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의 용기를 끄집어내다!
우아한 생산자의 유의미한 모험
우유는 인간의 역사와 함께했다. 동네 마트만 가도 우유로 만든 것들이 진열대를 가득 채운다. 우유, 치즈, 아이스크림, 케이크…… 일상 속에서 떼려야 뗄 수 없는 생명의 음료가 바로 우유인 것이다. 그런데 오늘 내가 마신 이 우유 한 컵에 문제가 생겼다면 우리는 과연 어떻게 해야 할까? 『불량한 우유 회사의 수상한 49층』에서는 평범한 나날을 방해하는 어른들을 응징하고 소비자의 용기를 끄집어내기 위해 우아한 할아버지 생산자가 나섰다.
밀리그렌 마을에서 농장을 운영하는 할아버지는 이 마을 농장에서 우유를 공급받아 판매하는 몬테 피오리토 회사의 우유 맛이 어느 날부턴가 이상해졌다며 그곳에 여러 차례 항의했지만 묵묵부답이다. 이대로 손을 놓고 기다리고만 있을 수 없는 할아버지. 용기를 내 우유 속에 숨겨진 거대한 비밀을 파헤치기 위해 우유 회사에 직접 찾아간다. 하지만 이틀이나 사흘이면 돌아오겠다던 할아버지가 며칠이 지나도록 소식이 없다. 할아버지에게 대체 무슨 일이 생긴 걸까? 꼬마 페그는 자신의 할아버지를 찾기 위해 예기치 않은 모험을 시작하기로 한다.
도로 위에 숨겨진 규칙 속으로!
꼬마 페그의 예측불허 도시 입성기
드디어 꼬마 페그의 모험이 시작됐다. 1인용 양철 자동차 ‘투덜이’를 타고 구불구불한 산길을 넘어 고속 도로에 들어서자 괴물 같은 속도의 차들이 도로 위를 쌩쌩 질주한다. 시골과는 다르게 무시무시한 경적이 들리는 이곳에선 지켜야 할 규칙들이 아주 많아 보인다. 꼬마 페그 앞에 놓인 수많은 규칙은 우유 회사가 저지른 폐해와 대조를 이뤄, 우리 사회 저변에 짙게 깔린 도덕 불감증을 보여준다. 이를 통해 독자들은 사회 구성원으로서 지켜야 할 도덕적, 윤리적 규칙의 중요성을 깨닫고, 일상에서 "나 하나쯤이야"라는 안일한 생각이 규칙을 흔들고 나아가 사회를 부패하게 만든다는 사실 또한 배우게 된다.
『불량한 우유 회사의 수상한 49층』은 인형이 말을 하거나, 어린아이가 양철 자동차를 타고 고속 도로를 운전하는 일처럼 자칫 낯설게 느껴질 수 있는 판타지적인 요소가 한데 어우러져, 현실과 상상의 경계를 자연스럽게 넘나들어 아이들의 상상력을 높여주며 무거운 주제의식도 가뿐히 받아들일 수 있도록 도와준다.
수상한 49층에 미세한 균열을 일으키고,
마침내 정의로움을 깨어나게 하다!
꼬마 페그는 우여곡절 끝에 무사히 우유 회사에 도착하게 된다. 이윽고 회사 직원들의 수상한 행동과 49층에 대한 이상한 소문으로 할아버지의 행방을 미묘하게 감지하게 된 꼬마 페그는 통풍구를 통해 건물에 몰래 잠입하게 되고, 그곳에 감금되어있던 우유 회사 모델 킬레의 도움을 받아 보안 요원에게 발각될 위기에서 벗어나게 된다. 킬레의 등장은 건강권뿐만 아니라 허위 광고, 납치, 감금이라는 ‘불량 범죄’를 저지른 우유 회사의 진실을 밝혀내며 수상한 49층에 미세한 균열을 일으키고 어느새 이야기는 절정에 다다르게 된다.
정신없이 휘몰아치던 찬란한 모험이 페이지를 가득 채우고 나면 우리는 이 이야기가 단순한 모험이 아닌 일부 어른들의 ‘어리석음’을 비판하고 ‘정의로움’의 가치를 강조하는 따끔한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음을 알게 된다. 이를 통해 아이들은 스스로 생각하고, 결정하고, 행동으로 옮길 수 있는 강인한 용기를 얻게 된다. 그리하여 이 책을 덮고 난 독자들이 모두가 정의로운 사회를 위해 작은 움직임을 시작하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