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캉을 어떻게 ‘실천’할 수 있을까?
-라캉 연구가 및 실제 임상의와 정신분석가를 아우르는 광범위하고 실용적인 라캉 해설서
『라캉 정신분석 실천』은 정신분석의 이론과 실천에서 작동하는 ‘앎’과 ‘알지 못함’을 설명하기 위해 아리스토텔레스의 철학적 틀을 제시한다. 또한 다양한 유형의 프레임과 증거를 포함하여 듣기, 인용, 구두점, 절분의 실천, 분석가의 저항과 욕망, 은유로서의 전이 사랑, 분석의 종결에서 부정적 전이의 역할, 그리고 분석의 끝에서 간주되는 라캉의 마지막 공식화로서 생톰(sin thome)과의 동일시 같은, 라캉학파 임상 실천의 중심 원리들을 설명한다. 임상의, 분석가, 라캉학파 분석가를 위한 임상과 사례의 광범위한 실천적 지식을 담은 이 책은 인간 정신을 탐구하는 여러 독자들에게도 역시 흥미롭고 유용한 텍스트가 될 것이다.
정신분석학의 이론은 실천과 분리될 수 없다
“나는 자주 상호 교환적으로 사용되는 실천(practice)과 기술(technique)이 실제로는 서로 다른 형태의 이성에서 파생된 두 가지 다른 개념을 대표한다고 제안한다. 정신분석에서 실천은 기술적 합리성이 아닌 분석적 행위로서의 실재의 실천이다. 기술은 정보만 포함하지만, 실천은 인간의 주체성(subjectivity)과 심리적이고 정신적인 경험을 포함한다.” (14쪽)
‘정신분석 실천’은 정신 건강 분야의 흔한 사례들처럼 기술자나 전문가가 이론적 지식을 무시하고 실천할 수 있는 쉬운 형태의 응용 정신분석이 아니다. 요컨대 이론 정신분석은 분석적 실천과 완전히 분리될 수 없다. 이론과 실천의 분리는 자칫 정신분석의 사적인 실천을 고립시킬 수 있고, 그것은 또한 이론의 빈곤과 함께 기술 자체의 빈곤으로 이어진다.
라캉의 이론이 어느 시점부터는 추상적이더라도 항상 분석가를 염두에 두고 전달되거나 분석적 실천과 관련하여 생각된 점을 감안할 때, 그는 실천이 없는 이론이나 체계적인 관계가 없는 이론에 의한 실천 등 정신분석계의 상황을 못마땅하게 볼 것이 분명하다. 라캉에 따르면, 이론이 없거나 과학 이론이나 서양 사상의 역사와 연결되지 않는 순전히 기술적 절차로서의 심리치료는 응용 정신분석이 될 수 없다. 응용 정신분석은 이론을 ‘전문가’에게만 맡기는 이론이 결여된 실천이 아니다. 그것은 개인 실천이나 표준 프레임뿐만 아니라 실제로 다양한 형식과 환경에서 이루어질 수 있는 이론의 실천이다.
정신분석에서의 ‘실천’이란
앞서 말했듯, 정신분석의 실천이란 반드시 기술적 합리성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즉 그것은 언어나 수학적 정보뿐만 아니라 인간의 주체성, 욕망의 주체적 진리, 심리적 및 정신적 경험, 주체 자신의 존재에 뿌리를 둔 ‘자유롭게 떠도는 주의(attention)’를 포함한다. 이는 사례를 논의할 때, 분석가가 윤리적·실천적 관점에서 임상적 자료들을 계속해서 위장하고 수정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정신분석의 과정에서 직면할 수 있는 문제는 주체의 사생활 보호의 문제뿐만이 아니다. 정신분석 세션의 모든 측면을 기술, 측정 또는 척도화할 수 없다는 것 또한 문제이며, 분석가에게는 이를 기억하는 것이 중요하다. 아무리 뛰어난 묘사라 할지라도 실재를 고스란히 대변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실천이란 한 개인이 단순히 숫자나 집합, 범주 또는 실험의 구성 요소로 취급되는 것이 아니라, 실재의 실천이나 특정 유형의 활동에 직접 참여해야 함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자유 연상법은 생각, 감정, 진리, 기표 등을 이미 결정된 사고, 지식, 이데올로기의 연쇄로부터 푸는 방법을 구성한다. (중략) 이론과 실천은 서로 관련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개방적이거나 포화되지 않은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 (54~55쪽)
“라캉은 우리가 더 정확하도록 돕는다”
현재의 관점에서 정신분석은 대체로 낡고 의심스러운 개념으로 여겨진다. 그러나 라캉의 정신분석은, 이론과 실천의 문제를 해결하고, 정신분석을 21세기 현대 문화와 관련시키기 위해 정확히 맞춰진 새로운 패러다임이다. 다른 정신분석학파가 라캉의 정신분석을 무시하고 그의 방법론을 배제하거나 때로는 자신들의 관점을 위하여 표절한다면, 라캉 정신분석에 대한 진지한 연구에서 나온 것이라기보다는 당파적인 움직임일 가능성이 크다. 이것은 정신분석학 전체의 해체라는 위험으로 이어질 수 있다.
『라캉 정신분석 실천』은 라캉의 프로이트 원칙 재공식화, 프로이트의 작업에 대한 독창적인 기여, 그리고 실재와 주이상스를 중심으로 한 라캉의 후기 작업에 동등한 관심을 기울인다. 결국 이 책은 ‘라캉의’ 정신분석에 대한 책이지 단순 정신분석에 관한 책은 아니다. 그리고 동시에, 라캉의 정신분석학과 다른 21세기 사상 및 실천 학파 간의 유사성과 차이를 강조하는, 충분히 늘어나고 구부러지는 유연한 책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