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후가 누구냐. 역시 강원도냐?”
살아남기 위한 양지의 선택
양지에서 수상한 움직임을 포착한 호주는 강산의 도움으로 열쇠를 받아 숲속 깊은 곳 출입 금지 구역 안으로 들어간다. 그곳에는 사람을 실은 것으로 보이는 수레를 끌고 들어가는 양지 사람들이 있었고, 그 모습을 본 호주는 선원에게 달려들어 상황을 설명할 것을 요구한다. 갑작스럽게 양지로 돌아와 좋을 대로만 보고 있는 호주에게 살아남기 위한 선택이었다며 그간의 일을 토로하기 시작하는데….
| 리뷰
“우린 살아남기 위해 결단을 내렸을 뿐이야!”
약자의 방식으로 만들어낸 새로운 흐름
2020년 네이버웹툰 최강자전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한《물위의 우리》가 단행본으로 재탄생했다. 포스트 아포칼립스 장르로 해수면이 상승한 세상, 물 위에 갇힌 인류의 이야기를 그려낸 작품으로 정식 연재 이후 마니아 층을 생성하며 인기를 얻고 있다. 2022년 진행한 단행본 제작 펀딩은 오픈 하루 만에 목표 금액의 1000%를 훌쩍 넘으며 인기를 입증하였다.
《물위의 우리》는 포스트 아포칼립스 장르지만 호주의 딸 별이의 시점이 주가 되는 장면에선 힐링을 안겨 주는 매력이 있다. 별이의 귀여움과 순수함은《물위의 우리》장르를 잊게 만들 정도로 사랑스럽다. 하지만 어른들의 시점이 주가 되는 장면에선 살아남기 위해 잔인하고 잔혹해질 수밖에 없는 모습이 드러난다. 한 작품 안에 순수함과 잔혹함이 공존하고, 한 컷 만으로도 작품 분위기와 내용을 돌변하게 해 독자들이 긴장을 놓을 수 없게 하는 것. 이런 반전 요소는 독자들을 사로잡는 강렬한 매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작품 초반에는 호주와 한별이 잠실을 떠나 양지에 적응하는 일상적인 이야기로 시작하고, 회차가 진행될수록 무겁고 자극적인 이야기들이 드러나는데 뱁새 작가의 탄탄한 플롯 아래 이 요소들의 균형이 잘 맞춰져 있다. 적절한 때에 긴장감을 주고, 독자들에게 의문을 던져준 후 적당한 때에 힌트를 주고, 적재적소에 사건 배치를 해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로 독자들을 이끌어 가고 있다. 이미 재앙을 맞이한 세계에서 인류가 어떤 재앙을 다시 불러일으키게 될지, 작가가 끝에 전하고자 하는 것은 어떤 것인지 기대하지 않을 수 없는 작품이다.
뱁새 작가의 스토리를 빛내주는 왈패 작가의 작화 또한 이목을 끈다. 선화가 살아 있는 그림체는 작품 속 배경 묘사에서 진가를 발휘한다. 물 속에 잠긴 건물이나 삭은 구조물, 마을 속 숲 등 스쳐 지나갈 법한 배경에도 디테일한 부분까지 세밀하게 그려낸 덕분에 작품 속 세상이 실제인 것 같은 생생한 현장감을 준다. 여기에 영화의 한 장면을 보고 있는 듯한 연출까지 더해져 시각적으로 풍부한 볼거리를 전해준다.
스토리부터 연출까지 놓칠 것이 없는 작품, 긴장을 늦출 수 없는 작품, 생각할 거리를 주는 작품을 찾고 싶다면《물위의 우리》를 통해 재난을 맞이한 세상에서 살아남은 인류의 이야기를 한번 읽어 보시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