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자도 시인도 아닌 주술적 예언자

니체는 20세기를 관통하는 철학자였다. 21세기에 이르러서도 가장 많이 읽히는 철학자다. 니체의 글과 철학이 대중들에게 인기를 끄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의 사상은 메시지를 던져주면서도 칸트나 헤겔처럼 딱딱하지 않다는 점이다. 그의 글은 대부분 에세이나 산문시와 같다. 그래서 체계적으로 공부를 하지 않더라도 아무 책, 아무 페이지나 펼쳐 읽어도 이해가 쉽고 얻는 것이 많다.
니체는 철학을 말하고 있지만 그는 철학자가 아니다. 시를 이야기하고 있지만 시인이 아니다. 니체는 무당이다. 그는 주술에 걸린 사람처럼 자기 이야기를 쏟아내고 있고, 세상과 우주에 대해 설파하고 있다. 그는 자기 자랑이 심하고, 철학자가 아닌 예언자처럼 글을 써내라고 가고 있다. 마치 신들린 것처럼.
철학자가 영감에 의한 글쓰기를 본보인 니체의 책은 수많은 저자들의 영감의 원천이었다. 그것은 관습을 뒤흔들고, 새로운 가치를 도입하는 니체의 호소력에서 비롯된다.
니체는 세기말적인 예감으로 20세기 초 유럽 대륙에 찾아올 허무주의를 예언했다. 그래서 이에 대비한 새로운 가치체계가 세워져야 한다고 믿었으며 혼신의 힘을 다해 전통적인 가치를 파괴하지 않으면 안 되었던 것이다. 니체는 기존 가치를 전도하여 새로운 인간상을 만들기를 바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