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에서 겨울로, 다시 봄으로
열두 달 × 열두 편의 일기로 새롭게 만나는 《나뭇잎 일기》
2018년 궁리출판에서 펴낸 초판본 《나뭇잎 일기》가 2008~2009년, 2011~2012년 작업 중 380여 편을 작가의 호흡에 따라 차곡차곡 모았다면, 2023년에 새롭게 찾아가는 특별판 《나뭇잎 일기》는 초봄에서 겨울로, 다시 초봄으로 이어지는 열두 달 자연의 리듬에 따라 나뭇잎들의 순간을 담아내고 있다. 또한 초판본 《나뭇잎 일기》에서 선별한 79편의 일기와 초판본에서 소개하지 않은 새로운 65편의 일기를 정성스럽게 엮었다. 작가가 연필로 눌러 쓴 손글씨 일기를 그대로 살려 작가의 손끝에 실린 마음을 더 가까이에서 느껴볼 수 있도록 했다. 더불어, 무심히 지나치기 쉬운 나뭇잎들을 자세히 바라본 후 그 이름을 찾아 책의 끝에 실었다.
“당신 생애의 모든 해, 모든 계절, 밖으로 나가 이 나뭇잎들을 음미하라.” 월트 휘트먼이 《풀잎》에서 전한 이 말을 허윤희 작가는 오래도록 곱씹어왔다. 어느 때 보아도 나뭇잎들은 저마다의 빛깔과 저마다의 모양으로 아름답다. 시간의 빛깔을 고스란히 담은 나뭇잎처럼, 우리들의 시간도 지금 이 순간순간 저마다의 빛깔로 아름답다.
“슬플 때는 슬픔을 그리고,
그리울 때는 그리움을 그린다.”
나뭇잎 하나가 알려준 지금의 이야기
2008년부터 10여 년간 나뭇잎을 그리던 작가의 손길은 우리나라 멸종위기식물과 사라져가는 빙하에 닿고 있다. 어느 날 푸르던 나뭇잎이 폭염으로 타들어가는 모습을 본 것이 계기가 되어, 자연을 대하는 태도와 환경문제에 대한 논의를 미술작가의 시선에서 풀어내고 있다.
꽃도 아닌 잎, 그것도 수많은 잎 가운데 하나를 바라보며 그림으로 남기는 화가의 마음은 때로는 아프고, 때로는 고요하고, 때로는 자유로웠다. 허윤희 작가에게 예술이란 “슬플 때는 슬픔을 그리고, 그리울 때는 그리움을 그리는” 삶의 진실한 고백이다. 그래서 작가의 기록은 순간순간을 온몸으로 살아가는 영혼들을 위로한다.
“나뭇잎은 나무의 가장 연약한 살입니다. 그러나 삶을 온몸으로 받아들입니다. 뜨거운 햇살과 거센 비바람을 맞고 자신이 마주한 시간을 온몸으로 새기며 살다가 겨울이 되면 떨어져 흙으로 돌아갑니다. 그리고 다시 봄이 오면 차가운 대지를 뚫고, 딱딱한 나무껍질을 뚫고 작고 연한 잎이 핍니다. 그 생명의 순환을 보며 우리도 하나의 나뭇잎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이 나뭇잎들을 음미하면서 여러분의 삶을 돌아보고, 자연이 주는 사랑과 기쁨에 다가서기를 바랍니다.” -허윤희 작가의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