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막 교사가 된 동료 선생님들,
내 아이를 이해하고 싶은 어른들을 위한,
오늘도 아이들과 발맞추려 노력하는 15년 차 초등교사의 성장 기록
“선생님은 커서 뭐가 되고 싶으세요?”
“응? 선생님은 벌써 다 컸는데?”
장래 희망을 조사하던 날, 자기 꿈을 적다 말고 문득 도현이가 물었다. 선생님은 이미 선생님이 되었는데 또 무엇이 되어야 할까?
이 책의 1부에는 아이들의 기발하고 참신한 생각이 등장한다. 여기에 선생님은 자주 허를 찔린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저마다의 경험을 쌓는다. 그렇게 누적된 경험으로 어떤 일이든 척척 해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제 막 세상에 나온 아이들이 던지는 질문은 우리가 쌓은 경험치를 흔든다. 우리는 왜 싫은 일에 싫다고 말하지 못하고, 새로운 도전을 피하기에 급급하고, 다른 사람의 작은 실수에도 화를 낼까? 점심 배식을 받을 때 당당히 조금만 달라고 얘기하는 이경이, 다른 친구들만큼 헤엄을 잘 치지 못하지만 끝까지 노력하는 준서와 정윤이, 친구의 작은 실수를 ‘그럴 수 있지’라는 말로 포용하는 규현이 이야기를 통해 그간 우리가 최선이라고 생각했던 삶의 방식이 최선이 아닐 수도 있다는 물음을 함께 던질 수 있을 것이다.
실수하는 선생님, 선생님의 실수에서 용기를 얻는 아이들
“선생님, 진짜 실패해도 괜찮은 거 맞죠?”
2부에서는 선생님의 부족한 모습에서 아이들이 용기를 얻고, 그 모습을 보며 다시 자신감을 얻는 선생님의 일화가 등장한다. 저자는 경력 많은 초등교사지만, 체육에 소질이 없었기에 아이들에게 모범 답안을 보이지 못한다. 하지만 잘하지 못하는 선생님의 모습에서 아이들은 오히려 용기를 얻고, 평소 몸을 잘 쓰지 못해 위축되어 있던 체육 시간에도 자신 있게 임하게 되었다.
며칠 전에 저자의 학교로 전학 온 보람이는 과거 몸을 잘 쓰지 못한다는 이유로 체육 시간에 놀림 받은 기억이 있었고, 체육 시간 자체에 거부감을 느끼고 있었다. 하지만 선생님이 불완전한 자세로 시범 보이는 모습을 보며, 잘 못하거나 실패해도 괜찮다는 자신감을 얻었다. 우리는 우리의 부족한 면모가 남에게 드러나지 않을까 늘 경계한다. 하지만 우리의 부족한 모습을 있는 그대로 당당하게 보일 때, 누군가는 그 모습에 용기를 얻는다. 동시에 우리 역시 감추려고만 했던 우리 일부를 앞으로 당당하게 긍정할 용기를 얻는다. 아이들 앞에서 실수 연발인 선생님의 일화를 통해 우리는 오히려 용기를 얻고 위로받는 경험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빗속으로 아이를 더 내몰 수도, 우산을 받쳐 줄 수도 있는 사람
어른의 역할은 무엇일까?
3부에서 저자는 순수함으로 어른들에게 가르침을 주는 아이들이 그 모습을 오래도록 간직했으면 하는 마음을 드러낸다. 그래서 아이들과 진정성 있게 소통하고, 발맞춰 걸으려는 노력을 보인다. 최근 교권 침해 이슈가 날마다 쏟아지고 있다. 어른들이 서로를 향한 신뢰를 잃고 저마다의 입장에서 잘잘못을 따지는 동안, 교실의 아이들은 부정적인 영향만 받게 된다. 이미 장래 희망을 조사할 때 “부모님이 선생님이라는 직업은 힘드니까 고르지 말라고 하셨어요”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과연 이런 상황에서 어른들이 맡아야 할 역할은 무엇일까?
저자 손지은은 여전히 교실에서 희망을 본다. 순수한 모습으로 어른들에게 배울 점을 주는 아이들이 오순도순 모이는 교실. 언제든지 교실 밖으로 튕겨 나갈 것만 같은 선생님을 반갑게 불러 직접 만든 달고나, 한정판 스티커 같은 자신의 가장 소중한 것을 거리낌 없이 주는 아이들. 저자는 여기서 위로받고 다시 희망을 찾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