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혀진 한국의 명화, 고려불화
숱한 외침과 전란, 그리고 숭유억불의 시대를 거치며 우리의 수많은 불교 문화재가 소실되었고, 20세기에 이르렀을 때 이 땅에 고려불화는 단 한 점도 남아있지 않았다. 고려시대의 불화는 벽화와 경전 변상도 몇 점만이 간신히 남아 있었다. 지금도 현존하는 160여 점의 고려불화는 대부분 일본에서 전해지며, 1960년대까지는 국적마저 잃고 중국의 불화로 오인되어 왔다. 여러 연구자들의 노력으로 고려불화의 국적을 되찾았고, 고려불화는 이제 한국 미술사에서 가장 섬세하고 화려한 면모를 보여주는 명화들로 인정받고 있다.
고려불화를 재해석한 47개의 일러스트레이션 수록
중국과 일본의 불화에서 찾아볼 수 없는 고유한 아름다움을 지닌 고려불화의 조형적 특징을 디자이너의 시선으로 바라보고, 빛바랜 색채를 현대적 일러스트레이션으로 재해석하여 표현하였다. 또한, 고려불화의 도상 속에 담긴 의미와 이야기를 찾아, 수많은 경전과 시, 글과 그림을 조사하였다.
명상과 사색의 시간
고려불화는 때때로 명상과 수행의 매개체가 되기도 했다. 예컨대 고려불화 〈관경십육관변상도〉는 극락정토의 해와 물, 땅과 나무 등 16가지 대상을 떠올리는 명상 수행인 ‘십육관(十六觀)’을 표현한 그림이다. 옛 사람들은 이러한 그림을 통해 명상 수행을 하고 마음의 괴로움을 덜어냈을 것이다. 이 책에 그려진 불교적 의미를 담은 도상 그림들을 바라보며 마음의 휴식을 느낄 수 있기를 바라본다.
박람회에서 받은 관심과 호평
이 책은 2023 서울국제불교박람회에서 한정판으로 공개되어 많은 관심과 호평을 받았고, 이런 호응에 힘입어 정식 출간으로 이어졌다. 책은 견고한 양장 제본으로 엮고 반짝이는 은박을 입혀 고려불화의 아름다움을 반영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