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너희는/ 참 졸겠구나!/ 어쩌면 그렇게도 아름다운 곳에 사니?/ 바다를 끌어안은 산들은/ 팔뚝마다 힘줄이 불끈 섰고/ 푸른 숲엔 새들이 날아오르고/ 부드러운 풀 위에 노는 동물들/ 따스한 햇살에 피어나는 꽃과/ 철 따라 익는 달콤한 과일/ 호수 위에 뜬 흰 구름/ 맑게 흐르는 강도/ 여기에는 없어,/ 별 아이가 전하네./ 지구란/ 별에 살면서/ 별만 찾는 사람들/ 네가 찾는 그 별은 아름다운 나란 별이겠지.” (「별 아이가 보낸 편지」 전문)
별 아이가 된 시인은 가장 먼저 생명의 신비인, 꽃 같은 어린이의 사랑스러움과 엄마의 지극하기가 그지없는 모성애를 그렸다.- “은서야/ “아!”// 아이고 예뻐라/ “아아!”// 아가야 어디 있다 왔노?/ “아아아!”/ 바둥대며 하는 말/ “아!”// 누구나 다 알아듣는/ 아가의 명답“(「아가의 명답」), “어미 곰이/ 새끼 안고/ 눈 감고 있네.// 어미 품에/ 새끼도/ 눈 감고 있네.// 짧은 앞다리로/ 어린 목/ 끌어안고//얼음 위에/ 둘이 앉아/ 볕 바라기하네// 북극 바람이/ 차가와도 참 따뜻하겠네”(「사랑하면」). 이렇듯 세상에서 가장 귀한 어린이가 바르게 성장할 수 있도록 한량없는 사랑을 베푸는 엄마(“한 음만 낮아져도/ “무슨 일 있었구나?”/ 대번 아신다”(「세상에서 제일 멋진 그림」)와 아빠(“떼를 쓰며 달려드는/ 소낙비 흰 손가락//…// 그래도 난 겁나지 않아/ 아빠랑 같이 있거든”(「비 와도 좋은 날」) 할배, 할매(할아버지 할머니가 제일 좋아하는 그림은// 아기 입에 쏙 밥 넘어가는 것(「세상에서 제일 멋진 그림」) 등 어린이를 사랑하는 가족과 어른들의 모습을 그린 시편이 참 정답고 애틋하다.
사랑을 듬뿍 받은 별 아이는 친구를 진심으로 사랑할 줄 안다. “좋아하는 친구 보면/ 먼저 아는 내 마음”(「좋아하나 봐」), “환한 네 웃음에/ 내 마음 열리고//…// 잇몸 살짝 보이는 그 웃음이 뭐길래”(「그 웃음이 뭐길래」), 등과 같은 시편뿐 아니라 “…// 아차!/ 꽃다지가 피운 꽃/ 난 못 봤어.// 발아래 작은 봄꽃/ 생각 못 했어/ 높은 곳을 먼저 봐서 참 미안해.”(「미안해, 정말」)이나 “겨울 빈 들판/ 윙윙 우는 전깃줄 위에// 동그마니 앉아있는/ 발간 산새 발가락// 아무도 없는 줄 알았을 텐데/ 혹시 친구 있나 와 보았니?// 추운가 움츠리는 발가락에/ 뜨다가 만 양말을 신겨주고 싶구나”(「산새야 너도 외롭니?」 전문) 등과 같은, 서정적인 시편들로 서로 사랑하며 함께 살아가는 세상이 얼마나 따뜻할지 깨닫게 하는 별 아이의 마음이 아름답고 따뜻하다.
자연 또한 동심의 친구이기도 하다. 별 아이는「이른 봄」“붉은 보도블록 틈새로/ 파릇파릇 보이는 초록 새싹들”이나 “어, 봐라!/ 그단새 웃고 있네./ 민들레 제비꽃”(「그단새 봄이 왔네」), “땅속으로 스민 물은 초록물이 되나 봐./ 돋아나는 풀잎마다/ 초록빛인 걸//”, 등과 같이 봄이 피워내는 희망이나, 여름의 노고, 가을의 결실, 겨울의 쉼 등 자연의 순환에서 알게 된 삶의 교훈과 섭리를 그림 같은 시편에 담아 보여주고 있다. “조바심에 애타는 유월 바람// 잎 사이에 조롱조롱/ 혼자 익는 주아는/ 참나리꽃 까만 눈망울//”(「여름꽃 참나리」), “까치가 봤을까/ 잘 익은 감홍시// 까치도 아까워서/ 보고만 지나갔나?//”(「까치밥」), “꽃 없는 겨울이면/ 꽃 보고 싶을까 봐// 아득한 하늘에서/ 함박눈 내린다// 꽃처럼 살다 간 그리운 얼굴들/ 잊었던 이름들이 하얀 꽃 되어// 소리 없이 내린다./ 함박눈으로”(「함박눈」 전문) 같은 물아일체의 세계가 감동적이다.
“이선영의 시에는 자연이나 사물과의 대화에서 생산된 것이 많다. 이들 자연은 철저히 인격화돼 있어서, 자연 나름의 생각과 언어를 가지고 있다. 자연과 인간, 자연과 자연끼리의 대화를 서로 즐기는 판타지의 세계를 이루고 있다.”(신현득 아동문학가)라는 평에 걸맞은 자연에서 깨달은 사유가 담긴 시편에서는 시인의 맑은 동심과 원숙한 시심을 함께 느끼게 된다. “추녀 끝에 매달려 헤엄치는/ 물고기 한 마리//…// 먼 바다로 가고 싶은가/ 뎅그렁 뎅그렁.”(「생각이 많은 풍경」), “반가워라 오랜만이야/ 그 나무 그 자리에/ 등 굽은 채 아직도 웃고 있다네”「(반가운 인사」), “거미가 걸어 놓은/ 은빛 그물에// 잠자리 고운 날개/ 자랑하려다// 그만 그물에/ 걸려버렸네./ 어쩌나?//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았구나,/ 어떻게 하지?”(「이를 어쩌나」 전문), “바닷가 모래알도 똑같은 건 없대// 작은 꽃 풀벌레도 똑같은 건 없대// 잘나고 못났다고 말할 수 있나?// 한 줄로 서서 뛰면 일등 꼴찌 있지만// 둥글게 돌아서서 제 앞길로 뛴다면// 정말이야 모두가 일등인 것을”(「비교하지 마」 전문) 등.
“말에도 씨가 있어/ 말씨라 하네.// 마음밭에 닿으면/ 싹이 돋는 걸// 아브라카다브라/ 아브라카다브라/ 말대로 된단다.// 싱그럽고 맑은 메아리 되게/ 야호 야호 야호/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아브라카다브라/ 아브라카다브라/ 주문을 외워 봐 얍!” (「주문을 외워 봐 얍!」 전문)
『별 아이가 보낸 편지』에는 사랑의 주문이 담겨있다. 세상의 모든 어린이가, 어린이였던 지금의 어른이, 아름다운 우리 지구별에서 언제까지나 고운 꿈을 꾸며 서로 사랑하는 마음을 잊지 말기를 바라는 별 아이 이선영 시인의 따뜻한 당부가 담긴 고마운 편지, 『별 아이가 보낸 편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