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보다 돈이 많은 금융시장 제왕들의 영웅 연대기
천문학적 부, 내밀한 세계의 비밀을 벗기다
1992년 9월 15일 화요일 저녁, 영국 재무장관은 유럽 환율 조정 제도(ERM) 탈퇴를 발표했다. 영국 정부가 9월의 2주일 동안 파운드화 환율 방어를 위해 외환보유고 270억 달러를 쏟아부었지만 실패한 직후였다. 파운드화에서 위험과 손실이 비대칭인 기회를 포착하고 100억 달러 상당을 공매도한 소로스펀드는 영국 ERM 탈퇴로 10억 달러 이상을 벌었다. 조지 소로스는 ‘잉글랜드은행을 무너뜨린 사나이’로 유명해졌다.
헤지펀드는 사모(私募) 방식으로 투자자를 모집하며 실적과 전략 등 운용 관련 모든 내용을 비밀에 부치는 속성 때문에 많은 사람이 사건의 결과만 알지, 그 배경과 과정을 알기는 어렵다. 《헤지펀드 열전》은 사건의 배경이 되는 정치·경제적 지식부터 진행 과정, 관련 인물들의 발언까지 현장에서 생중계하듯이 생생하게 담았다. 마르크스·레닌주의자였던 앨프리드 윈즐로 존스가 1949년에 최초의 헤지펀드를 설립한 후 20년간 5,000% 누적 수익률을 올리는 과정, 르네상스테크놀로지의 제임스 사이먼스가 자동 트레이딩 기계를 개발하는 과정, 2007년 말 서브프라임 금융위기 때 존 폴슨이 모기지 채권을 공매도해 수수료 공제 후 700% 수익을 내는 과정 등도 박진감 있게 펼쳐진다.
“금융의 미래, 헤지펀드에서 찾아라“
“헤지펀드의 양면성 이해했다면 국내 사모펀드 사기, 불법 공매도 사태 막았을 것”
효율적 시장 가설은 주가가 무작위로 움직이기 때문에 초과수익을 낼 수 없다고 주장하는데 헤지펀드는 어떻게 초과수익을 낼까? 헤지(전망 좋은 주식 매수·전망 나쁜 주식 공매도)로 시장 위험을 낮추고 레버리지(차입으로 투자금 증액)로 투자 효과를 극대화한다. 이를 통해 효율적 시장 가설을 뒤엎고 시장의 비효율성을 교정하는 순기능을 발휘한다. 이 책은 종목 선정(AW존스, 타이거펀드), 블록트레이딩 할인(스타인하트펀드), 매크로 투자(소로스펀드), 차익거래(르네상스테크놀로지, LTCM, DE쇼), 이벤트드리븐 전략(파랄론) 등 헤지펀드의 다양한 투자 전략을 시대 변화와 함께 꼼꼼하게 짚어준다.
헤지펀드 모두가 성공한 것은 아니다. 롱텀캐피털 매니지먼트(LTCM)는 노벨경제학상 수상자가 2명이나 참여했고 다양한 위기 관리 시스템을 갖추었지만 설립 4년 만에 붕괴했다. 2022년에 25조 원을 거두어들인 세계 최대 헤지펀드 시타델도 2008년에는 리먼브러더스 몰락에 따른 유동성 증발로 생존이 위태로웠다. 천연가스 트레이딩에서 과도하게 위험을 감수하다가 몰락한 멀티전략 헤지펀드 아마란스의 마지막 날도 교훈을 준다.
저자는 남의 돈으로 투자하고 과도한 위험을 감수하며 잘못될 경우 구제금융을 기대하는 은행 또는 투자은행과 헤지펀드는 다르다며, 자기 돈으로 투자하고 위험을 헤지하며 잘못되더라도 사회에 피해를 주지 않는 헤지펀드가 금융의 미래라고 결론 내린다. 공역자 김지욱 신한리츠운용 대표는 “정책 입안자와 업계 관계자들이 이 책을 읽고 헤지펀드의 양면성을 이해했다면 라임·옵티머스 사태와 불법 공매도 사태를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원서 출간 즉시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복잡한 투자 전략을 우아한 산문으로 탁월하게 설명하다
저자 세바스찬 말라비는 이튼스쿨과 옥스퍼드대학교를 나와 〈이코노미스트〉와 〈워싱턴포스트〉 칼럼니스트를 거쳐 〈파이낸셜타임스〉 객원 편집자를 지냈고, 퓰리처상 최종 후보에 두 차례나 올랐다. 현재 미국 외교협회의 폴 볼커 국제경제 선임연구위원으로 일하고 있다. 그는 이 책에서 업계 내부자의 지식과 3년에 걸친 인물 인터뷰, 다채로운 스토리텔링 능력을 결합해서, 베일 뒤에 감춰진 헤지펀드 영역을 생동감 넘치게 재현했다.
원서 《More Money Than God》은 2010년 미국에서 출간되자마자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가 되었고, 유수 언론에서 “금융 이론에 대한 감각이 예리하고 서술 스타일이 생생하다”(〈월스트리트저널〉), “적절한 경제 이론과 시장 역사를 이야기에 녹여냈고, 복잡한 투자 전략을 간단하고 우아한 산문으로 탁월하게 설명했다”(〈워싱턴포스트〉)라고 극찬했다. 유명 언론인이자 작가인 파리드 자카리아는 “특유의 통찰력으로 금융 산업의 중요한 변화를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준다”며 추천했다.
중고책 값이 26만 원까지 오른 책
오류를 바로잡고 내용을 복원해 ‘완역본’으로 재출간하다
한국 번역본은 2011년 출간되었다가 절판되었지만 찾는 사람이 많아서 중고책 값이 26만 원까지 오르기도 했다. 재출간 요청이 빗발치자 기존 책의 오류를 바로잡고 생략된 내용을 복원해 ‘완역본’을 내놓게 되었다.
문병로 서울대 교수는 “투자 전문가 그룹, 자금을 위탁하는 기관과 개인, 투자 전략을 개발하는 퀀트에게 헤지펀드에 대한 코어 지식과 영감을 줄 것”이라며 책을 추천했다. 또 “금융 분야에서 고수를 목표로 하는 사람에게 선물과도 같은 책”(변양호), “영화가 아닌 현실 그대로의 승자들이 담겨 있는 책”(윤지호), “일류 헤지펀드 투자자들의 사상과 철학, 동물적 본능까지도 느낄 수 있는 매우 드물고 귀한 책”(이상건), “내로라하는 천재들이 밤새 고민한 결과물이 궁금할 때 펼쳐봐야 할 책”(홍진채), “거장들의 인생과 투자사를 통해 투자철학을 정립하는 데도 큰 도움을 주는 책”(최한철), “깊이 있는 금융 역사서이자 짜릿한 금융 무협지”(홍영표), “읽는 내내 투자자의 피를 끓어오르게 하는 책”(이현열), “시장 약세로 마음이 안 좋은 사람에게 부스터 샷을 놓아줄 책”(김철광) 등 국내 여러 전문가의 호평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