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붕 없는 박물관 에코뮤지엄 ‘의성’의 가치
의성 농업유산의 핵심 지역인 금성면 금성산 일대는 ‘못-농경지-마을’이 조화된 독특한 농업유산 경관을 보인다. 금성산을 배경으로 산림 경계부와 농경지가 만나는 골짜기가 곳곳에 있고, 바로 이 골짜기에 산에서 흘러내리는 물을 가두어 놓기 위한 작은 못(소류지)이 조성되어 있다. 그리고 그 아래에 농경지(밭, 논)가 있으며, 각각의 소류지는 수로와 논을 통해서 서로 연결되어 있는 연속된 경관을 하고 있다. 금성면 탑리와 산운리 일대가 대표적인 곳이다. 이러한 농업 경관은 인간이 환경에 적응하고 상호작용을 통해 진화하면서 형성된 지속 가능한 경관으로, 농업유산 경관의 가치를 보여 준다.
물 부족 지역인 의성의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많은 소류지를 조성한 것은 사실 안정적인 농업용수 공급을 위한 노력이었다. 그런데 당초 의도와는 상관없이 이 소류지들은 현재 지역의 생물다양성을 증진하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의성의 소류지들은 수생식물과 습지식물, 민물 어류와 수서 무척추동물, 이곳을 터전으로 살아가는 많은 양서류와 물새, 포유동물 등의 서식지가 되어 또 다른 면에서 의성의 역할과 가치는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국내 최초의 화산으로 독특한 모양과 역사적 의미를 담고 있는 의성의 금성산은 대한민국의 역사를 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국내 최초의 공룡 관련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제오리 공룡 발자국 화석산지는 당시 공룡의 모습과 생활 등을 엿볼 수 있는 귀한 자원이다.
한편, 삼한시대 부족국가인 조문국의 도읍지로서 의성에는 금성산성과 신비로운 경관의 고분군이 있다. 이는 고대국가의 중심지답게 의성 지역의 역사성과 상징성을 보여 준다.
그 밖에 다양한 이야기가 전해지는 흔들바위, 조문 전망암, 아들딸바위, 동굴, 솟대바위, 신라시대 의상이 창건한 유서 깊은 고찰 수정사, 대감마을로 불리는 산운마을, 게르마늄 약수를 즐길 수 있는 탑산약수온천, 농촌 체험 마을 등이 있어 의성 지역에서는 다양한 체험과 활동이 가능하다.
또 300년 이상 역사가 깃든 산수유 꽃피는 마을, 주민 생계유지를 위한 지혜의 산물 ‘마늘 건가 시설’, 2023년 6월에 지정된 의성 국가지질공원의 총 12개 지질 명소(안계분지, 쌍호리 퇴적층, 해망산 거대건열구조, 석탑리 누룩바위, 치선리 베틀바위, 점곡퇴적층, 제오리 공룡 발자국, 만천리 아기 공룡 발자국, 의성 구산동 응회암, 의성 스트로마톨라이트, 빙계계곡, 금성산) 등 의성 전역이 모두 역사 · 문화 · 자연자원이라고 할 수 있다.
이처럼 의성은 지붕 없는 박물관, 즉 ‘에코뮤지엄’ 그 자체로서 보존 가치와 의미가 있는 것은 물론, 많은 사람에게 풍부한 경험과 정보를 제공한다는 차원에서 한 번쯤 꼭 방문하고 싶은 매력적인 곳이다.
농업유산 지역 의성이 우리에게 주는 의미
농업유산 속에는 인간이 유사 이래 농업 활동을 지속하여 오면서 여러 외적 변화에 대응하고 적응한 노력이 담겨 있다. 그 속에는 현재 진행되고 있는 기후 변화와 농업환경 변화에 대응하여 인류가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한 해법을 찾아낼 지혜가 담겨 있는 것이다. 그래서 국제연합식량농업기구는 농업유산제도를 도입하여 범지구적인 차원에서 이를 보전, 계승하여 후세에 전하고자 하는 것이다. 따라서 국가중요농업유산인 의성의 전통수리농업 시스템은 우리가 잘 보전해야 할 소중한 유산이며, 이 책에는 의성의 그 가치와 중요성을 담았다. 따라서 이 책은 의성뿐 아니라 우리나라의 농업유산을 활용한 농촌 발전의 이론과 실제에 의미 있는 기여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