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락적 읽기를 통해 자신만의 고전 읽기로!
『한비자』 이해의 새로운 지평!
고전, 특히 동양고전을 읽는다는 행위에는 특별한 아우라가 함께한다. 천 년, 혹은 이천 년 이상의 시간을 넘어 지금까지 전해지는 불변의 진리, 혹은 인생이나 처세에 중요한 비법을 담고 있다는 신비함 같은 것들이 ‘고전’이라 불리는 책들을 감싸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책을 읽지 않는다는 한탄이 가득한 21세기의 한국에서도 여전히 『논어』나 『노자』 같은 고전을 읽고 이해하려는 이들은 면면히 이어지고 있다. 북튜브 ‘독학자의 공부’ 시리즈의 책들은 바로 이런 독자들이 더 깊고 더 넓게 동양고전의 세계와 접속할 수 있도록 기획되었다.
‘독학자의 공부’ 시리즈의 네번째 책 『독학자를 위한 한비자 읽기』는 법가 사상의 핵심적인 문헌이자 제자백가 시대의 마지막 걸작인 『한비자』를 여러 측면에서 분석한다. 특히 한비자의 ‘통치론’을 『한비자』의 여러 글들을 직접 인용하면서 설명하고 있는데, 이를 통해 한비자의 사상사적 기여를 도출해 낸다. 유가와 도가와 같은 기존의 사상이 ‘선왕’이라는 문명의 창조자이자 문화의 모범을 기준으로 통치 행위를 구성했다면, 한비자는 ‘보통 임금’으로 통치 주체를 옮겼다는 것, 군신관계의 본질을 불신으로 파악하고 왕을 통치의 초점으로 두었다는 것, 제가와 치국 즉 사와 공의 영역을 분명히 구분했다는 것 등등. 한비자가 사상사에 공헌했다고 평가받는 지점들을 짚어 내고 있다.
지은이는 이런 『한비자』의 사상사적 기여가 기존의 법가 사상(신도, 신불해, 상앙)의 사상을 흡수하여 자기 것으로 만들고, 『순자』와 『노자』 등 기존의 사상들과 영향을 주고받는 과정에서 가능했던 것임을 강조한다. 유가와 도가, 법가를 가르고 사상 간에 큰 간극이 있다고 여기는 것이 제자백가에 대한 일반적인 인식이지만, 실제로는 도가와 법가가 밀접한 영향 관계 속에 있고, 법가가 유가에 내장된 어떤 측면이 발현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후대의 유가사상 속에서 법가가 살아남았다고 보는 관점은 인(仁)과 법(法)을 대립되는 것으로 보는 기존의 생각들을 재고하도록 만든다.
이렇게 『한비자』의 사상사적 측면들을 살펴보는 것과 동시에 지은이는 자신만의 읽기를 시도하는데, 바로 한비자의 문장에 대한 천착이 그것이다. 「세난」, 「고분」, 「화씨」 등 『한비자』의 유명한 글들을 원문과 함께 수록하여 살펴보면서, 그 많은 문장들을 쓰면서도 어떻게 일관된 주제의식을 놓치지 않았는지를 ‘연주체’라는 형식을 통해 설명하고 있다. 삼엄하면서도 날렵한 문장에 『한비자』가 지금까지 살아남은 핵심적인 이유라고 할 수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