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석탑의 일부만 남아 있는 미륵사 절터에
맏동과 선화, 그리고 함께한 많은 이들의 이야기가
생명을 불어넣은 듯 다시 되살아나다
백제 때 ‘금마저’라 칭했던 지금의 전북 익산에는 당시 최대 규모로 건립된 사찰 미륵사 터가 있습니다. 절은 없고 절 터만 남은 곳에 두 개의 탑이 있는데, 그나마도 하나는 반쯤 무너진 상태로 남아 있지요. 백제 무왕이 왕비의 뜻에 따라 못을 메워 지었다는 미륵사는 왜 지금은 사라졌고, 탑은 왜 온전치 못한 모습일까요? 지금으로부터 약 1400여 년 전 까마득한 옛날에 이곳에선 어떤 일들이 있었을까요?
작가는 흔적만 남은 절 터에 덩그라니 남은 돌탑에서 오래전 우리 선조들의 바람을 들었습니다. 백제 무왕 대 건립된 미륵사에 담긴 이야기와 서동설화에 등장하는 맏동과 선화 공주, 그리고 그들과 함께한 많은 이들을 하나하나 떠올렸지요. 아버지가 누구인지 모르는 출생의 비밀을 안은 채 말 못 하는 어머니를 모시고 사는 맏동, 그런 맏동에게 신분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마음을 주는 선화, 이들을 시기하고 모함하며 괴롭히는 달솔 어른, 맏동과 어머니를 도와주는 여러 스님들, 힘이 되어 준 동무들, 그리고 당시 경제적 어려움에 자주 출몰했던 도적과 해적들 등. 개성을 가진 등장인물들이 사건을 만들고 이야기를 이어 가며 우리가 알던 서동설화는 《돌탑에 쌓은 바람》이란 동화로 새롭게 만들어졌습니다.
작품에서 맏동은 자신이 겪는 핍박에도 불구하고 쌓여 있는 돌탑에 자신의 바람을 담아 돌 하나를 올립니다. 어머니가 목소리를 되찾기를, 아버지를 찾을 수 있기를, 선화 아가씨가 건강하기를. 무수히 쌓인 돌멩이들을 보며 자신과 같은 간절한 바람을 가진 이들의 뜻도 모두 이루어지기를 바라지요. 그리고 마침내 자신의 뜻이 이루어졌을 때, 수많은 백성들의 뜻이 무너지지 않고 하늘에 닿을 수 있기를 바라며 튼튼한 석탑을 세우기로 합니다.
지금 남아 있는 미륵사 석탑은 우리나리에서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석탑이자 가장 규모가 큰 석탑이기도 합니다. 미륵사 터에서 석탑을 보고 언제 만들어졌는지 숫자 기록을 보고 사진을 찍고 그곳을 지나치기보다, 그 오래전에 왜, 누가 이 절을 짓고 탑을 세웠는지 생각해본다면 단순한 유물이 아닌 마음을 울리는 감동으로 다가오지 않을까요?
‘서동설화’와 ‘서동요’는 백제 무왕의 이야기로 잘 알려져 있지만, 그 이야기의 어디까지가 역사적 사실인지는 아직도 검증해야 할 부분이 많습니다. 하지만 어떤 목적으로 만들어진 설화든, 그리고 그걸 재구성해 소설과 드라마 등 다양한 형태로 재창조한 작품이든 그것은 모두 우리 문화유산이고 한국의 얼이 담긴 콘텐츠라 할 수 있습니다. 이제까지 나온 서동설화에 관한 콘텐츠들이 주로 어른들을 위한 이야기였다면, 여기 또 하나의 새로운 서동설화 《돌탑에 쌓은 바람》은 어린이의 눈높이에 맞춘 동화입니다. 이 작품을 통해 우리의 오래전 역사인 백제 이야기와, 엄연히 존재하는 미륵사 터, 미륵사 석탑에 얽힌 감동을 어린이 친구들도 함께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