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로 인해 만남과 이동의 제한 등 다양한 어려움 속에서 사는 곳을 불문하고 서로 소통하고 마음을 다독이는 방법의 하나가 바로 문학이 아닐까?
한국과 몽골 중증장애시인들이 문학으로 소통하며 마음을 연 시집, 아시아장애인공동시집 다섯 번째, 한국-몽골편,「내 심장의 반쪽」이 바로 그것이다.
한국과 몽골 중증장애시인 6명의 작품 80편이 한국어와 몽골어로 수록되었으며 불교와 문화예술이 있는 모임, ‘보리수아래’에서 엮었다.
한국의 장애시인 김영관, 윤정열, 홍현승, 최명숙, 몽골의 장애시인 조릭트 바트호익, 푸레우수렝 바야르치맥 등이 일상의 삶과 경험을 써내려간 주옥 같은 시들이 실렸으며 자신과 세상을 향한 희망의 메시지들이 담겼다.
발간의 인사에서 최명숙 대표는 다음과 같이 책 발간의 의미를 밝히고 있다
「‘세상은 힘드니까 고통스럽다’고도 말할 수 있지만, ‘힘들어도 즐겁다’는 이치를 깨닫습니다. 좋은 시로 교류하는 일도 이와 같을 것입니다. 두 나라 시인들이 어느 누구도 알 수 없는 작가로서의 기쁨을 느끼기를....」
또한 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의 방귀희 대표는 축하의 인사에서 다음과 같이 작가들의 작품에 대한 희망을 말하고 있다.
「창작활동은 감정의 경험을 통한 영감에서 비롯됩니다. 순간순간의 영감을 통해 만들어지는 여러분의 작품이 쌓이고 쌓여 더 많은 이들에게 희망이 될 것입니다. 문학의 힘으로 바다를 건너, 마음을 건너, 대륙을 지나 마음이 힘들고 어려운 이들을 품을 것입니다.」
시인들의 작품을 살펴보면 다양한 시세계를 엿볼 수 있다.
ㆍ몽골시인 푸레우수렝 바야르치맥의 시, 〈어미영혼 〉 마지막 단락
「사랑스러운 아기 주근깨에서 우유 향기 나는/명랑한 자식들은 행복하길 / 사랑스러운 / 아이를 껴안은 / 모든 산모들이 편안하길 / 아버지의 사랑으로 감싸줄 / 황금 나라는 평화롭기를 바라며/은빛 나는 하얀 먼지가 되어/아침에 뜨는 태양에 스며들었다」
이 시에는 가족을 향한 작가의 마음이 온화하면서도 의지가 강하게 표현되어 있다.
ㆍ몽골시인 조릭트 바트호익의 시 〈마음과 눈빛 속에 품고 싶다〉 끝 부분
「내 아름다운 미소를 가진 예쁜이 / 너의 생각 속에 눈처럼 쌓여도 / 발이 시리도록 밟고 계속 밟아라 / 얼어 죽을 정도 느낌을 주는 그 추위를 사랑이라고 한다 / 너의 기억 속에 나는 나뭇잎처럼 널려 있어도 / 몸이 따뜻해질 때까지 손에 쥐어서 입을 맞춰라/ 날이 붉어진 그때 너를 떠나기 전까지 참고 또 참으면서 / 아픈 그 고통을 사랑이라고 할 것이다」
시인은 시에서 추위와 고통을 견디는 것을 사랑에 비유해 사랑하는 것이 달콤하지만은 않음을 역설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ㆍ한국시인들의 시도 몽골시인들과의 공감되는 부분이 있고 시적 감성, 시의 구조와 주제 등에서 눈에 띄는 작품들이 있다.
김영관 시인의 시, 〈평범하게〉 첫부분에서 시인은 시를 통해 장애로 인해 다른 모습으로 살아가는 마음을 그대로 표현하고 있다. 반복법을 사용해 강조하고 있다.
「평범하게 남들 만큼만 사는 게 / 그게 내게 제일 큰꿈이 돼버렸다/ 남들처럼 걷고 / 남들처럼 말하고 / 남들처럼 행동하고 / 남들처럼 / 남들처럼/ 남들처럼」
또한 윤정열 시인은 대화 형식의 시,〈저녁별〉을 통해 아름다운 감성을 나타내고 있다. 친구에 대한 그리움이 묻어나도록 하고 있다.
「별을 쳐다보면 생각나는 친구야/너는 내게 말했지/건강할 때 너랑 눈 덮인 / 킬리만자로에 못 가본 것이 /아니 킬리만자로가 아니라 눈 쌓인 북한산 한번 못 가본 것이/이리도 한이 될 줄은 미처 몰랐노라며 눈물을 그렁거리던 모습이 떠올라」
최명숙 시인은 여행을 통한 시상을 표현하고 있다. 여기에 실린 시들은 사람이 사는 풍경을 그릴 수 있는 작품들이다. 〈들꽃의 편지 〉〈하동가는 길〉〈눈오는 마을〉 등이 그렇다.
그리고 홍현승 시인은 따뜻하면서 냉철하게 세상을 바라보는 시들이 많다.
시 〈속아버린 생일〉 두 번째 단락
「지난 금요일/좋아하는 가수 공연에서/그녀의 미발매곡을 들었다/속아서/힘듦에 속아서 세상을 등지려고 했고/그리움에 속아서/세상을 등지려고 했다는/담담한 고백에/그날 밤, /침대에서 뜬 눈으로 몸을 뒤척였다」
이 책에 참여한 작가들은 각자 작가로서 작품을 내고 등단을 하여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시인들이다. 한편 시인들은 장애로 인한 삶의 어려운 상황 속에 놓여 있음도 부정할 수 없다. 하지만 그들은 자신의 삶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며 희망을 놓지 않고 문화예술의 교류로 서로 위로하는 아름다운 모습을 만들었다. 그래서 마음이 따뜻해지는 시집이다.
문화체육관광부와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에서 후원한 이번 시집의 발간은 장애인들의 재능 개발 및 예술 활동 지원은 물론 아시아국가 장애인들과 한국장애인들 간에 국제교류의 장을 만들어주고 한국장애인들의 활동을 아시아국가에 알리는 계기를 만들고 있다.
2017년에 미얀마, 2018년에는 베트남, 2020년 일본, 2021년 인도네시아 장애시인들과 공동시집을 냈으며, 이번이 다섯 번째다. 장애계에서도 유일한 장애시인 국제 교류라 그 의미가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