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한 마디로 시작되는 아이와 어른의 신나는 동심의 세상
★★ 자신을 작게 만들 줄 아는 어른들에게 _ 이레네 페나치
일상에서 재발견하는 놀이, 신나는 축제 속으로!
다섯 아이들이 장난기 가득한 표정으로 이불, 인형, 빨래집게, 우산 등 온갖 물건을 들고 모입니다. 어떠한 규칙과 설명 없이 뚝딱뚝딱 무언가를 만드는데, 이내 기둥이 세워지고 지붕이 덮입니다. 무엇을 만드는 걸까요? 나만의 보물을 꼭꼭 숨긴 보물 창고? 어른들 잔소리를 피할 비밀 아지트? 확실한 건 아이들에게 이곳은 없는 게 없고, 하고 싶은 모든 걸 할 수 있는 아이들만의 왕국이라는 점입니다.
아이들이 이제부터 자신들만의 신나는 이야기를 풀어가겠구나 싶을 때 이야기는 방향을 슬쩍 바꿉니다. 어른들이 하나둘 찾아오고 그들은 뜻밖의 말을 하거든요. “들어가도 될까?”
이 한 마디는 아이들의 세계로 들어가는 마법 주문이자, 아이와 어른이 연결되는 따뜻하면서도 강력한 끈이 되어 마지막 신나는 피날레까지 멋지게 끌고 나갑니다.
책 전체에서 “들어가도 될까?” 이 문장 외엔 아무런 글이 없고 장소도 계속 한 곳을 그리고 있음에도 누구에게나 이야기 흐름에 깊은 몰입과 공감을 일으키는 생명력 넘치는 그림책입니다.
마음 속 아이를 다시 꺼내 보는 유쾌한 시간
어른이 되면서 얻는 것도 많지만 잃는 것도 많아집니다. 굳이 잃지 않아도 될 것까지도요. 〈들어가도 될까?〉는 바로 그 잃지 않아도 될 것에 대해서도 이야기합니다.
우선 어른들은 “이게 뭐야?”, “누가 만들었어?”, “구경 좀 해도 돼?”와 같이 객체로서, 평가자로서가 아니라 아이들이 만든 세계를 진심으로 존중하며 “들어가도 될까?”라고 조심스레 묻습니다. 따라서 ‘될까요’라고 존댓말 표현을 쓰는 것도 좋겠지만, 서로 배려하는 평범한 또래 친구처럼 다가가는 게 아이들 입장에선 더 부담 없고 친근하겠지요.
그렇게 어른들은 사이좋은 친구처럼 자연스럽게 동심의 세계에 오랜만에 다시 들어섭니다. 처음 만난 사이 같기도 하고 원래 아는 사이 같기도 한 아이들과 어른들, 같이 노는 것 같기도 하고 또 각자 편안하고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것 같기도 한 그야말로 완벽한 자유와 공감의 공간이 펼쳐집니다. 더욱이 이 장면들은 펼친 면으로 그려져 그 느낌을 한껏 배가시키고 드디어 맨 마지막 장은 순수하고 즐거운 동심의 절정을 이루지요. 어른들 누구나 간직하고 있는 마음 속 아이가 꺼내지는 순간이자, 가까이 있었지만 놓치고 있었던 소중한 행복을 깨닫는 순간이기도 합니다.
모두가 신나고 행복한 동심의 세상
어른들의 조심스런 질문에 아이들의 대답을 글로 표현하지 않습니다. 바로 그 다음 장면은 마치 처음부터 함께인 것처럼 편안하고 자유스럽게 어울리는 모습입니다. 진심으로 다가오는 어른들에게 아이들의 대답을 굳이 글로 표현하는 것이 작가에겐 군더더기처럼 느껴졌을 수도 있었겠지요.
인형을 꼭 껴안고 있는 아이, 여유롭게 그림을 그리는 어른, 아기를 어르는 할머니, 소풍 놀이를 하는 어른과 아이, 매 장면마다 등장하는 고양이까지 작은 아지트 안의 등장인물들은 혼자 또는 여럿이 각각 하고 싶은 놀이를 합니다. 그런 가운데 함께 어우러져 아지트를 채워 나가고요. 각자 가져온 물건은 다 다르고 심지어 과연 필요할까 싶은 것들도 있지만 이곳에서는 모두가 제 역할을 톡톡히 합니다. 그렇게 알록달록 어지럽게 채워진 온갖 물건들과 왁자지껄 즐거운 놀이를 하는 어른과 아이들로 인해, 아지트는 점점 더 어지럽혀지고 뒤죽박죽이 되어가지만 세상 어느 곳보다 재미나고 평화롭습니다. 아이와 어른이 함께 동심의 세상을 만들어 소통하는 곳이니까요.
오랫동안 어린이들의 마음을 공부해 온 작가 엘레나 로시나의 의미 있는 메시지와, 늘 가족, 자연의 따뜻한 순리를 섬세하게 표현해 온 이레네 페나치의 그림이 멋지게 어우러진 〈들어가도 될까?〉. 아이들의 자유로운 상상이 가득한 소중한 놀이와 조심스레 마음 속 동심을 다시 낸 어른들의 솔직한 모습에서 세상의 따뜻함을 한껏 느끼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