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것과 버려진 것,
그리고 쉽게 잊히는 우리들 마음에 관한 이야기, 〈하루 보관소〉
최근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반려동물을 통해 정서적인 안정을 찾으려는 사람들이 많아진 것이지요. 동물을 장난감 취급하는 ‘애완’이라는 표현 대신, 더불어 살아가는 존재인 ‘반려’라는 표현을 강조하지만, 매년 많은 동물이 유기ㆍ 유실된다고 하니, 반려동물에 대한 책임감은 여전히 부족한 현실입니다.
〈하루 보관소〉의 주인공 덤불이 역시 버려진 개, 유기견입니다. 유일한 친구이자 가족이었던 아저씨를 공원에서 하염없이 기다리던 덤불이는 곧 공원 여기저기에 자신처럼 버려진 것들이 아주 많다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덤불이는 매일 밤 공원을 돌며 누군가 잃어버렸거나 버린 것들을 하나씩 물어 한곳에 모아 둡니다. 혹시 가족이나 주인이 찾으러 올지도 모른다는 생각 때문이죠. 그렇게 아저씨가 돌아오리라 믿고 있는 덤불이가 가장 먼저 가족을 찾아 준 것은 바로 고양이 하트입니다.
하트를 잃어버린 가족은 바로 초등학생인 하나인데요, 하나는 이 책의 또 다른 주인공이기도 합니다. 엄마 아빠를 졸라 어렵게 하트와 가족이 되었던 하나는, 부주의로 공원에서 그만 하트를 잃어버리고 말아요. 하나가 하트를 찾는 사이, 공원에 혼자 남아 있던 하트는 짓궂은 아이들에게 괴롭힘을 당할 위기에 처합니다. 다행히 덤불이가 하트를 구해 주고 하트를 찾으러 간 하나는, 덤불이와 함께 있는 하트를 발견하지요. 이때 하나는, 둘 주위로 버려진 물건들이 잔뜩 쌓여 있는 것을 보게 됩니다. 하나는 잃어버린 물건들을 한데 모아 둔 유기견 덤불이의 간절함이 마음 아픕니다. 게다가 하트가 덤불이 곁을 떠나려고 하지 않자, 하나는 결국 엄마에게 덤불이가 하트를 찾아 준 사실을 고백하게 되고, 하나네는 덤불이를 새 가족으로 맞이하지요. 덤불이 대신 ‘하루’라는 이름을 지어 주고, 하나네가 운영하는 슈퍼 옆에 하루의 집도 지어 줍니다. 그날부터 하루의 집은 하루빨리 가족을 찾고 싶은, 잃어버렸거나 버려진 것들이 함께 공존하는 ‘하루 보관소’가 되지요.
〈하루 보관소〉는 온 가족이 함께 읽어도 좋을 만큼 여운이 깊은 동화입니다. 특히 유기견 덤불이와 반려동물과 함께하고 싶은 소녀 하나의 교차 시점으로 이야기가 전개됨으로써, 버려지는 동물의 마음과 사람들의 무책임한 행동을 아주 섬세하게 묘사하지요.
글을 쓴 김경미 작가님은 "하루 보관소’에 있는 모두가 하루빨리 가족과 친구를 만나기를, 그것들을 처음 만났을 때 가졌던 설렘이나 행복, 기쁨 같은 소중한 마음까지 잃어버리거나 버려지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으로 〈하루 보관소〉를 집필하셨다고 합니다. 특히 덤불이의 진짜 이름을 부르는 누군가 하루 보관소를 찾아오는 열린 결말을 통해 독자들에게 많은 생각거리를 남깁니다. 또한 덤불이가 가장 행복했던 추억 혹은 환상 속으로 달려가는 심보영 작가님의 마지막 일러스트는 쉽게 책장을 덮을 수 없는 깊은 울림을 남깁니다. 소녀 하나와 새끼고양이 하트가 처음 만난 비 오는 날의 장면을 에필로그로 소개하며 독자들의 마음을 포근히 다독이기도 하지요.
반려동물의 입양이나 양육을 고민하고 있다면 온 가족이 함께 꼭 읽어 보기를 권하는 필독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