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이의 감정」의 중요성 |
부모들은 자녀가 성공하는 데 필요한 감정이 무엇인지 궁금해한다. 그런 분위기에서 각광받기 시작한 감정이 ‘자기 효능감’과 ‘자존감’ 같은 감정들이다. 그런데 이 같은 감정은 태어날 때부터 타고난 것일까, 아니면 후천적으로 생겨난 것일까? 뇌과학에 따르면, 여전히 반신반의다. 하지만 저자들은 감정의 유전적 특징이 고려되더라도 아이들의 감정은 그들이 겪는 관계의 경험, 특히 부모에 의한 경험에 의해 더 큰 영향을 받는다고 지적한다. “자존감은 선천적인 유전적 요인보다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존엄과 존중으로 경험되며, ‘아이 자신에게서’ 저절로 생기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를테면, 세상에서 가장 가까운 관계인 부모는 아이가 감정을 배울 수 있는 ‘감정의 통로’이자 ‘감정의 본보기’인 셈이다.
부모가 좋은 ‘감정적 본보기’가 된다는 것은 어떤 모습일까? 저자들은 “결점을 가진 존재로서 부모는 ‘감정적 본보기’가 될 용기를 가져야 한다”라고 충고한다. 여기서 말하는 본보기는 ‘기념비적’이며 ‘모범적’인 존재여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바쁜 생활에 쫓기며 살아가는 그 어느 부모도 결점 없이 완벽할 수 없다. 모나고 부족하며 감정적 결점이 있는 존재로서, 자연스럽게 감정을 표현하고 정서를 주고받는 본보기다. 이를테면, 아이들은 부모의 다툼과 화해의 과정을 지켜보며 감정을 느끼고 표현하는 법을 배우게 된다. 기쁨, 사랑, 열정, 자부심 등 긍정적인 감정은 물론이고 슬픔, 분노, 무기력, 우울감 등 부정적인 감정도 인생의 일부로서 있는 그대로로 받아들이며, 자연스럽게 느끼고 표현하는 법을 배우는 것이다. 감정은 오르내림이 있고, 지금의 감정도 시간이 흐르며 자연스럽게 사라지거나 또다시 불쑥 찾아온다는 삶의 원리를 체득한다. 요컨대 자존감과 자기 효능감이 높은 영혼이 단단한 아이는 특정한 감정에 치우쳐 있는 아이가 아니라, 자유롭게 감정이 허락된 환경에서 자라나는 아이다.
“감정은 행동을 일으키며, 세상을 평가하고, 가야 할 방향을 정한다.” 굳이 뇌과학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인생에 끼치는 감정의 역할은 시간이 지날수록 그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감정은 인지한 것을 행동에 옮길 수 있도록 하는 충동, 특히 즉흥적이고 직접적인 행동을 일으키는 동력이다. ‘두려움’은 놀라 뒤로 물러나 위험에서 벗어나게 하고, ‘갈망과 그리움’은 눈을 크게 뜨게 하고 팔을 멀리 내뻗게 하며, ‘분노’는 목소리를 높이며 주먹을 쥐게 하고 전투태세를 갖추게 한다. ‘혐오감’은 몸에 좋지 않은 것을 내뱉게 하며, 반대로 ‘사랑’은 끌어당기고 친밀하게 만든다. 이렇듯 감정은 우리의 행동, 특히 즉흥적인 행동에 영향을 준다. 사람들은 감정만으로 다리의 안전율 따위를 계산할 수는 없지만, 다리 저편으로 이동을 모색하는 ‘그리움’과 밀려 내려오는 물에 대한 ‘두려움’은 다리를 만들어야 한다는 열정을 불러일으킨다. 부모가 감정적 본보기로서 아이들의 열린 감정을 존중하고, 아이들이 느끼는 부끄러움, 죄책감, 그리고 사랑과 같은 감정들을 공감해준다면, 아이들은 인생을 살아가는 데 있어서 이러한 감정들을 아주 중요한 길잡이로 활용하는 법을 배울 수 있게 된다.
| 「아이의 감정」의 특징 |
1
이 책은 크게 1, 2부로 나뉘어 구성되어 있다. 1부는 아이들의 감정 세계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치는 35가지 감정들이 사전식으로 정리되어 있으며, 2부는 아이의 감정과 관련된 최신 뇌과학 연구 자료와 배경 자료들을 소개했다.
1부는 사전처럼 정리되어 있어, 굳이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항목을 쪽 순서대로 읽을 필요는 없다. 관심이 있는 항목을 찾아 읽고, 그와 연관된 다른 감정을 함께 찾아보는 것을 권한다. 다만, 처음 읽는 독자라면 상호 연결된 감정의 특성 탓에 처음부터 끝까지 일독할 것을 권한다.
2부는 아이들에게 미묘하게 드러나는 ‘복합 감정’을 이해하는 데 적잖은 도움을 얻을 수 있다. 예를 들어, ‘애증’은 ‘사랑’과 ‘미움’이 교차된 복합적인 감정이다. 부모에게 떼를 쓰거나, 반항을 일으키는 이 같은 복합적인 감정이 얽혀 있다. 또 아이들의 실현될 수 없는 ‘그리움’은 ‘두려움’과 ‘절망’으로 교환되기도 하는데, 이 같은 복합적 감정에 관한 글들은 아이 감정의 다양한 측면을 살펴보기에 유용하다.
2
부록 1, 2로 구성된 ‘감정을 잘 다루는 아이로 키우는 5가지 원칙’과 ‘부모가 아이의 감정을 대할 때 생각해야 할 5가지 원칙’은 저작자의 원서에서는 부록이 아닌 일반 본문으로 구성되어 있던 글들이다. 다만 앞서 등장한 내용을 다시 요약한 글이라는 점에 더해, 이 책의 핵심 메시지라고 판단해 시인성을 고려해서 별색의 부록으로 배치했다. 일독 후라도 시간이 날 때마다 다시 읽기를 권한다.
3
이 책의 주된 가치는 무엇보다 일상적인 아이들의 감정에 관해 다시 생각해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한다는 점이다. 아이들의 감정은 어른들의 감정과 비교해 매우 특별하다. 언뜻 비슷해 보이지만, 아이들이 여전히 성장하며 감정을 학습하고 있다는 차이 외에도 그들이 처한 ‘감정적 환경’이 어른들과 매우 다르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어른들은 스스로 직장을 바꿀 수 있고 심지어 배우자와 헤어질 수도 있지만, 아이들은 자신에게 놓인 환경을 ‘스스로’ 바꿀 수 없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따라서 이례적으로 발생하는 아이의 ‘문제 행동’에만 주목하면, 사후약방문일 수밖에 없다. 아이의 감정은 지금 이 순간에도, 마치 아무 일도 아닌 것처럼 부모에 의해, 교사에 의해, 친구에 의해, 상처받고 훼손되는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도 모른다. 지금 필요한 것은 아이들의 감정에 관한 일상적인 관심, 그리고 꾸준한 지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