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필 꽉 잡아!” “허리 똑바로 펴!” “패드학습을 왜 누워서 해!”
잔소리에도 바뀌지 않는 습관, 노력만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엄마의 말투가 아이에게 영향을 준다는 책이 우후죽순 즐비하다. 화내지 않고 표현하는 법을 알려 준다는 책도 참으로 많다. ‘아이 참, 친절도 하셔라. 나도 잔소리 안 하고 싶지….’ 엄마의 태도를 지적하는 자녀교육서를 읽으며 마음을 다스려 본다. 그러다 책상에 반쯤 누워서, 다섯 손가락으로 연필을 움켜쥔 채 문제집에 낙서를 하는 아이의 뒤통수를 보면 고상한 말투를 읊조리며 내면을 다스리던 나는 온데간데없고 늘 그렇듯 ‘샤우팅’이 시작된다.
마음에 들지 않는 아이의 생활습관은 그뿐만이 아니다. 학교에 늦었는데 새 옷이 까슬까슬하다며 벗어 던지고, 어김없이 이어지는 엄마의 잔소리에 귀를 틀어막는다. “아니, 누굴 닮아서 저러는 거야!” 분통을 속으로 삭이며 보드라운 옷을 다시 꺼내 입히고, 목소리 톤을 누른다. 속이 답답하지만 ‘시간이 해결해 주겠지’, ‘공부에 집중해야 할 때가 되면 제대로 앉아서 연필을 꽉 잡고 앉아 집중하겠지’, ‘등교 시간도 잘 챙기겠지’ 싶어 그냥 두었다. 그러나 초등학교 개학일이 다 되어가도록, 아이는 여전히 변함이 없다. 연필 쥐는 법도, 공부하는 태도도, 삐딱하고 느릿한 걸음걸이도 좀처럼 나아지지 않는다. 초등학교 입학을 두어 달 남겨 두고서야, 마음이 조급해진 엄마는 아이 손을 잡고 발달센터를 찾는다.
“선생님, 우리 아이가 연필은 좀 이상하게 쥐지만,
책을 좋아하니까 공부에는 별 문제가 없지 않을까요?”
“아, 해 봐. 얼른 먹자!” “더러워, 만지지 마!” “늦었어, 엄마가 입혀 줄게!”
모든 것을 대신하는 부모, 만 3-7세 감각발달의 골든타임을 잃는다
만 3세부터 학원을 다니는 아이들이 부쩍 늘었다. 혼자의 힘으로 연필을 쥐는 모습도, 장시간 앉아 집중하는 것도 힘들지만, 영어 한 단어를 더 말하고, 수학 한 문제를 더 풀고, 동화책을 술술 읽는 모습에 어른들은 ‘떡잎부터 다르다’고 감탄하며 대견해 한다. 놀이터에서 놀 때도 일상생활을 할 때도 이 같은 부모의 개입은 끊이지 않는다. 유치원 등원 시간에 임박해서는 “아, 해 봐. 얼른 밥 먹고 등원 버스 타야지”, 모래 놀이터에 들어갈 때는 “조금만 하고, 얼른 손 씻자!”, 신발 신는 데 오래 걸린다며 “엄마가 신겨 줄게” 하고 권한다. 단체생활에 문제가 생겨서, 바이러스가 극성이니까, 너무 오래 걸려서 그렇다지만, 부모들이 간과하는 부분이 있다. 만 3~7세는 몸과 마음을 키우는 통합감각 발달의 골든타임이라는 사실이다.
이 시기에는 종합적인 사고와 대인관계, 실행능력 등을 관장하는 이마엽과 뇌가 폭발적으로 발달한다. 주변 환경에 대한 호기심이 폭발하면서 외부감각(오감)과 내부감각(고유수용성감각, 전전감각)이 발달하고, 다양한 몸 놀이를 통해 소근육과 대근육도 어린이집, 유치원, 학교 단체생활에 맞게 몸을 키운다. 그런데 문제는 아이 스스로, 혼자서 판단하고 생각하며 경험해 보아야 그 모든 발달이 가능하다는 사실이다.
“공부 흡수력이 그렇게 좋다는데, 연필 쥐는 법이 대수야?
초등 입학하면 자세는 금방 괜찮아지겠지….”
공부 몸 만드는 몸놀이, 연령별 발달 관찰표,
느린 아이를 위한 감각운동법, 초등 입학 전 체크리스트까지…
임상치료 20년차 작업치료사 부부의 감각운동 처방전
20년간 발달센터에서 부부 작업치료사로 활동하면서, 부모와 소통하며 유튜브 채널 ‘감각통합 백과사전TV’를 운영해 온 강윤경, 김원철 저자는 이처럼 아이의 발달을 저해하는 주된 요인으로 ‘부모의 전폭적인 도움’과 ‘턱없이 부족한 몸 놀이 경험’ 등의 문제를 손꼽는다. 가위질과 색칠이 서툴러서 같이 완성하고, 학원 숙제가 너무 어려워서 함께 풀고, 놀이기구가 너무 위험해 보여서 아이를 안아 내리는, ‘무엇이든 대신해 주고 싶어 하는’ 부모의 걱정과 우려가 아이의 발달을 저해한다는 것이다.
특히 실제 사물을 눈으로 보고, 귀로 듣고, 만지고, 맛보고, 몸을 움직이면서 스스로 경험하며 감각을 길러야 하는 아이들의 스마트폰 사용량과 TV 시청량, 패드학습 공부량이 부쩍 늘어난 요즘에는 ‘감각발달 경험의 기회를 빼앗기는’ 경우가 많다. 이에 저자는 “패드학습이나 스마트폰 사용을 피할 수 없다면, 시청 후에는 반드시 실제 사물을 만지며 세상을 경험하게 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처럼 감각발달의 기회를 빼앗긴 많은 아이들과 무엇을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부모님들을 위해 저자는 이 책의 1부에서 ‘연필을 꽉 쥐지 못하는 아이’를 위해 손과 손목의 소근육을 키울 수 있는 신체놀이와 보조도구, 연령별 발달 관찰표 등을 소개하고, 2부에서는 소근육과 대근육을 키울 수 있는 신체놀이와 공부 몸 만드는 코어근육, 굽은 등을 펼 수 있는 운동법 등을 소개한다. 그리고 이어지는 3부에서는 만 7세 이전에 반드시 키워야 하는 기초감각(고유수용성감각, 전정감각, 촉각 등)을 기를 수 있는 감각발달 놀이를 소개함으로써, 통합감각 발달에 관한 부모들의 궁금증을 시원하게 해소해 준다.
“내 아이는 어떤 발달감각이 느린지”, “초등 입학 전에는 어떤 통합감각을 키워야 하는지”, “공부에 필요한 지구력과 집중력에는 어떤 몸 놀이가 도움이 되는지” 등 만 3~7세 아이들의 감각통합 이론과 실천법을 담은 이 책을 통해 많은 부모들이 아이의 발달문제에 관한 해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서툴고 오래 걸린다는 이유로
아이가 직접 경험해야 할 일을 부모가 대신 해결합니다.
점차 나아질 거라는 믿음을 갖고, 아이의 속도에 눈높이를 맞춰 가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