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주 평범한 사랑 이야기
사람은 사랑을 하며 살아갑니다. 사랑을 하면 행복해지니까요.
사랑을 하는데 그 상대가 꼭 사람일 필요는 없습니다. 동물일 수도, 물건일 수도, 혹은 세상에 없는 상상 속 대상일 수도 있습니다. 마음을 주어 사랑한다는 건, 내가 아끼는 마음이고 그로 인해 스스로 행복해지는 것을 뜻합니다.
주리 아줌마는 마을에서 떨어진 외딴집에서 혼자 살았습니다. 주리 아줌마는 사랑하고 싶었고, 그래서 행복한 마음을 얻기 위해 뜨개 아이를 만들었지요.
“포근한 실처럼 다정한 아이가 되면 좋겠어. 누구에게나 언제라도 따뜻하게 손 내미는 사랑이 많은 아이가 되면 좋겠어. 나도 듬뿍 사랑을 줄게. 우리가 함께하면 정말 행복할 거야. 넌 아주 특별한 아이란다. 그럼, 그럼.”
- 본문 8쪽
〈뜨개 아이 다정이〉는 사랑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세상에 태어난다는 것은 무얼 의미할까요? 누군가로부터 사랑을 받았다는 것도 있지만, 누군가를 사랑하기 위함이기도 합니다. 작가는 태어나는 모든 생명은 서로가 사랑을 주고받으며 행복해지기 위해 노력한다는 것을, 뜨개 아이 다정이를 통해 말하고 있습니다.
● 폭력 앞에 나는 어떤 모습인가요?
다정이는 사람과 다릅니다. 뜨개질로 태어난 ‘뜨개 아이’니까요. 하지만 그것이 차별받아야 하고 괴롭힘을 당해야 하는 이유가 될 수는 없지요.
〈뜨개 아이 다정이〉는 뜨개질한 인형이 학교에 갔다는 판타지 설정을 통해 아이들의 섬뜩한 폭력을 적나라하게 보여줍니다. 자신들의 모습과 다르다는 이유로 다정이를 멀리하는 아이들. 그중에 몇몇 아이가 적대감을 드러내 보입니다. 하지만 그들을 말리는 친구는 아무도 없지요. 선생님도 살뜰히 살피기보다는 그저 방관할 뿐입니다.
다정이가 아줌마에게 달려갔어요.
“아이들 못 봤어요? 모두 숨어서 제가 찾아야 하거든요.”
아줌마가 주변을 휘 둘러보더니 다시 다정이를 보았어요.
“괜찮아? 아프진 않았어?”
아줌마는 다정이 몸에 묻은 먼지를 툭툭 털더니 손을 맞잡았어요.
“집에 가자.”
- 본문 38쪽
물리적으로 괴롭히는 것만이 폭력일까요. 다정이를 혼자 두는 것, 모른 체하는 그 모습 또한 다정이에게는 큰 상처가 될 수 있습니다.
배인주 작가는 〈뜨개 아이 다정이〉 속 인물들을 통해 독자에게 질문합니다. 잘못된 폭력 앞에 너는 어떤 모습을 할 것인지를요. 더불어 내가 만약 다정이라면 어떻게 행동하는 게 좋을지를 생각하게 하지요. 누구나 다정이가 될 수 있고, 괴롭히는 사람, 모른 체하는 사람이 될 수 있습니다. 〈뜨개 아이 다정이〉는 다양한 위치에서 나는 어떤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지를 생각하게 만듭니다.
● 번지고 번지는 마음을 표현한 수채화
〈뜨개 아이 다정이〉 속 그림은 수채화입니다. 물의 농도를 달리하면서 번짐 효과를 이용해 그림을 그렸지요.
다정이가 초록빛 자연 속에 있을 때를 보면 다정이와 자연물 사이에 물감의 번짐이 확연하게 보입니다. 하지만 다정이가 학교에 가서 아이들과 지낼 때는 늘 따로 떨어진 상태이지요. 서로 간에 스며드는 번짐이 없습니다.
이야기가 흘러 다정이가 친구들을 위해 희생하고, 마침내 아이들이 다정이에 대한 마음의 문을 열었을 때를 보세요. 손을 맞잡은 아이들과 다정이 뒤로 알록달록한 배경이 서로에게 스며들고 있습니다.
〈뜨개 아이 다정이〉를 그린 김고둥 작가는 이야기를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를 깊이 고민했습니다. 그리고 사랑이란 마음이 상대에게 스며드는 것임을, 물감이 번지는 수채화 기법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시각적으로 풀어냈지요. 〈뜨개 아이 다정이〉는 이야기를 풀어내는 문장의 맛은 물론, 그림 기법이 주는 재미도 느낄 수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