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데없이 토렴이라니, 토렴 사회라니… 이 책의 정체는 뭘까?
이 책은 음식 문화사가 아니다. 그렇다고 맛집 기행문도 아니다. 우리 사회를 움직이는 중요한 가치들에 대한 이야기다. 시대 정신을 찾고자 하는 몸부림이다. 세상 보는 관점을 벼리는 방법과 주변을 파악하는 기술을 다룬다. 그렇다. 토렴은 거들 뿐이다.
토렴은 속칭, 국밥을 먹기 좋게 마는 노하우다.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토렴 정신의 핵심인 삼공 원리는 공감, 공정, 공유라는 3종세트로 구성된다. 너무 흔해 설명조차 필요 없다고 생각했던 개념들이다.
공감에 대해 안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그리 단순하지 않다는 걸 책을 통해 알았다. 공정은 사실 누구나 갖다 쓰는 말이니 말할 것도 없었다. 공정 문제도 제대로 몰랐다고 자백한다. 공유는 그나마 착하게 다가왔다. 자만했던 나의 실행이 후졌을 뿐. 삼공 원리가 왜 공유로 마무리되는지 알게 된 것만으로도 뿌듯하다.
책을 읽어본 소감은 두 가지다. 1) 세상엔 아직 희망이 있다는 것. 2) 그것은 나로부터 시작될 수 있다는 것. 이 책은 나만 옳고 너는 틀렸다, 우린 되고 너흰 안 된다, 우리가 선이고 그들은 악이다 식의 무한지옥 사고에서 빠져나와 세상을 제대로 볼 수 있는 힘을 키워준다.
무엇보다도 〈토렴 사회를 꿈꾸며〉는 꼰대의 책이 아니라는 사실을 강조하고 싶다.
다음은 저자와의 인터뷰다.
토렴으로 시대 정신을 논하는 책을 낸 계기가 있습니까?
라디오나 칼럼에서만 토렴 이야기를 접하다가 무심코 국밥집에 들렀는데 실제 토렴하는 모습을 보고 설명하기 힘든 묵직한 영감이 떠올랐어요. 아르키메데스가 ‘유레카’를 외친 그런 느낌이랄까. 마침 저는 지독한 슬럼프에 빠져 있었거든요. 박사학위 논문을 준비하면서 능력의 한계도 느꼈고, 존재의 무력감 같은 것도 컸고요. 욕구불만이 정점에 달한 때였어요. 누구든 자기 삶이나 사회 현상을 완벽하게 설명해내는 개똥철학 혹은 이론을 갖고 싶어 하잖아요. 그때 토렴을 만난 거죠. 그러니까 제 인생에서 토렴은 우연이자 필연입니다.
평소 고민하던 주제가 무엇이었나요?
경제적 가치와 사회적 가치가 공존하는 모델에 관심이 많습니다. 흔히 그 둘을 불과 물처럼 섞이기 힘든 충돌 관계로 봅니다. 둘 중 하나를 선택하자는 건 지극히 이분법적이죠. 갈등과 충돌이 벌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저는 인간의 관계와 사회를 바라보는 색 다른 관점을 찾아보려 했습니다. 그러다 공감, 공정, 공유라는 재료들에 주목했습니다. 완벽하진 않지만 세 가치가 통합적으로 어우러져 작동하는 법칙을 정립해보았습니다. 이 모델이 세상을 톺아보는 데 조금이라도 기여했으면 합니다.
단도직입적으로 묻지요, 우리 사회의 가장 큰 문제는 뭡니까?
부조리입니다. 앞뒤가 안 맞는 생각과 행위들이 뒤엉켜 어찌할 수 없는 상황이죠. 거창하게 전쟁, 인종, 젠더, 이념, 불평등을 거론하진 않겠습니다. 그보다는 적당히 부조리에 길들여진 습관 혹은 태도가 문제라고 봅니다. 우리는 흔히 꼼꼼한 관찰과 정보 수집보다는 자신의 경험이나 직관에 의존에 판단하는 경향이 강해요. 개인의 경험적 지식에 의존하는 의사결정 행태를 "휴리스틱(heuristic)"이라 부릅니다. 대표적인 것이 "확증 편향"입니다. 그런 유행병이 사회의 갈등을 증폭시킨다고 봐요. 그래서 올바른 가치 판단을 위해 도움이 될 새로운 플랫폼을 만들면 어떨까 생각했습니다. 책 본문에 자세히 소개된 삼공의 원리를 활용하면 나의 가치 마인드가 어디에 서 있는지 객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습니다. 지금보다 더 나아지기 위해 미래의 목표를 설정하는 것도 쉬워집니다.
어떤 독자를 떠올리며 책을 썼나요? 꼭 읽었으면 하는 독자층이 있다면?
요즘 MBTI나 사주팔자에 관심이 있는 분들이 많습니다. 본인의 정체성을 알고 싶은 욕구가 강한 사람들이죠. 주변 환경에 휘둘려 자존감이 눌려 있을 뿐입니다. 환경이 인간을 결정하는 세계관을 신봉하는 사람들은 주로 처세론에 기대려 합니다. 이 책은 인간이 환경에 지배 받지 않고 스스로 결정해나갈 수 있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자신의 정체성을 갈구하는 분들에게 많은 팁을 제공합니다. 기성세대와 MZ세대 간 갈등처럼 사회 변화에 관심이 많은 분들에게도 일독을 권합니다. 공감경영, 공정경영, 공유경영이 어떻게 회사를 초일류기업으로 거듭나게 하는지 그 비결을 접하고 싶은 기업 임직원들도 이 책의 주요 독자층입니다. 제 욕심이겠지만 쫄깃쫄깃한 글맛을 느끼고 싶은 독서 애호가들도 이 책을 만났으면 합니다. 토렴 정신과 삼공 원리를 통해 정치 경제 사회적 사건과 일상의 사례들을 새로운 각도로 재해석해보았기 때문입니다.
책을 읽은 독자가 꼭 기억해주었으면 하는 바가 있으시면 하나만 말해주세요.
제가 책에 쓴 토렴 정신을 표현하는 말 중에 "희생과 감내라는 보이지 않는 손길"이라는 표현이 있습니다. 제가 썼지만 가슴에 깊게 남는 말입니다. 잘 갖춰진 주방에서 좋은 식재료로 음식을 만들 수 있다면 최상이겠죠. 그러나 자원이 부족한 것이 현실입니다. 토렴질에는 수고로움이 숨어 있습니다. 우리 사회도 부족한 현실 속에서 이상향을 추구합니다. 우리가 누리는 행복과 만족 뒤에는 보이지 않는 양보, 배려, 희생, 감내가 뒤따릅니다. 쉬운 길을 놔둔 채 굳이 수고로움을 더하는 토렴 정신을 더 많은 이들이 알아줬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토렴하면 이루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