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순간의 부주의로 사라져버린 빌리
집사의 끈질긴 추적이 시작된다
2017년 9월, 연남동에 살던 집사는 이사를 하게 되어 부모님 댁에 두 고양이를 하룻밤 맡기러 갔다가 둘째 고양이 빌리를 잃어버린다. 이사 간 동네는 일산이고 부모님 댁은 망원동이라 집사는 그때부터 밤마다 빌리를 찾아 이동장을 들쳐 메고 망원동 으슥한 곳을 살피는 수색 작전을 벌이게 된다. 그렇게 시작된 ‘빌리를 찾아서’는 무려 9개월 넘게 계속되었고 집사는 절망 상태에 빠지기도 한다. 수소문 끝에 화려한 경력의 ‘탐정’을 모셔오고 값비싼 레이저 탐색 장비까지 구매하며, 시간과 돈과 애정을 모두 쏟았으나 빌리의 그림자도 찾을 수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도무지 찾을 수 없을 것 같던 빌리의 흔적을 발견하게 된다. 하지만 집 밖의 ‘자유’를 되찾은 빌리는 집사와 밀당을 하려 한다. 그렇게 시작된 우여곡절! 얼마간의 안타까운 시간이 또 이어지고 집사는 마침내 빌리를 되찾아 새집으로 데려오게 되는데...
집고양이가 집을 나가면 어떻게 될까?
빌리가 낯선 거리에서 살아남은 법
작가에겐 고양이 한 마리를 잃어버린 사건이지만 빌리의 입장에선 한순간 온 세상이 뒤바뀐 사건이었을 것이다. 작가의 관점으로 풀어낸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독자들은 길 잃은 고양이의 행적을 짐작할 수 있다.
빌리가 실종된 다음 날, 인근 주민들은 고양이가 시끄럽게 싸우는 소리에 새벽잠을 깬다. 작가는 부모님께 그 소식을 전해 듣고 빌리가 길고양이들과 대치하는 험악한 상황이었을 거라고 상상한다. 고양이의 세계에서 집고양이는 길고양이보다 서열이 낮다. 그래서 길고양이를 마주치면 달아나느라 실종 지점에서 멀리 벗어날 가능성도 있다. 예측 불가한 상황 속에서 점점 초조해지는 집사의 마음. 길고양이 천국인 망원동에서 빌리가 이탈하지 않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작가는 실종 지점 인근에 고양이 사료를 급여하고, 매일 밤 골목길을 돌며 영역 표시하듯 “빌리야.” 하고 목소리를 남긴다. 돌아다니다 마주친 길고양이들에게는 간식을, 인근 망원시장 상점에는 전단을 건네며 빌리를 잘 봐달라고 부탁한다. 전봇대에 전단을 붙여 제보 전화가 오면 달려가 빌리가 아님을 확인한다. 매일같이 의미 없이 반복되는 수색 작업 같았지만, 사실 빌리는 어김없이 골목길에 맴도는 집사의 목소리와 체취, 그리고 계속해서 제공되는 사료와 물 때문에 붙박이처럼 그곳에 머물 수 있었다.
잃어버린 고양이를 찾아드립니다
도와주세요, 고양이 탐정님!
작가가 빌리를 되찾는 데 큰 도움이 된 존재가 있다. 바로 고양이 탐정이다. 반려동물의 세계에서 활약 중인 이들은 고양이를 잃어버리고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를 때 집사가 의지할 수 있는 유일한 존재가 되기도 한다. 작가는 골든타임을 놓쳤다고 생각하고 갈피를 잡기 힘들어지자 최후의 통첩처럼 한 탐정에게 연락을 취한다. 집사들 사이에서 ‘찐’이라고 정평이 난 김봉규 탐정이다. 작가는 첫 통화에서 경상도 억양에 츤데레 성향을 가진 김봉규 탐정에게 눈물이 쏙 빠지게 혼이 난다. 그런 뒤 김봉규 탐정과 함께 망원동을 수색하며 그의 방대한 고양이 추적 노하우를 배우고, 이후 탐정의 원격 코치를 받으며 혼자 수색을 이어간다. 실종 18일째 되던 날, 드디어 빌리를 발견하기에 이른다. 책의 말미에는 김봉규 탐정님이 알려주는 고양이를 잃어버렸을 때 대응법이 간략히 수록되어 있다.
고양이는 딱 한 뼘 뒤에서 기다리고 있어요
9개월간의 가출을 정리하고 돌아온 빌리
작가가 오랜 기간 수색을 계속할 수 있었던 동력은 빌리를 찾아낼 존재가 세상에 자신밖에 없다는 것이었다. 많은 길고양이가 도로에서 로드킬을 당하거나 배수관, 지하실 등에 갇혀 죽는다. 질병에 걸려 일찍 죽거나 끔찍한 동물 학대를 당하기도 한다. 집사는 그 모든 비극의 가능성 앞에서 수색을 포기할 수 없다. 고양이는 집사의 가족이기 때문이다.
고양이는 행동을 예측할 수 없고 개체별로 성격이 천차만별이다. 야생화가 된 고양이는 집에 있을 때와 전혀 다른 존재이고 모든 사례가 각기 다르기에, 사실 고양이를 찾는 방법에는 정해진 공식이나 법칙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양이는 집사가 손닿을 거리 딱 한 뼘 뒤에서 기다리고 있다. 가장 구석진 세상의 끝에 숨어서, 오로지 집사만이 거기까지 찾으러 와주길 바라면서 말이다. 작가가 거리에서 빌리를 처음 발견한 뒤 집으로 데려오기까지 3개의 계절이 지나갔다. 예측 불가한 존재인 고양이는 한순간의 실수로 눈앞에서 순식간에 사라져 버릴 수 있으나, 고양이는 집사의 두려움과 외로움을 먹으며 집으로 돌아올 용기를 낸다. 따라서 잃어버린 고양이를 되찾는 단 하나의 방법이 있다면 그것은 집사의 인내일 것이다.
빌리는 결국 집사의 품으로 돌아왔고, 그 덕에 이 이야기가 탄생할 수 있었다. 독자들은 똥꼬발랄한 빌리의 신나는 외출 여정을 함께하며, 반려동물을 키우는 집사라면 꼭 알아야 할 고양이의 또 다른 습성과 고양이를 잃어버렸을 때 집사의 대처법을 익힐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