 『편력의 조서』에서 가장 공들여 묘사된 여성은 실은 두 명으로 좁혀지는데, 두 여인이란 바로 장혁주의 어머니(생모), 그리고 일본인 아내 “게이코”라 할 수 있다. 기생 출신인 장혁주의 생모는 교양이나 품위와는 거리가 먼 여성으로, 그녀는 물질적인 욕망과 애욕을 드러내는데 거리낌이 없으며, 자식에 대한 애정과 소유욕 또한 주체할 수 없이 강렬했던 인물로 묘사된다. 어머니의 존재가 모든 열등감과 사회적 인정투쟁의 원천이었던 만큼, 작가는 평생 그녀로부터 벗어나고자 몸부림치면서도 육친인 그녀와의 친밀한 유대를 그리워하는 모순 속에서 괴로워한다. 그립지만 부끄러운 존재인 어머니. 그녀가 환기하는 감정은 장혁주에게 조국 조선이 불러일으키는 정념과 거의 유사한 것이었다.
반면, 일본인 아내 “게이코”는 작가에게는 거의 구원의 여성상에 가깝다. 그녀와의 연애를 통해 그는 일본이라는 나라를 추상 명사가 아니라 구체적 실감으로 비로소 마주하게 된다. 야심 찬 조선 출신의 젊은 작가에게, 일본 사회는 친절하지만 어딘가 곁을 내주지 않는 느낌이었다면, 이제 그녀를 통해 그는 ‘일본의 마음’을 비로소 얻게 되었다고 느낀다. 하나의 언어를 습득하기 위해서는 그것을 낳은 지역을 알아야 하고, 그 지역이 낳은 사람을 알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 단지 아는 것만이 아니라 사랑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 그는 작가로서 인생을 걸었던 ‘일본어 글쓰기’와 ‘귀화’라는 자신의 결단이 옳았음을, 더구나 그것이 행복한 선택이었음을 아내 게이코를 통해 거듭 확인하며 마침내 안도한다.

해방 이후 일본어 글쓰기의 행방
이처럼 『편력의 조서』는 조선이라는 과거를 ‘청산’하고 일본의 ‘보통 작가’로서 전후 일본 사회와 함께 새롭게 출발하려는 장혁주, 아니 노구치 가쿠츄(野口赫宙)의 오랜 소망의 기록인 셈이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이후 그의 글쓰기 행보를 보면 그 자신의 희원처럼 조선적인 것의 흔적으로부터 말끔히 벗어날 수는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일본어 글쓰기를 수행했다는 점에서는 동질적이지만, 전후 일본에 계속 거주하되 ‘조선인’이라는 마이너리티로서의 정체성을 여전히 유지하려 했던 재일(在日) 작가들과 장혁주가 확연히 구별되는 지점이기도 하다. 실제로, 재일조선인 사회와 그의 갈등은 골이 깊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렇다면, 그의 일본어 글쓰기는 지금·여기의 우리에게 어떤 의미일까. 제국-식민지의 역사가 낳은 일본어 글쓰기는 해방 이후 한반도의 공식 기록에서는 완전히 사라진 것처럼 보인다. 실제로, 1921년 생 김수영은 해방 이후에도 여전히 자신의 시 창작이 애초 일본어로 구상된다는 사실을 작품을 통해 정직하게 노출한 적이 있다. 일본어로 된 그의 이 ‘시작(詩作) 노트’는 해방 이후 한국 작가가 일본어로 기고한 유일한 사례였지만, 출판사 측의 배려(!)로 한국어로 말끔히 번역되어 출간되었다. 1966년의 일이었다. 이처럼 오랜 식민의 흔적인 일본어 글쓰기가 ‘해방/패전’을 맞은 전후 시간의 한쪽 편에서 빠르게 망각되어야만 했다면, 장혁주의 사례는 마치 거울상처럼 반대편에 놓여 있는 것이 아닐까. 그 자신의 기원이기도 한 혼종성을 깨끗이 삭제하려는, 역시나 불가능한 또 다른 극단의 지점에 장혁주의 전후 일본어 글쓰기가 놓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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