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 애도를 허(許)하라
선생님과 학생들이 ‘제대로’ 애도할 수 있도록
청소년 사망 원인 1위를 차지하는 자살, 학교 선생님들의 연이은 죽음, 시시때때로 일어나는 사회적 참사까지, 선생님과 학생들이 비극적인 소식에 노출되는 일이 점점 잦아지고 있다. 하지만 슬픔을 드러내 놓고 표현하기 어려워하는 우리 사회의 분위기, 애도법이 폭넓게 공유되지 못한 현실로 인해 선생님과 학생들의 슬픔은 곪아 왔다.
「선생님을 위한 애도 수업」은 학교와 관련된 누군가가 사망했을 때 학교 구성원들이 슬픔을 표현하고 마침내 이겨 낼 수 있게 하는 애도 교육법이 담긴 책이다. 정신 건강 의학과 전문의이자 ‘대안 학교 별’의 교장으로 활동하는 김현수 선생이 학교에서 알아야 할 애도에 관해 이론과 실제를 넘나들며 친절히 설명한다.
필자 김현수는 슬픔을 함께 나누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애도는 남아 있는 사람들이 슬픔을 표현하고 위로받는 계기이며 학교는 교사와 학생들이 혼자 슬픔을 감당하지 않게 하는 애도의 장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애도자의 감정, 애도자를 보살펴야 하는 방법 등을 제시해 교사들이 애도에 관한 기본적인 지식을 갖추고 실제 상황에서 차분히 대처하는 노하우를 쌓게 한다.
함께 지내던 제자나 동료의 죽음 앞에 평정심을 유지할 수 있는 교사는 없을 것이다. 「선생님을 위한 애도 수업」은 혼란스러운 와중에 상황을 수습하며 학생들의 감정 문제까지 감당해야 하는 교사들을 위한 든든한 한 권이 되어 줄 것이다. 학생들을 직접 대면해야 하는 평교사뿐 아니라 관리 감독을 맡은 교사들에게도 두루 권한다.
학교 선생님들의 S.O.S로 탄생한
실용적 애도 가이드
이태원 참사 당시, 교사들은 학생들의 정서적인 충격을 보듬는 방법을 몰라 우왕좌왕했다. 사회적 참사뿐만 아니라 친구나 교사, 하물며 연예인이나 반려동물의 죽음에도 극도로 힘들어하는 학생들을 바라만 봐야 했던 교사들은 현장에서 쓸 수 있는 선제적 애도 자료가 없는 아쉬움을 호소해 왔다.
이런 목소리들이 모여 「선생님을 위한 애도 수업」이 출간되었다. 누군가의 죽음으로 힘들어하는 학생들을 현명히, 건강히 이끌며 애도하고 싶었던 교사들이 김현수 선생에게 도움을 요청했고, 이들에게 개별적으로 정리해 보내던 메일이 모여 원고의 기초가 되었다.
그래서 이 책에는 학교에서 할 수 있는 실용적인 애도 방법이 풍부하게 실렸다. 관리 감독을 맡은 교사들이 해야 하는 행정 업무, 상담 교사나 담임 교사가 신경 써야 할 학생들의 심리 지원, 학생들과 할 수 있는 애도 활동 등 애도 업무를 다각도에서 다루어 교사들이 자신의 담당 업무와 상황에 맞게 참고할 수 있게끔 했다. 더불어 극심한 고통을 호소하는 학생들을 선별하고 돕는 구체적인 방법과 함께 SNS 등으로 번질 수 있는 추가 피해에 대처하는 방법 등도 담겨 있어 이차적인 상황까지 대비할 수 있도록 했다.
선생님, 당신의 애도도 중요합니다
교사들을 향한 공감과 연대
심리적 안정과 치유가 제대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명제는 교사에게도 유효하다. 이 책은 사고를 수습하고 남아 있는 학생들의 감정을 우선시하느라 정작 스스로를 살피는 데는 소홀했던 교사들의 현실에 공감하며 그에 대한 대처로 ‘연대’를 제시한다. 제자를 잃은 동료 교사에게 보내는 몇 마디 위로, 함께 마시는 차 한 잔 같은 작은 연대만으로도 힘들어하는 교사의 고통을 덜어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연대를 실천하길 바라는 마음에서, 동료들의 자살로 충격과 상처를 받은 교사들이 만들고 직접 해 본 활동을 ‘교사를 위한 분노, 애도, 연대의 모임 운영 매뉴얼’로 실었다.
김현수 선생 외에도 「선생님을 위한 애도 수업」에는 세 명의 현장 교사가 참여했다. 이태원 참사가 일어난 다음 날 학생들과 함께한 애도 수업안, 자살을 시도한 학생을 대했던 경험담, 먼저 공부하고 경험한 애도의 필요성과 효과를 독자와 마주 보며 이야기하듯 술회한다.
수많은 소중한 생명이 사라진 다음에야 선생님들이 겪는 고통과 힘듦이 이야기된다. 이 책은 혼자 힘겨워하는 교사가 없도록, 있다 하더라도 공개적으로 도움을 요청할 수 있도록, 도움을 요청한 교사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가 닿을 수 있도록 하는 연대의 실마리가 될 것이다.
[추천사]
슬픈 일을 많이 겪는 세상입니다. 그런데도 애도의 여정을 잘 걷게 해 주는 길잡이는 없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따듯한 마음을 가진 정신 건강 전문가와 현장 교사들의 경험과 지혜가 모여 책으로 나왔습니다. 애도하고자 하는 모든 분께 등불이 될 것입니다. 학교 현장에 계시는 분들뿐 아니라 학부모님의 필독서로 추천합니다.
- 채정호(가톨릭 대학교 서울 성모 병원 정신 건강 의학과 교수, 한국 트라우마 스트레스 학회 창립 회장)
아이가 자살했다는 소식에 담임 선생님은 통곡했습니다. 급히 김현수 선생님에게 연락했습니다. 도와 달라고. 더 많은 사람을 잃고 싶지 않다고. 학교의 책임자로서, 교사로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일러 주셔서 서로를 토닥이며 슬픔을 겪어 낼 수 있었습니다. 이 책, 모든 선생님의 책상에 한 권씩 꽂아 두셔야 합니다.
- 김선옥(서울 효문 고등학교 교감)
학생들이 상실 속에서 한 걸음 나아갈 수 있도록 돕는 선생님들을 위한 듬직한 지침서다. 애도는 잊는 것이 아니라 같이 기억하고 동행하는 것임을 알려 주는 따뜻한 책이다.
- 홍주연(전 한국 상담 대학원 대학교 교수)
이 책은 죽음이나 참사가 일으키는 감정의 파도를 다룰 줄 모르는 우리에게 애도와 치유의 방법을 이야기해 줍니다. 개개인은 물론 공동체의 회복을 다룬 소중한 책입니다.
- 구소희(인천 삼산 초등학교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