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랑스 최고 문학상 공쿠르상 수상 작가
★ 스페인의 노벨상 아스투리아스상 수상 작가
★ 2022년 박경리 문학상 수상 작가
“시공간을 자유로이 넘나드는 거장”
아민 말루프의 펜 끝에서 펼쳐지는
이슬람 황금기의 페르시아!
루바이야트, 지식인들의 뮤즈
1912년, 북대서양 한복판에서 여객선 타이타닉호와 함께 시집《루바이야트》의 1911년 판본이 가라앉았다. 자수정, 루비, 에메랄드 등 천 개가 넘는 보석으로 장식된 이 판본의 당시 가격은 현재 가치로 약 1억 원에 달했다. 이런 고급스러운 판본이 만들어진 데는 《루바이야트》를 향한 당시 유럽 지식인들의 열렬한 사랑이 있었다. 19세기 영국의 시인 에드워드 피츠제럴드가 《루바이야트》를 영어로 번역하면서 이 페르시아의 문학이 서방 세계에도 전파된 것인데, 오늘날에 와서도 《루바이야트》는 T. S. 엘리엇,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같은 문학가들에게 깊은 영향을 끼치고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밥 딜런의 가사에도 여러 번 인용되는 등 전 세계 지식인들의 영감의 원천이 되고 있다.
《사마르칸트》는 천 년의 시간을 뛰어넘는 지식인들의 뮤즈 《루바이야트》에 얽힌 일화에 아민 말루프만의 역사적 상상력을 곁들인 역사 소설이다. 이 책은《루바이야트》가 세상에 나올 수 있었던 계기부터 이 시집이 오늘날까지 전승될 수 있었던 경위까지《루바이야트》의 수세기에 걸친 여정을 따라간다.
‘지구의 여왕’ 사마르칸트를 되살려내다
탑, 돔, 아치문으로 둘러싸인 광장, 섬세한 모자이크와 오색찬란한 광채를 머금은 아라베스크 문양으로 장식된 웅장한 건축물, 냇물과 초목과 동물 조각상이 어우러진 정원, 벽돌 미너렛과 하얀 망루…… 화려함과 위용을 자랑하던 페르시아의 오랜 도시 사마르칸트는 13세기 몽골 침략을 비롯해서 거듭되는 재난으로 점차 쇠퇴했다. 이제는 기울어진 탑과 부식된 외벽, 광활한 벌판만이 남았지만 수백 년간 켜켜이 쌓인 사마르칸트의 모래층 밑에는 온갖 보물과 비밀이 숨어 있다.
아민 말루프는 이 소설에서 땅 밑에 파묻힌 사마르칸트의 역사를 끄집어내, ‘지구의 여왕’으로 불리던 이 도시의 가장 빛나던 시절을 우리 앞에 불러낸다. 튀르크인이 세운 셀주크 제국이 맹위를 떨치며 이슬람 왕조들을 위협하는 11세기 페르시아를 배경 삼아, 제국의 지배자 술탄과 국정 책임자 재상, 예언자 무함마드의 후계자인 칼리파의 정치적 암투와 여러 이슬람 종파 간의 종교 분쟁, 그 안에서 벌어지는 섬뜩한 음모와 잔혹한 복수를 아름다운 사막의 오아시스 도시들을 무대로 하여 흥미진진하게 그려낸다.
베일에 싸인 천재 시인, 자유사상가
오마르 하이얌은 11세기 페르시아의 도시 니샤푸르에 태어났다. 당대에 하이얌은 이항정리를 증명한 수학자이자 3차 방정식의 기하학적 해법을 제시한 기하학자, 현대 페르시아력의 기반이 된 태양력을 발명한 천문학자로 이름을 떨쳤다. 하지만 시인이자 자유사상가로서의 하이얌은 주목받지 못했고 그의 생애도 알려진 바가 많지 않다. 아민 말루프는 ‘하늘에서 빌려온’ 상상력으로, 베일에 싸인 자유로운 시인 오마르 하이얌의 삶을 재현해낸다. ‘이단’으로 몰리면 공개 태형을 당할 만큼 종교 교리가 엄격하던 시대에 어떻게 술과 인생을 예찬하는 시를 지을 수 있었는지, ‘세상을 관조했던’ 오마르 하이얌이 어떻게 ‘세상을 지배했던’ 니잠 알물크, ‘세상을 공포로 떨게 했던’ 하산 사바흐와 인연을 맺게 되었는지, 흡입력 있는 서사와 생기 넘치는 묘사로 하이얌의 생애를 우리 눈앞에 펼쳐 보인다.
작가 아민 말루프의 철학
아민 말루프는 폭력과 고통으로 점철된 역사적 사건들을 소설의 언어로 재현하며 “비극과 슬픔 속에서도 인간의 모험은 계속된다”는 메시지를 끊임없이 전하는 작가다. 《사마르칸트》에서 그는 전쟁을 겪고, 박해를 받아 쫓겨 다니고, 사랑하는 이를 여럿 잃으면서도 “어떤 진리에도 아첨하지 않고, 어떤 법도 따르지 않”던 오마르 하이얌의 생애를 조명한다. 인간은 궁극적인 가치를 위해 살아야 한다는 아민 말루프의 철학을 이 웅장하고도 매혹적인 소설에서 만날 수 있다.
말루프는 역사적 사실에 환상적인 요소와 철학적 생각을 흥미진진하게 엮어내고 사실적인 문체와 신비로운 분위기를 절묘하게 조화시키는 작품을 선보이며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한 평론가는 그의 작품 세계를 두고 “말루프의 발언은 이 땅의 모순들과 인간들의 가슴을 향해 있지만, 그의 상상력은 하늘에서 빌려온 것이 분명하다”고 평가했다. 특히 말루프는 중동, 아프리카, 지중해 세계에서 벌어진 역사적 사건들을 소재 삼아 인류에게 고통을 주는 종교적, 정치적 압력과 충돌, 정체성의 문제를 다루어 왔다. 역사적 폭력을 다루는 가운데 용서와 화해, 공존의 길을 모색하는 것이 말루프 작품의 특징이다. 이런 주제에 집요하게 천착해 온 것은 문학을 통해 타자에 대한 편견을 걷어내고 폭력과 고통을 해결할 길을 찾을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