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립의 공포와 깊고 어두운 불안
그리고 저 너머에 도사리고 있는 더 커다란 어둠
어맨다와 클레이 부부는 아들 아치와 딸 로즈와 함께 여름휴가를 보내러 뉴욕의 집을 떠나 롱아일랜드 외딴 지역으로 향한다. 이 휴가를 위해 에어비앤비에서 호화로운 저택을 빌렸고, ‘궁극의 탈출’을 약속했던 집은 고급스러운 실내 인테리어부터 커다란 수영장과 야외 온탕까지 현실에서 벗어났다는 환상을 완벽하게 충족시켜주는 아름다운 곳이다. 그러나 한적한 휴가지에서 보내는 느긋한 일상도 잠시뿐, 늦은 밤 갑작스레 현관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리며 이들의 고요한 평화는 산산조각난다.
겁에 질린 어맨다와 클레이가 문을 열었을 때 그들을 기다리고 있는 것은 흑인 노부부 G. H.와 루스. 이 저택의 주인이라고 자신들을 소개한 두 사람은 뉴욕 시내 전체에 정전이 발생해 대혼란이 일어났고, 그래서 시내의 14층에 위치한 자신들의 아파트가 아니라 외곽에 있는 이 집으로 피신해 왔다고 주장한다. 노부부는 상당한 액수의 현금을 내밀며 아래층 손님방에서 머물게 해달라고 요청하고 얼떨결에 이들을 집안에 들이게 되지만, 어맨다는 이들의 말을 완전히 믿지 못하고 의심을 품는다. 흑인이 이런 집을 소유할 만큼 소득이 높다니 말이 되나? 이들은 안전한 사람들인가? 우리 가족을 해치지 않을까?
텔레비전은 비상 방송이라는 안내가 나온 뒤 텅 빈 파란색 화면만 내보내고, 인터넷은 연결되지 않고, 전화도 당연히 터지지 않고, GPS는 이 지역에 들어온 뒤부터 계속 먹통이다. 차를 몰고 밖으로 나가보지만 차도 사람도 없이 황량한 도로에서 길을 잃고 만다. 대체 저 바깥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또 그 원인은 무엇인지-단순 정전인지, 허리케인인지, 테러가 발생한 건지, 아니면 전쟁이 난 건지-아무것도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서로를 완전히 믿지 못하는 두 가족은 고립과 불확실성과 공포 속에 내던져진다. 그리고 이어지는 불가사의한 일들. 유리에 금이 갈 만큼 크고 갑작스러운 소음이 세계를 뚫고 지나가고, 집 바깥의 숲에는 수백 마리가 넘는 사슴이 떼를 지어 움직이고 수영장에는 분홍색 플라밍고가 우아하게 수면을 스치고 날아오른다.
지금의 현실에 걸맞은 사회소설이자 디스토피아 소설
『세상을 뒤로하고』에서 불안과 공포를 야기하는 핵심적인 요인은 바로 상황을 알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뉴욕 시내가 정전되었다는 것을 제외하면 도대체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파악할 수 없는 상황에서 무지는 두려움을 더욱 증폭시키고, 바깥세상과 단절된 채 목격하게 된 원인 불명의 미스터리한 일들은 마음속 깊은 곳에 자리한 불안을 자극한다. 불확실성과 격리가 동반된 팬데믹을 겪은 독자는 정체불명의 재난 상황에 놓인 가족의 모습을 지켜보며 각자의 경험을 떠올리게 되고, 작가는 이 불안과 공포의 감정을 극한까지 몰고 가 지극히 현실적인 세상의 종말을 완벽하게 펼쳐 보인다.
소설은 집이라는 한정된 공간을 설정해 단절과 고립에서 오는 긴장감을 팽팽하게 유지하는 동시에 그 공간 안에서 서로를 의심하고 또 의지할 수밖에 없는 등장인물들의 내면을 섬세하게 분석한다. 재난 상황을 영웅적으로 돌파해나가는 인간을 그리는 것이 아니라 도덕적 결점과 한계를 치밀하게 파고들어 오히려 실패작에 가까운 인간상을 현실적으로 제시하는 것이다. 이에 따라 인종과 계급의 문제, 사회적 차별이라는 현실의 문제가 자연스럽게 화두로 떠오르고, 결국 종말의 시작을 앞두었을 때 세상의 모습은 지금 우리가 사는 세상과 전혀 다르지 않으리라는 불편한 진실이 눈앞에 드러난다. 절대적으로 훌륭한 속도감과 완벽하게 통제된 분위기에 동시대적 현실감까지 겸비한, 이 시대에 꼭 들어맞는 사회소설이자 디스토피아 소설이다.
▶ 추천사
종잡을 수 없는 경이로운 소설. 특유의 분위기와 통찰력이 가득한 작품으로, 충격과 절망을 번갈아 선사하는 희극적 리듬은 지금의 삶의 리듬과 너무도 닮아 있다. 그것만으로도 이 소설이 이 빌어먹을 시기에 올해의 책이 되기에 충분하다. NPR
재능 있는 스토리텔러는 우리의 상상력으로 도달할 수 없는 영역까지 우리를 이끌고 간다. 이 소설은 심장이 멎을 만큼 집요하게, 지금이 바로 망가진 세상을 고칠 때라고 이야기한다. 로스앤젤레스 타임스
아주 빠르게 다 읽고 싶으면서 동시에 모든 단어를 음미하며 아주 천천히 읽고 싶어질 것이다. 독창적이고 눈부시게 쓰인 루만 알람의 소설은 불안한 시대에 대한 예언이자 동시대의 응답처럼 느껴진다. 로라 립먼(소설가)
유토피아에 대한 가능성으로 시작해 그 꿈에서 가장 먼 곳까지, 우리의 최악의 공포가 우리를 데려갈 수 있는 한계까지 뻗어나가는 책의 제목으로 ‘세상을 뒤로하고’는 더없이 완벽하다. 진정한 스릴러이면서 이 불안한 시대의 정수를 보여주고 훌륭한 문학성을 지닌 보기 드문 이 소설은 디스토피아 문학의 고전이 될 만하다. 워싱턴 포스트
아포칼립스를 포함해 무엇이든 가능할 것처럼 느껴지는 시대에, 우리가 알고 있는 세상이 어떤 식으로 종말을 맞을지 현실적으로 보여주는 소설. 버즈피드
작가는 노련한 솜씨로 오싹하고 불가해한 디테일을 작품 곳곳에 배치한다. 소설의 기본 전제는 어느 공포영화의 설정이라고 해도 될 법하지만, 작가의 글은 그 비교를 초월하며 실제로 다루는 소재는 훨씬 복잡하다. 이 스릴 넘치는 소설은 최근의 고통스러운 시기에 고립의 공포를 느낀 독자에게 말을 거는 동시에, 훌륭한 책들이 그러듯 독자를 그 공포에서 벗어나게 해준다. 보그
루만 알람의 글은 일상의 아름다움과 공포를 모두 구체적으로 표현한다. 이는 굉장한 재능이며 소설의 마지막까지 작가는 이 재능을 발휘해 굉장한 효과를 거둔다. 한집에 모인 가족들이 경험하는 다양한 감정과 공포, 불확실성과 두려움, 사소한 의심들을 목격하고 그 증인이 된다는 것은 다소나마 위안이 되기도 한다. 세상에 결코 쉬운 해답은 없지만, 불확실성의 한가운데에서 우리에겐 의지할 서로가 존재한다. 보스턴 글로브
이 소설을 읽으면 오늘날의 불안이라는 깊고도 어두운 수영장 속으로 들어가는 것처럼 피부가 따끔거린다. 뉴요커
스펙터클하고 으스스하다. 이 굉장한 사회소설은 너무나 일어날 법한 아포칼립스 세계를 그려내며 인종과 계급, 안전이라는 사치스러운 착각에 대해 날카로운 질문을 던진다. 퍼블리셔스 위클리
인상적인 재능을 발휘해 등장인물들의 머릿속으로 들어간 작가는 부러울 정도로 커다란 공감능력으로 그들의 도덕적 결점과 감정적 한계, 상상력의 실패를 서술한다. 그 결과 서스펜스가 반복되면서 궁극적으로는 쉬운 해답을 주지 않는 이 매혹적인 소설이 탄생했다. 인종, 위험, 도피, 국가적 재난 상황의 파급효과를 다룬 이 작품은 지금 이 순간 딱 읽기 알맞은 작품이다. 커커스 리뷰
인종, 계급, 끝이 다가왔을 때 이 세상이 어떤 모습일지에 대한-그리고 그 모습은 지금 우리가 사는 세상과 전혀 다르지 않을 거라는-아주 특별한 고찰. 록산 게이(작가)
『세상을 뒤로하고』에는 너무나 다양한 것들이 들어 있다-웃기고, 날카로우며, 현대성과 인종, 가족, 집에 대한 통찰을 보여준다. 그러나 그 중심에는 우리 모두가 아는 아포칼립스 세계가 자리한다. 이 시대의 현대성을 집요하게 성찰한다는 것은 몹시 어려운 일이며, 나는 가즈오 이시구로의 『나를 보내지 마』 이후로 이토록 심오한 SF소설을 처음 읽었다. 카먼 마리아 마차도(소설가)
『세상을 뒤로하고』는 아름다운 문장으로 가득하며 감정적으로 공명 가능한 동시에 손에서 땀을 쥐게 한다는 점에서 매우 희소한 작품이다. 제니 오필(소설가)
완벽한 속도로 펼쳐지는 영리하고 잊지 못할 소설. 한숨 돌릴 필요성을 간절하게 느끼면서도 허겁지겁 페이지를 계속 넘기게 된다. 올해 읽은 최고의 책. 카일리 리드(소설가)
루만 알람의 『세상을 뒤로하고』는 트로이의 목마 같은 영리한 소설이자 판도라의 상자다. 이야기의 중심에 있는 가족처럼 우리도 소설 속 세상의 너그러움과 편협함에 완전히 현혹되어 결국 저 너머에 도사리고 있는 더 커다란 어둠에 조금씩 조금씩 가까이 다가가게 된다. 셜리 잭슨 작품과 같은 강한 에너지를 가진 이 소설은 언제 읽어도 무시무시하지만 특히 지금의 현실을 날카롭게 예언해 마지막 페이지가 끝난 뒤에도 마음에서 떠나지 않는다. 메건 애벗(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