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 가는 대로 붓 가는 대로,
천재적인 글짓기 능력으로 조선을 열광시킨 방랑시인 김삿갓
조선 후기 때, 팔도를 휘젓고 다닌 뛰어난 시인이 있었다. 그의 이름은 김병연(金炳淵, 1807-1863)으로, 자는 성심(性深)이고 호는 난고(蘭皐)이다. 속칭 김립(金笠)이라고도 불리는데, 그가 바로 우리가 알고 있는 김삿갓이다.
흔히 그를 일컬어 ‘방랑시인’이라고 한다. 전국을 떠돌며 즉흥시로 세상을 노래했기 때문이다. 역적의 죄를 범한 할아버지 탓에 하늘을 보고 살 수가 없었던 그는 큰 삿갓으로 얼굴을 가린 채 홀연히 집을 떠났다. 노모와 처자식까지 거느린 그였다. 예나 지금이나 그런 상황에서 모든 것을 다 내려놓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더구나 그는 당대를 호령하던 세도가문 안동 김씨였으며, 누구보다도 빼어난 시를 지어내는 능력의 소유자였다. 그런 만큼 당시 그가 과거에 응시했다면 장원은 당연지사였을 것이다. 그럼에도 그는 모든 사회적, 물질적 욕망을 내려놓고 평생 방랑의 길을 갔다. 삿갓 아래 인생길에 풍미를 담으면서!
세상에 꽂은 해학과 풍자, 그 인생 라임
시공을 초월하여 우리의 허를 찌르다
김삿갓은 40여 년에 걸친 방랑을 통해 많은 사람을 만났고, 팔도의 산천을 품었다. 그 과정에서 많은 시를 지었다. 때로는 감격하고 때로는 분노하며 붓 가는 대로 시를 썼다. 일필휘지로 써 내려간 그의 인생 라임들에는 하나같이 깊은 울림과 기발한 해학, 풍자를 담고 있다. 그가 당대에는 물론 오늘날에 이르기까지도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까닭은 바로 이 때문이다.
이 책은 김삿갓의 작품을 토대로, 그의 인생을 총 7장에 걸쳐 스토리화하여 엮은 것이다. 김삿갓의 이야기는 남녀노소 누구나 한 번쯤은 접해보았을 내용이다. ‘모든 물욕을 떨쳐버린 사람은 과연 어떤 생각을 하고 평생을 살았는가?’ 하는 화두 하나만으로도 일독의 가치는 충분하다. 시인을 넘어선 백성들의 영웅, 김삿갓. 그는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도 영웅이다. 그때그때 난국을 헤쳐나간 그의 탁월한 지혜와 품격 높은 해학을 내 것으로 만들 수 있다면 인생을 살아가는 데 큰 힘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