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사상의 잠재력을 탐구하다
정치사상은 역사가 전개된 이래 나타난 정치적 문제들에 대한 해법과 대안을 모색하며 역사의 흐름에 작용해왔다. 이런 사상과 이론의 역사를 탐구하는 학문이 정치사상사인데, 정치사상의 역사를 유의미하게 서술하기는 쉽지 않다. 정치의 본질에 대한 사유는 역사적으로 제약되어 있는 동시에, 현재의 물음들은 정치사상사라는 거대한 기록들에 의해 이미 규정되어 있기도 하기 때문이다. 사상사의 역사적 흐름과 맥락에 초점을 맞추다 보면 자칫 사유의 고유함과 그 내면적 고민을 놓치기 쉽고, 반대로 어느 사상의 고유한 개성에 주목하다 보면 역사적 맥락과의 연계를 소홀히 하기 쉬운 것도 정치사상의 역사를 서술하는 데 따르는 제약이다. 이 책은 이 문제에 특히 주의를 기울인다. 저자는 고대에서 현대에 이르는 정치적 사유의 장구한 역사를 간명한 필치로 설명하는 가운데 사상사적 담론들에 대한 통시적, 공시적 분석을 시도한다. 단순히 개별 사상가나 텍스트의 의미를 밝혀내는 데 국한하지 않고, 정치사상적 담론의 기초가 되는 텍스트들이 서로 관계되어 담론의 ‘연속체’ 안에 수용되어온 과정에 주목하고 있다. 개별 저자와 텍스트는 당대의 맥락과 담론적 ‘연속체’에서 이론적 논쟁점이 되며, 아울러 뒤이은 담론과의 결합을 위한 접점이 된다. 즉, 선택된 텍스트들의 통시적 연결이라는 차원에서 텍스트의 수용사를 저자 특유의 관점으로 새롭게 기술하고 있는 것이다.
정치적 사유의 역사, 정치의 지평에 대한 이해를 확장하다
저자는 이제껏 우리의 세계를 각인해온 풍부한 정치사상을 간결히 묘사할 뿐만 아니라 지적 탐색의 기회를 제공한다. 이 책은 주요 사상가들이 쓴 고전들과 치열하게 대결해온 정시사상사의 복합적 과정 그 자체이기도 하다. 이 책에서 다루는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 토마스 아퀴나스, 마키아벨리, 홉스, 몽테스키외, 칸트, 마르크스 등 위대한 사상가들은 정치사상의 범주를 넘어서는 철학과 문학의 대가들이기도 하다. 그래서 이념적 틀로 역사를 단순화하는 것이 아니라, 고전의 성립에 이어 그 고전의 해석과 그것을 통한 현실 대응, 그리고 다른 고전과의 대결과 나아가 이 대결을 통한 새로운 고전의 저술 등으로 이어지는 역동적 과정이 잘 드러난다. 저자는 깊이를 희생하지 않고도 복잡한 사상을 접근 가능한 언어로 풀어 정제해냄으로써 고대 그리스부터 현대에 이르는 광활한 정치사상의 세계로 독자를 안내한다. 민주주의, 정의, 자유와 같은 주요 개념들의 발전을 알기 쉽게 추적하며, 이 개념들이 당대의 사회 정치적 맥락에 따라 어떻게 진화하고 재형성되었는지를 보여줌으로써 정치사상사와 현대적 논쟁과의 연관 관계를 이해하도록 돕고 있다. 각 장의 끝에 달린 유용한 정리 또한 독자의 심도 있는 이해를 도와줄 튼튼한 디딤돌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