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위 1%가 전 세계 부의 99%를 차지!
전 지구적 불균형에 대해 왜 의문을 품지 않는가?
민주주의 원칙이 삭제된 교육은 수동적 시민을 만든다
사람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시리얼을 골라서 사기도 하고, 여러 리얼리티 쇼를 시청하기도 한다. 정기적으로 한정된 후보자 명단을 보면서 투표하기도 하며, 대통령의 트위터에 접근할 수도 있다. 그런데 이것이 우리가 민주주의 속에서 살고 있다는 것을 증명할 수 있을까?
인종학, 세계시민교육 등 20여 년간 교육학을 연구해 온 폴 카와 지나 테세는 전 세계적으로 부의 불평등이 커져 가고, 지구 한편에서는 여전히 전쟁이 벌어지고, 세상의 절반이 굶주리고 있는 현실에도 불구하고 주류 정치, 경제, 문화는 이러한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으며, 민주주의 원칙이 삭제되어 가면서 경제적 이익이 통치의 중심이 되는 이코노크라시로 변질되고 있는 현실을 지적한다. 또한 사회에서 일어나는 모든 불평등과 부정의가 교육에서도 똑같이 발생하며, 민주적 채널을 통한 해결 방안이 제대로 준비되어 있지 않다고 지적한다.
신자유주의와 자본주의의 기치 아래, 스스로 자신의 가치를 만들어 내지 못하는 개인은 자연히 뒤떨어질 수밖에 없고, 더 노력한 개인이 부를 가진다는 자기 계발식 교육은 사회구조에 저항하거나 비판하지 않는 수동적 시민을 만들어 낸다. 수동적 시민이란 적극적이고 민주적으로 시민사회에 참여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을 뿐만 아니라, 선진 자본주의가 가진 파괴적이고 억압적인 문화를 완벽하게 정상적인 것으로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고, 자신의 불행에 대해 (대체로 자기 자신인) 억압받는 자들을 비난하는 시민을 의미한다.
폴 카와 지나 테세는 민주주의에 대한 헤게모니적인 개념을 능숙하게 문제화하고 민주주의 정치적 중심성과 글로벌 경제 세력이 어떻게 전 세계적으로 민주적 삶을 위험에 빠트렸는가를 집요하게 탐구한다. 학교와 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민주주의의 탈을 쓰고 민주주의를 저해하는 행위들에 대해 비판적으로 들여다보고 있다.
민주주의는 결과가 아니라 과정이다!
비판적 시민성을 위한 민주주의 교육의 필요성
신자유주의와 기업이 주도해서 만들어 내는 커리큘럼의 소용돌이 속에서 참여적이고, 비판적이며, 변혁적이고, 민주적인 교육은 가능할까? 학교와 사회 안에 있는 억압적인 정치와 관행을 타파할 유일한 해결책은 비판적 민주주의 교육을 지속적으로 실천하는 것이라고 두 저자는 강조한다.
비판적 민주주의 교육, 즉 민주주의를 위한 교육이란 학생들이 스스로 더욱더 목소리를 내고 참여하고 연대하는 교실 환경을 누릴 수 있도록 교육학적이고 정치적인 토대를 발전시키는 것이다. 이때 참여는 경제 기반 의미가 아니라 사회정의를 기반으로 하는 교육적 참여를 의미한다. 해방적 교실 환경 안에서 학생들은 민주적으로 육성하는 교육 문화가 형성되는 조건이자 권한을 부여받은 역사의 주체로서, 공동체 안에서 풍부한 정보를 가진 적극적인 시민으로서 개별적이면서도 집단적인 존재라고 스스로 인식하게 된다.
두 저자는 10여 년 동안 10여 개국, 5,000명이 넘는 교생, 교사, 지역사회, 활동가 등이 참여한 민주주의, 정치적 문해력 및 변혁 교육 연구 프로젝트(DPLTE, 2012~2015)와 지구적으로 실천하는 민주주의 연구 프로젝트(GDDRP, 2008~2015)를 통해 개념적이고 이론적인 모델을 만들어 냈다. 이것을 통해 ‘사회정의를 대체로 무시하고 소극적으로 다뤄 온 현행 신자유주의적이고, 헤게모니적인 개혁 모델에 대한 대안으로서”의 교육학, 커리큘럼, 교육정책, 제도문화, 인식론, 리더십 등과 관련해 구체적인 세부 사항들을 제시한다.
우리가 경험한 민주주의는 누구를 위한 것인가
민주주의에 대한 잘못된 8가지 신화
이 책에는 마르크스의 허위의식, 그람시의 헤게모니, 부르디외의 상징 폭력, 파농의 인지부조화, 포스트먼의 엔터테인먼트와 스펙터클로서의 뉴스, 아산테의 아프리카 중심성, 콜린스의 교차성, 훅스의 사랑 등 몇몇 중요한 이론가들을 소개한다. 또한 학교와 사회의 민주화를 심각하게 방해하는 민주주의에 관한 검증되지 않은 주요 여덟 가지 신화들을 파헤친다. 아래 열거한 신화들은 점차 신뢰하지 못하게 되어 버린 선거제도를 통해 만들어진 이해하기 힘든 망상에 관한 것이다. 이런 민주주의가 존재하는 이유와 작동하는 방식, 그리고 외견상 아무런 비판적 질문도 받지 않으면서 많은 사람에게 커다란 고통과 소외, 그리고 절망을 안겨 주면서도 널리 퍼지고 수용되는 원인과 방식을 들여다본다.
#신화 1 규범적 민주주의만이 유일한 (정당한) 민주주의다
#신화 2 투표하지 않는 것은 이탈을 의미한다.
#신화 3 민주주의는 권력관계에 대한 것이 아니다
#신화 4 민주주의는 자본주의를 반드시 포함해야 한다
#신화 5 “열심히 일하라”, 그러면 당신은 성공할 것이다
#신화 6 민주주의는 불평등과 화합 가능하다
#신화 7 (규범적) 민주주의는 전파 가능하다
#신화 8 민주주의는 과정이 아니다
“나를 두렵게 하는 것은 교육이 아니라 교육자입니다”
교사의 깊은 사랑을 바탕으로 한 민주주의 교육
이 책의 원제는 “나를 두렵게 하는 것은 교육이 아니라 교육자입니다”이다. 다소 시니컬하게 느껴지지만, 결국 좋은 교육자가 되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한 문장이다. 두 저자에게 지대한 영향을 끼친 것은 프레이리의 비판 교육학이다. 사망하기 며칠 전 파울루 프레이리는 다음과 같은 말을 남겼다.
“나는 사랑 없는 교육은 전혀 생각할 수 없었으며, 이것이 내가 교육자인 이유이며, 무엇보다 사랑을 느끼기 때문이다.”
이 책 전체에서 감지되는 사랑은 학생과 교사가 상호 존중하는 감각이나 교실에서 개방적이고 솔직하게 참여할 수 있는 자유를 경험하지 못하도록 방해해 온 제도적 장벽과 사회적 조롱의 영향에 학생들이 공개적으로 개입할 수 있는 길을 열어 주면서 억압에 대한 분노와 저항에 기름을 끼얹는 힘이기도 하다. 대화의 기회가 없다면, 학생들은 비판적 의식과 사회적 힘을 결코 키울 수 없는 권위주의적이고 초개인주의적인 책임성과 능력주의 담론의 늪에 쉽게 빠져 버리고 말 것이다.
피터 맥라렌은 추천사에서 이 책이 가진 가장 강력한 힘은 “자본주의 금권정치에 맞선 민주적 대안을 위해 중단없는 투쟁”을 해 나가고 있다는 것이며,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다양한 폭정에 직면하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코 뿌리 뽑힐 수 없는 희망의 불꽃으로 빛나는 책”이라고 평했다. 두 저자는 한국어판 서문을 통해 “교육을 뒷받침하는 교육자들이 민주주의 발전에 중심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고, “교육자들의 집단적이거나 개별적인 행동, 성향, 제스처 그리고 학생(그리고 사회)과 소통하고 이해하고 연대하려는 의지야말로 교육 프로젝트의 핵심”이라고 강조한다. 언제든 본격적인 파시즘으로 몰락할 수 있는 위협 속에서 교육에 담긴 민주주의의 잠재력을 위한 희망을 제시하는 책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