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2학년 수진이는 엄마랑 단둘이 원룸에서 살고 있어요. 늦여름 어느 날, 태풍이 휘몰아친 날, 엄마는 오지 않고, 건물 앞 도로는 물이 넘치고, 윗집은 유리창이 깨져 물바다가 되었어요. 원룸에 살고 있는 모든 사람들이 수진이 집에 모였어요.
같이 살았지만, 처음 보는 이웃들. 엄마가 올 때까지 원룸의 이웃들은 혼자 있는 수진이를 지켜주기로 했어요. 드디어 엄마에게서 문자가 왔어요. 하지만 원룸 건물 앞 도로에 물이 넘쳐서 건널 수 없다는 내용이었어요. 수진이와 이웃들이 원룸 입구로 내려갔어요.
물이 넘쳐흐르는 도로 건너 편에 보이는 엄마. 걱정하는 수진이를 위해 이웃들은 좋은 생각을 떠올렸어요. 이웃들은 힘을 합쳐 엄마를 무사히 구출해냈어요. 그리고 그날부터 원룸의 이웃들은 한 가족이 되었어요. 101호 102호가 아니라 수진이 방, 아줌마 방으로 부르기로 했어요.
원룸의 이웃들이 수진이 엄마를 구해 준 아이디어는 무엇이었을까요? 원룸 사람들은 하룻밤 만에 어떻게 한 가족이 될 수 있었을까요?
〈한 방〉은 2022년 힌남노 태풍을 소재로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1인 가구들이 가장 많이 살고 있는 주거 형태인 원룸을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한 방〉은 어려운 이웃들이 힘을 합쳐 거대한 재난을 이겨내고 한 가족이 되는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한 방〉의 글 작가인 박형철 작가는 경북 포항에서 출판사를 운영하며 문화재생활동가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문화재생활동이란 재난 이후의 삶을 문화적으로 복구하고 재생케 하는 활동을 말합니다.
박 작가는 문화재생활동을 하며 재난과 사회적 약자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가지게 됐다고 합니다. 그 관심을 토대로 〈한 방〉을 쓰게 되었다고 합니다. 특히 포항은 2017년 지진으로 도시 전체가 트라우마를 갖고 있고, 2022년 힌남노 태풍으로 인해 많은 피해를 입은 지역입니다. 포항 시민들이 이러한 재난을 이겨내고 다시 일상의 삶으로 돌아가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도 싶었다고 합니다.
그림작가인 윤은경 작가는 〈한 방〉 그림책을 과슈로 그려냈습니다. 따뜻하면서도 적당히 무거우며 선명한 색상을 표현하는데 있어 과슈는 탁월한 선택이었습니다. 하지만 빨리 마르는 특성 때문에 그림을 그리고자 한 번 앉으면 밥 먹는 시간도, 화장실 가는 시간도 없이 4~5시간을 그림에 집중해야 했다고 합니다. 그러다 보니 손가락 마디마다 파스를 잘라 붙이는 새로운 경험도 해보았다고 합니다.
윤 작가는 〈한 방〉 그림책을 통해 가족의 의미가 축소되는 요즘 서로 도와주고 의지가 되며 따뜻한 ‘이웃 가족’을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고 전했습니다.
학교앞거북이 출판사는 경북 포항의 작은 그림책 출판사입니다. 지역의 소재와 스토리, 그리고 지역 작가님들과 함께 재미있고 아름답고 감동적인 그림책들을 만들고 있습니다. 현재까지 그림책 〈별 따는 해녀〉, 〈마법의 숲〉, 〈우리 집이 제일 좋아〉, 〈이제 괜찮아, 엄마 왔어〉, 〈코끼리 별똥별〉, 〈마녀책방〉, 〈다행이야〉를 출간하였습니다.
〈한 방〉 그림책은 2023 문화도시 조성사업의 일환으로 사업비를 지원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