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성경」에 3년 동안 연재되며
독자들에게 성경을 보는 눈을 열어 주었던 글들
2020년, 국내엔 여전히 생소했던 공동선에 대한 입문서인 『하나님의 공동선』이 출간되었다. 신앙이 사유화되어 가는 한국 교회에, 공동체의 유익을 위해 개인의 희생과 헌신을 강요해 온 한국 교회에, 개인의 가치를 존중하면서도 모두를 소중히 여기는 (하나님 나라의 속성인) 공동선의 삶이 회복되기를 바라는 이 책은 출간 후 많은 호평을 받았고, 이듬해에는 “2021 세종도서 교양부문”에 선정되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여기저기서 이 책을 같이 읽는 모임 소식도 들려왔다. 그런 상황은 독자들로 하여금 당시 「매일성경」에 연재되던 저자의 “성경 속 공동선을 찾아서”가 책으로 엮이길 더 기대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이제 3년(2020-2022년) 동안의 연재를 마친 글들이 모여 『성경과 공동선』이라는 책으로 독자들을 찾아왔다. 제목이 암시하듯, 이 책은 공동선의 렌즈로 성경을 읽은 결과물이다. 성경이 삼위 하나님을 드러내는 책이며 그 삼위 하나님은 공동선의 하나님이기에, 하나님의 공동선은 성경의 바탕을 이룰 수밖에 없다. 따라서 공동선의 렌즈로 성경을 살피는 일은 어찌 보면 당연한 과정이고, 그렇게 성경을 읽으면 우리는 성경의 진의를 더 잘 깨닫고 그 진의를 삶에 적용하는 영적 안목을 얻게 될 것이다.
하지만 공동선의 렌즈로 성경을 읽은 결과가 궁금해 책을 열었는데, “언더그라운드 레일로드”, “나와 너, 우리”, “우리가 얼굴을 찾을 때까지”, “인간의 품격”, “니글의 이파리”, “죄와 벌, 그 너머로”, “꽃들에게 희망을”, “인격의 발효” 등 각 장의 제목은 뭔가 성경적이지(?) 않아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들지도 모르겠다. 그것은 저자가 성경 본문에 담긴 공동선 메시지에 고전과 현대의 감각을 입히기 위해 그리스도교 고전, 인문학, 대중문화 등에서 각 장의 제목을 가져왔기 때문이다(이는 독자들에게 공동선을 좀더 친근하게 소개하고 소통하려는 저자의 센스가 돋보이는 대목이다).
지면의 한계상 『성경과 공동선』은 성경 66권을 전부 다루진 못한다. 하지만 저자의 안내에 따라 공동선의 렌즈로 성경 본문을 하나씩 살피다 보면 독자들은 성경의 역사 이면에 도도히 흐르는 광맥이 있음을, 그 광맥이 선하신 삼위 하나님이 사람 안에 지어 주신 선한 마음이라는 것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또한 만물이 하나님의 영광을 비추는 극장 혹은 거울과 같다고 칼뱅이 말했듯이, 만물에 비추인 하나님의 선하신 형상이 ‘홀로 좋음’이 아닌 ‘더불어 좋음’이라는 사실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이처럼 성경의 큰 광맥은 성부, 성자, 성령의 관계가 하나님, 나, 이웃의 관계에 고스란히 반영되는 방식으로 펼쳐진다. 영적인 차원에서 공동선은 하나님이 사람에게 주시는 최고의 선물이며, 사회적인 차원에서도 사람들이 서로 나눌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이다. 따라서 하나님의 공동선은 근본주의, 번영주의, 개인주의에 깊이 매몰되어 있는 우리 각 사람에게 공동체적으로 함께 살아감에 대한 깊은 통찰을 안겨 줄 것이다. 이는 오늘을 사는 그리스도인이 공동선의 렌즈로 성경을 읽어야 할 이유이고, 우리에게 『성경과 공동선』이 필요한 이유다.
저자는 에필로그에서 “성경의 광맥에 도도히 흐르는, 그러면서도 오직 은혜로만 캐낼 수 있는 ‘공동선’의 보화가, 당연하지 않은 하나님의 은혜가 직조한 명품이면서도 꾸밀 필요조차 없는 진품임을 되새기게 되었다”고 고백한다. 이 고백이 책을 읽는 독자 모두에게도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