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에 발목 잡힌 형사반장
50대의 홀아비 형사반장 에를렌두르. 아내와는 오래전에 이혼하여 연락도 없이 지내고 있고, 알코올중독인 아들은 치료센터를 들락거리고 있다. 마약중독으로 아이를 잃은 경험이 있는 말썽쟁이 딸은 가끔 아버지를 찾아와 삶의 고통을 호소한다. 그 역시 어린 시절 가족에 얽힌 기억과 죄의식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의식 저 밑바닥 속에 상처를 꼭꼭 밀어놓은 채, 평탄하지도 않고 행복할 수도 없으며 결코 의지대로 되어주지도 않는 인생을 채워가고 있다. 세상이 모두 들떠 있는 크리스마스 시즌이지만 크리스마스는 행복한 사람들을 위한 명절일 뿐이다. 고통 속에서 사는 이들에게 그것은 그저 또 하나의 피하고 싶은 날에 지나지 않는다.
그런 그 앞에 또 하나의 살인 사건이 던져졌다.
#산타가 살해되다
북유럽의 조용한 섬나라 아이슬란드, 인구의 절반 이상이 모여 사는 아름다운 수도 레이캬비크, 크리스마스 시즌을 맞아 번잡하고 분주한 레이캬비크의 최고급 호텔에서 살인 사건이 발생했다. 죽은 사람은 이곳에서 20년 이상 일해 온 호텔의 도어맨으로, 그는 그날 밤 직원 가족을 위한 크리스마스 파티에서 산타 역할을 하기로 되어 있었다. 그러나 그는 더 이상 초라할 수 없는 좁디좁은 지하실의 자기 방에서, 산타 옷을 입은 채 처참하게 살해되고 말았다.
#도어맨 또는 천상의 목소리
에를렌두르 형사반장은 동료들을 데리고 호텔에서 수사를 시작했다. 하지만 처음부터 벽에 부딪쳤다. 수십 년을 일한 직장이건만 호텔 내부에는 산타 옷을 입은 채 살해당한 도어맨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사람이 없었다. 그에게는 친구도, 애인도 없었다. 오랫동안 연락을 끊고 지낸 가족들도 그의 죽음에 대해 철저하게 무관심하고 냉담했다. 그는 완전하게 외톨이였다. 경찰은 이런 그에 대한 정보를 수상쩍은 영국인 관광객에게서 얻게 된다. 음반수집가인 그를 통해, 살해당한 도어맨이 어린 시절 천상의 목소리로 세상의 주목을 받던 유명한 보이 소프라노였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사건은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된다.
#아름답고 조용한 나라에서 벌어지는 살인 사건
총기사고 같은 강력범죄가 일어나지 않는 조용한 나라, 종종 ‘세상에서 가장 살고 싶은 나라’로 뽑힐 만큼 아름답고 안전한 사회, 더구나 전체 인구가 30만 명 정도인 작은 나라를 추리소설의 배경으로 삼는 것에 대해 작가는 고민이 많았다고 한다. 그러나 엽기적인 행태의 초강력 범죄만이 추리소설의 소재가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아름답고 조용한 나라에서 벌어지는 추리물이라 하여 재미와 현실감이 덜하지 않음을 작가 아날두르 인드리다손은 여실히 증명해 보이고 있다. 그는 기이한 소재와 긴박한 구성, 그리고 시니컬한 블랙유머로 영미권과 구별되는 북유럽 특유의 추리소설을 선보이면서, 자신의 다음 작품을 기다리지 않을 수 없도록 독자들을 중독시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