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사회로 가는 저비용 도시』는 대한민국 사회가 불안한 고비용의 삶을 넘어 행복한 저비용의 삶으로 가는 핵심 로드맵을 밝힌 책이다. 오늘날 우리는 대한민국 건국 이래 가장 부유한 환경에서 살지만, 또 동시에 가장 불안한 미래를 전망하는 시대에 놓여 있기도 하다. 이런 불안의 뿌리는 막대한 비용을 치르지 않고는 살기 어려운 삶의 장소인 ‘도시’에서 연유한다. 서울 같은 대도시에 거주할수록 월수입 대부분을 주거비, 교육비, 의료비, 교통비 등에 쏟아부을 가능성이 커진다. 저자는 이런 현실에 처한 오늘날의 도시를 ‘고비용 도시(High-cost City)’라 부른다. 이 고비용 도시를 저렴한 비용으로도 거주가 가능한 저비용 도시로 바꿔야 시민 모두가 기본적인 삶을 누리는 기본사회가 이루어질 수 있다고 역설한다. 물론 그를 위한 방법론은 사회혁신 방식이어야 한다는 말도 빼놓지 않는다.
저비용 기본사회로 가려면 주거 정치가 중요하다. 저자에 따르면, 주거정책은 TOP(Target Oriented Program), 즉 정책의 수혜층을 목표로 삼아 추진하는 정책이다. 정책별로 수혜층이 명확한 이런 주거정책은 세대 간, 계층 간, 지역 간 갈등을 내재하고 있다. 아파트를 둘러싼 세대 간(586세대 vs MZ세대) 갈등, 종부세 등에 대한 자산가 중심의 조세 저항, 공공임대주택 건설과 관련한 님비 현상과 같은 갈등이 대표적이다. 그래서 주거정책은 공무원의 정책 영역을 넘어 집권 세력의 지지층을 결속시키기도, 붕괴시키기도 하는 주거 정치의 영역이다. 지난 문재인 정부 시절 주거 약자인 MZ세대와 서민들은 더불어민주당의 주거 정치에 실망해 지지 연합에서 떨어져 나갔다. 노동 소득으로 따라잡을 수 없는 자산 격차를 경험한 MZ세대와 서민들의 민심이 민주당을 떠나간 것이다. 따라서 주거 정치는 자산 불평등을 해소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적정 비용으로 안심하고 살 수 있는 주거의 마련이 가능한 기본사회를 실현하는 것이 주거 정치가 짊어질 몫이라는 것이 바로 이 책의 배경이 되는 주장이다.
그를 토대로 『기본사회로 가는 저비용 도시』의 1장은 ‘집’이 왜 희망과 절망의 교집합이 되었는지를 서술하는 것에서부터 출발한다. MZ세대와 586세대는 자산이자 주거 수단인 아파트를 둘러싸고 서로 대척점에 놓여 있다. 아파트 가격의 폭락은 586세대에게 악몽이고, 가격 폭등은 MZ세대에게 악몽이다. 그래서 두 세대는 아파트를 두고 갈등하며 총성 없는 전쟁을 벌인다. 이러한 세대 간 아파트 전쟁은 역대 정부의 주거정책이 실패한 데서 비롯되었다. 주택 가격의 변동에 따라 정부의 정책이 오락가락하다 보니 주거정책은 국민의 신뢰를 잃었고, 집은 욕망 실현의 도구로 전락했다. 2023년 봄에 터진 전세사기라는 사회적 재난도 결국 정부의 일관성 없는 정책이 그 원인이 되어 발생한 것이다. 그런데도 정치권과 언론은 주택 가격의 폭등과 폭락의 원인을 규명해 근본적인 치료를 하기보다는 대중영합주의적인 대증 요법만 내놓고 있다. 이에 저자는 주거정책의 권한을 중앙 정부에서 지자체로 이양하는 ‘주거정책 분권론’을 대안으로 제시한다.
2장은 새로운 주거 유형인 사회주택을 설명한다. 저자는 사회주택과 같은 새로운 유형의 ‘집’이 기본주택이자 저비용 기본사회의 주춧돌이라고 이야기한다. 사회주택은 주택협동조합과 같은 사회적 임대인이 소유하고 관리하지만, 부담 가능한 비용으로 ‘내 집’처럼 살 수 있는 집이다. 이런 사회주택은 안정, 안심, 편안의 이른바 3안(安) 주택이다. 사회적기업인 ㈜두꺼비하우징의 대표이사를 역임하며 실제로 대한민국에 사회주택을 도입하고 제도화한 현장 출신의 정책 전문가인 저자는 사회주택을 통해 무너진 주거 이동 사다리를 다시 놓아 기본사회의 주춧돌을 마련하자고 제안한다.
3장은 소멸의 위기에 빠진 지역을 살리는 해법을 담고 있다. 저출생 고령화로 비수도권 인구는 손을 쓰기 어려울 정도로 감소하였다. 인구의 감소는 필연적으로 지역 쇠퇴와 소멸이라는 어두운 미래를 도래하게 한다. 저자는 문재인 정부 시절 국토교통부 장관 정책보좌관을 역임하면서 도시재생 뉴딜정책을 입안하고 추진한 경험을 살려, 건축 자산을 활용한 지역의 공간재생, 지역재생회사, 로컬 크리에이터의 육성을 대안으로 이야기한다. 또한 중앙 정부 주도의 균형 발전의 한계를 지적하면서 수도권의 분산을 위한 지역 메가시티 전략을 해법으로 제시한다.
4장은 윤석열 정부 들어 적폐로 내몰린 사회혁신 분야의 재도약을 담고 있다. 사회혁신 분야는 사회주택, 도시재생, 마을공동체, 사회적경제, 주민참여예산제 등 새롭게 등장한 혁신 주체들이 협력 거버넌스를 구축하고 구체적인 활동을 실천했던 정책 사업 영역을 말한다. 국가의 행정력만으로는 다원화된 사회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새로운 공공(new public)을 자임하고 나선 주체들이 바로 사회혁신 그룹이고, 사회혁신가들이었다. 저자는 오세훈 서울 시장이 촉발한 편 가르기 행정, 진영 논리 행정이 윤석열 정부의 사회혁신 죽이기로 확대되는 것에 대해 비판하면서 사회혁신가들의 정치세력화를 주장한다. ‘혁신의 세력화’를 통해 정치가 사회혁신을 호명(呼名)하게끔 하는 것, 그것이 바로 이 책에 깃든 저자의 염원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