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물신화하는 도시
우리는 우리가 앞으로 살아갈 미래 사회란 인공지능으로 대표되는 기술들에 의해 자율적으로 관리되는 최첨단 사회가 일 것이라는 벅찬 희망을 안고 있다. 하지만 이는 모든 것이 점점 기술적 타율에 의해 지배되며 인간은 철저히 소외되는 사회로 나아가고 있기도 하다는 것이다. 현대 도시가 누리는 물질적 풍요와 장엄한 외관은 도시를 만들어 내는 인간의 고통을 감추고 있을 뿐 아니라 인간의 삶을 억누르고 있다. 그 속에서 살아가는 인간은 자신의 삶이 짓눌리고 있음을 알지 못하거나, 어렴풋이 느끼긴 할지라도 왜 이러한지를 제대로 알지 못한다. 이렇게 도시 공간은 점점 더 물신화되고, 도시인의 삶에는 소외가 만연해질 것이다. 앞으로 더욱 심각해질 것이다.
□ 망각된 소외
소외의 개념은 헤겔과 마르크스로 이어지는 마르크스주의와 키에르케고르와 하이데거로 이어지는 실존주의의 철학적 전통들 속에서 핵심적인 이슈였으며, 프랑크푸르트학파나 포스트모던 이론가들로 이어져 1970년대 철학 및 사회이론에서 연구의 정점을 이루었다. 그러나 그 이후 이유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소외 연구는 학문적 사유의 중심에서 점차 멀어지게 되었다. 정보화 사회 또는 탈산업사회로의 전환으로 인간의 소외가 점차 완화된 것으로 추정 또는 기대되었기 때문이라고 해석하기도 한다. 그러나 지난 반세기 동안 인간의 소외는 완화되었다기보다는 오히려 심화되고, 이로 인해 소외 개념이 본질적으로 함의하고 있는 것처럼 인간은 자신이 소외되었다는 사실을 점점 더 망각하게 되었다. 이러한 점에서 소외는 오늘날 그 중요성이 더욱 강조되어야 할 개념이라고 할 수 있다.
□ 탈소외로서의 공간 정의
도시의 사회공간이 처해 있는 위기 상황을 소외의 개념으로 풀어내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대안으로 ‘탈소외로서 정의’의 개념을 들 수 있다. 르페브르가 “도시적 소외는 소외의 다른 모든 형태들을 담고 있으며, 또한 이들을 지속시킨다”고 주장한 것처럼 오늘날의 거대하고 복잡해진 도시공간은 모든 유형의 소외를 만들어 내고 있다. 더욱이 그 속에서 살아가는 도시인들은 소외에 대한 성찰로부터 점점 더 멀어지고 있다. 이러한 점에서 현대인의 삶을 억누르는 ‘도시 소외’와 이로부터 벗어나기 위한 탈소외로서의 ‘공간 정의’에 대한 연구와 실천이 새로운 시대적 과제로 부활하고 있다.
□ 도시 소외와 공간 정의
이 책은 이러한 문제 인식에서 구상된 연구를 위한 입문서라고 할 수 있다. 저자는 이 책에서 도시 소외에 2가지 방식으로 접근한다. 먼저 근대 및 탈근대 도시의 형성과 발달과정에서 밀접하게 관련된 여러 요소들이나 과정들이 도시 소외를 어떻게 유발, 촉진하는가를 살펴보고(제1부), 나아가 주요 이론가들의 연구를 공간적 관점에서 재고찰한다(제2부, 제3부, 제4부). 이를 통해 도시 소외 및 공간 정의라는 새로운 개념들을 제시하면서 이와 관련된 연구의 구상 틀이나 여러 논제들을 제시함으로서 그 의의를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