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초는 이 책에서 우리 민족사와 민족 분단, 교회 분열과 일치 문제, 여성의 의의와 각성, 민족과 세계 평화, 하나님 나라와 온 피조물의 기도라는 주제들을 다루고 있다. 그런데 저자는 이미 1940년대에 감리교신학교에서 신학 공부를 시작했을 때부터 한민족과 기독교의 관련성에 대한 해답을 추구하였는데, 특히 피억압 식민지 민족의 고난과 민족 분단 상황과 기독교와의 관련성 문제를 생각했다고 한다.
그러다가 1972년 미국과 중국의 국교 정상화 같은 국제적인 화해 분위기가 생겼고, 비록 위장 평화 선언이었으나 자주ㆍ평화ㆍ민족 대단결이라는 통일의 3대 원칙을 천명한 7.4남북공동성명이 발표되자, 원초는 더 이상 민족 분단과 이를 극복하기 위한 통일의 과제를 미뤄둘 수 없다는 자각과 더불어 한국 신학으로의 전환을 결심하고 한국 신학의 일환으로서 통일 신학을 제창하기에 이르렀다.
아직도 우리는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채 전쟁과 평화의 갈림길에 서 있고, 여전히 한국 사회 안에서는 이념 갈등을 지속하고 있으며, 소위 강대국들의 이해 다툼에 속절없이 이용당하고 있다. 또한 일부 수구세력이나 기득권자들은 그들의 권력과 부를 유지하고 더 나아가 확장하기 위한 방편으로 분단의 고착화를 활용하고 있으며, 시민들의 눈과 귀를 막고 또 오도하여 이념 장사에 전념하고 있다.
물론 이제는 통일이 아닌 평화 공존이나 한반도 중립화 방안 등으로 대체하자는 현실적인 이야기도 나오고, 한편 그 제안들이 설득력을 가지고 있다고도 하지만 여전히 그 모든 문제의 화두를 ‘통일’이라는 것으로 대표하여 집약할 수 있다.
초판이 출간된 지 40년이 다 되어가는 이 시점에 여전히 이 책의 개정판을 펴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 책은 원초 박순경의 사후 3주기와 탄신 100주년을 맞아 다시 펴내게 되었다. 이 책의 출간이 우리의 현실을 다시금 자각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저자 머리말
1972년 남북공동 성명이 발표되자, 이것이 어떠한 정치적 상황에서 발표되었든지 간에 이것을 계기로 해서 나는 저 민족 문제들을 한국 신학의 필연적인 주제들로서 재반성하기 시작했다. 한국 신학의 주제로서의 한민족은 물론 그러한 특정한 주제들 이상이며, 종교와 문화 사상을 내포하고 있는 민족사 전체에서 파악되어야 하지만, 민족사 전체의 의의는 오늘의 민족적인 삶의 문제 상황, 특히 분단 상황의 극복이라는 방향에서부터 파악되어야 할 것이다. 따라서 한국 신학은 저 특정한 민족 문제들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그럴 때, 한국 신학의 방향이 열리고 방법론이 형성되리라고 생각한다. 『민족통일과 기독교』라는 이 책에 그러한 한국 신학적 작업의 일부분이 제시되어 있다.
◈ 엮은이의 말
이 책의 머리말에서 원초가 밝히고 있듯이 원초는 1940년대에 감리교신학교에서 신학 공부를 시작했을 때부터 한민족과 기독교의 관련성에 대한 해답을 추구하였는데, 특히 피억압 식민지 민족의 고난과 민족 분단 상황이 기독교의 관련성 문제를 생각하게 만들었다고 한다. …
원초가 한민족 혹은 조선 민족을 한국 신학의 주제로 생각하게 된 직접적인 역사적 배경은 우리의 근현대 민족사에서 전개된 항일 민족운동과 1945년 이래의 민족 분단 상황을 극복하려는 통일운동에 있다는 사실을 통일신학 관련 논문들에서 밝히고 있다.
_ 김애영, 〈개정판을 펴내며〉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