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에 살았던 사람들의 뼈 이야기
뼈에 남은 안정동위원소 분석에 따르면, 신석기시대 부산과 거제 사이의 섬인 가덕도의 주민들은 탄수화물보다는 물개나 고래 같은 해양 포유동물과 어패류를 더 많이 먹었던 것으로 파악된다. 김해 예안리 지역의 가야 유적에서 출토된 사람들의 머리뼈 중에는 한눈에 봐도 이상하다 싶을 만큼 이마뼈가 납작하게 눌린 머리뼈가 있다. 『삼국지ㆍ위서ㆍ동이전』에 “아이를 낳으면 머리를 모나게 만들기 위해 곧 돌로 그 머리를 눌러서 납작하게 만들고자 하였기 때문에 지금의 진한 사람이 모두 편두(兒生, 便以石厭其頭, 欲其褊. 今辰韓人皆褊頭)”라고 기록된 그 편두 풍습이다. 동궁과 월지 일대 유적의 3호 우물에서는 통일신라부터 고려 초기에 해당하는 층위를 갖고 있다고 보고되었다. 우물 속의 사슴, 기와와 토기 조각, 포유류ㆍ조류ㆍ어류의 뼈들, 그리고 4명의 사람뼈 등이 무궁무진한 역사적 상상력을 자극하며 등장한다.
고고 유적에서 확인되는 대부분의 무덤은 이른바 ‘무연고분’에 해당하며, 2022년 초 ‘장사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연구실로 오는 시신들은 유적 이름 아래에 일련번호를 매겨서 개체마다 고유번호를 붙인다. 그중 저자가 지금껏 연구하면서 만난 수많은 무덤 속의 주인공들 중에 개체의 고유번호가 아닌 생전의 이름으로 불리는 유일한 자료는 고려문화재연구원이 하남 감일 공공주택지구 문화재 발굴지역에서 확인한 회묘의 주인공들이다(2018년 4월). 주인공은 김치만(1697~1753년)과 그의 부인 풍산 홍씨였다. 후손들의 동의에 따라 학술연구 자료로 기증되어 현재에도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는 이 조선 후기 사대부 부부의 얼굴은 법의인류학적 복원기법을 통해 조만간 복원이 완료될 예정이다. 이처럼 뼈전기학osteobiography이란 분야는 뼈에 남은 흔적으로 개인의 병력은 물론 생애사를 복원하는데, 개인의 개별적인 삶의 역사를 거시적 관점의 역사 과정 혹은 그 일부와 연결시키면서 그 시대를 살았던 이들의 삶을 짐작할 수 있게 한다.
『닥터 본즈 우은진의 뼈때리는 한국사』는 그간 특별히 주목받지 못했던 인골을 이용한 옛사람 연구의 현재 상황을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가면서 생생히 보여준다. 다양한 생물인류학 분야의 연구 중 주로 유적에서 출토된 사람뼈에 남은 흔적으로 개인의 생애와 집단의 생활상을 복원하는 연구를 하고 있는 저자 우은진은 무덤 속에서 새롭게 수습된 뼈의 면면과 기록을 읽어내고 그 새로운 이야기들을 들려주기 위해 오늘도 뼈를 만진다.
이 땅에 살았던 사람들의 삶이 궁금하다면, 아직 남아 우리에게 말을 거는 뼈를 보라!
세상 모든 것에는 역사가 있고 이 방대한 역사는 다양한 방식으로 기록된다. 그러니 문자기록을 기준으로 인류의 역사를 선사와 역사로 나누는 것은 이제 무의미해 보인다. 뼈에 기록된 역사에는 선사와 역사 그 사이의 장벽이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다만 이 장벽 없는 역사를 해석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분야의 접근과 분석을 필요로 한다. 그중 인골고고학 연구자는 유적에서 출토된 사람뼈를 분석해 과거 집단의 삶과 사회의 특성을 이해하려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훼손된 시신의 뼈대 일부, 식별하기 어려운 뼛조각들을 늘 마주한다. 뼈는 한 사람의 생애사를 반영하는 물질로, 삶의 유지를 위해 지속했던 활동은 물론 삶을 위협했던 사건들까지 삶과 죽음 사이에 존재했던 많은 일들을 기록하고 있다.
국내 고고 유적에서 나온 기존 뼈 집단의 분석뿐만 아니라 앞으로 연구가 어떻게 진행될지 조망해주는 이 책은 우리나라 고인골 발굴의 최전선에서 일하고 있는 인골고고학자 우은진이 할 수 있는 역사학과 과학의 접합 학문으로서의 매력으로 가득하다. 또한 복잡하고 어려운 사람뼈의 지식과 정보를 이해하기 쉽게 시각화하는 메디컬 아트medical art 집단인 인천가톨릭대학교대학원의 의생명커뮤니케이션연구소 MEDART가 그린 일러스트, 국립문화재연구원의 사진들과 저자의 발굴 현장 사진 등 69컷을 수록하여 인골을 이용한 옛사람 연구의 구체적인 사례를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