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린 시절의 추억이 녹아 있는 음식, 소울푸드
그 속에는 내가 사는 지역의 역사와 문화, 사람 이야기가 있다
‘소울푸드’는 그 고장에서 나는 식재료를 그들 방식으로 조리해 먹되, 지역민 모두가 공유하면서 즐거이 상식(常食)하는 음식으로 정의된다. 주로 푸드 마일리지(식품이 생산지에서 소비자의 식탁에 오르기까지 이동하는 거리)가 짧고 지역의 식재료로 조리하는 향토음식이 그러하다. 부산의 대표적인 소울푸드로는 돼지국밥, 밀면을 꼽을 수 있다. 통영의 볼락, 김해의 뒷고기, 울산 고래고기, 창녕의 붕어밥상, 밀양 보리밥, 언양 소머리국밥, 함안·의령·합천의 장터국밥 등 지역의 식재료와 조리법 등으로 만들어 그 지역 사람들이 사랑하는 소울푸드가 있다.
1장 ‘소울푸드, 지친 몸과 마음을 위로하다’에는 고된 하루를 보내고 저절로 찾게 되는 푸근한 음식을 담았다. 부산 대부분의 시장에서는 멸치, 밴댕이 육수에 무심하게 면을 숭덩숭덩 썰어 넣은 시장칼국수를 만날 수 있다. 부산 시장칼국수는 시간이 지나며 비빔칼국수, 해물칼국수, 콩칼국수, 팥칼국수, 짜장칼국수(칼짜장)로 다양화되었다. 해물칼국수는 해산물이 풍부한 지역을 특성을 반영하고, 칼짜장은 부산에 정착한 화교 사회에 영향을 받았으며, 팥칼국수는 부산의 산업화 과정에서 전라도 출신의 노동 인력이 대거 부산에 정착하면서 형성된 음식이다. 이처럼 시장칼국수 하나에도 지역의 문화와 역사가 담겨 있다. 생선과 해초를 넣고 끓여낸 부산의 김칫국, 시장의 허름한 백반집에서 맛보는 시락국, 추억의 주전부리 고구마 빼때기, 하루의 고단함도 씻어주는 김해의 뒷고기 한판 등 투박하지만 정겨운 그 맛은 삶에 지친 우리를 위로한다.
2장 ‘소울푸드, 몸과 마음을 따뜻하게 녹이다’에서는 한국인이 사랑하는 소울푸드, ‘국밥’을 찾아 떠난다. 각 지역마다 그곳에서만 맛볼 수 있는 특별한 국밥이 있다. 경상도식 소고기국밥은 고춧가루로 벌겋게 끓여내는 국물이 특징이다. 한때 큰 쇠전이 열렸던 함안의 ‘한우 국밥촌’, 의령의 ‘소고기국밥 골목’, 합천의 ‘삼가 한우거리’에 소고기국밥 노포가 있다. 최원준 작가는 서부 경남의 유명한 장터 국밥을 따라가며 얼큰하고 뜨끈한 맛이 일품인 경상도식 국밥을 소개한다. 그 외에도 경남 고성의 ‘총쟁이국밥’, 언양 ‘소머리국밥’, 창녕 ‘붕어곰탕’, 통영 사람들의 애정을 한 몸에 받는 ‘쑤기미탕’과 ‘도톨복국’ 등 각 지역의 특색 있는 국밥은 가벼운 호주머니로도 언제든 든든하게 배를 채울 수 있는 불변의 소울푸드이다.
▶ 맛있는 음식을 찾는 맛집 기행이 아니라
음식 속에 담긴 사람과 이야기를 찾아가는 ‘탐식 기행’
저자는 모든 지역을 직접 다니며 지역의 음식에 담긴 이야기를 현지 주민에게 듣고 기록하는 작업을 지속해오고 있다. 그러한 그의 작업은 ‘맛있는 음식’을 찾아다니는 것이 아니라 음식을 통해 ‘그 지역의 문화’를 ‘탐구’하는 것이다. 이러한 탐식 기행을 통해 그 지역의 역사와 생활문화, 지리적 특성과 그 지역 사람들의 기질까지도 알리고자 한다. 넓은 단위에서 같은 지역권으로 인식되는 부산·경남 지역은 비슷한 기후와 지리적 특성, 제철 식재료의 공유, 장류와 양념, 조리법의 유사성 등 음식의 공통점이 많이 발견된다. 그러면서도 각각의 지역은 그들만의 독특한 조리법과 먹는 방식으로 그곳만의 음식을 만들어낸다. 이번 책 『탐식 기행, 소울푸드를 만나다』는 그러한 특징을 지닌 부산·경남 지역의 음식을 다양하게 담아냈다.
3장 ‘소울푸드, 바다와 강이 차려낸 식탁’에서는 다양한 수산 식재료로 만든 음식들을 만날 수 있다. 통영 멍게, 섬진강 벚굴, 서낙동강 하구 갯벌에서 채취한 조개, 통영 욕지도의 싱싱한 활고등어회 등 익숙한 수산물부터 기장 까시리, 영도 곰피, 낙동강 갱갱이젓, 거제 씸벙게, 남해 앵아리, 을숙도 밀기 등 조금은 생소한 식재료도 만날 수 있다. 최원준 작가가 부산·경남의 바다와 강을 샅샅이 누비며 찾아낸 독특한 수산 식재료와 음식들이 소개된다.
4장 ‘소울푸드, 싱그러운 봄날의 식탁’에는 그 계절에만 맛볼 수 있는 제철 식재료, 특히 따뜻한 봄날에 만날 수 있는 봄나물 음식을 수록했다. 흑돼지구이도 조연으로 만드는 지리산의 봄나물, 기장의 아낙들이 직접 기르고 뜯은 푸새와 남새로 차려낸 구첩밥상, 가난한 시절의 소중하고 고마운 음식 밀양 보리밥, 해풍을 맞아 맛이 더욱 달고 순한 기장 쪽파 등 웅크렸던 몸과 마음을 파릇하게 일깨울 다채로운 봄나물 식탁을 만나보자.
최원준 작가는 ‘음식은 시대를 담는 그릇’이라고 말한다. 그 시대의 음식과 음식 재료, 음식 문화로 그 시대를 읽어낼 수 있고 ‘음식의 사회학’ 또한 파악할 수 있다는 것이다. 『탐식 기행, 소울푸드를 만나다』에 담아낸 흔하고 소소한 식재료로 만든 투박한 음식을 통해 우리가 살아가는 지역의 풍습과 생활상, 오랫동안 그곳을 지켜온 사람들의 이야기도 만나보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