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랜트 엔지니어링은 우리 삶과
어떤 관련이 있을까
플랜트는 우리가 쓰는 작은 생필품부터 전기나 석유, 가스 같은 에너지까지 생산하는 공장을 말한다. 이 플랜트를 만드는 플랜트 엔지니어링은 많은 사람이 잘 모르는 분야이다. 하지만 플랜트에서 생산된 물건을 하루 종일 쓰고 있는 만큼 플랜트 엔지니어링은 우리 일상과 아주 밀접한 관련이 있다. 더욱이 우리나라 주요 수출 품목이라는 사실도 의미가 있다.
하나의 플랜트는 수십 개의 장치로 구성되고, 이 장치들로 시스템을 구성하여 운영된다. 플랜트 자체도 낯선데, 플랜트 엔지니어링에 쓰이는 장치와 시스템의 원리를 일반인이 이해하기란 아주 어려워 보인다. 수학과 공학을 종합적으로 활용하는 분야이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그런데 플랜트 엔지니어링에 쓰이는 장치나 시스템의 원리가 일상에서 쓰는 다양한 제품의 작동 원리와 비슷하다는 것을 안다면 좀 더 친숙하게 느껴질 것이다. 이러한 예는 생활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필수 가전제품인 냉장고와 에어컨의 작동 원리는 플랜트 시설에서 어떻게 활용될까?
냉장고와 에어컨은 냉매를 압축해 각각 냉장고 내부 온도와 실내 온도를 낮춰준다. 플랜트에서도 냉매를 이용한 냉각 장치인 열교환기로 필요한 물질들을 냉각한다. 다양한 물질을 분리하거나 서로 반응시키는 과정에서 열을 가하거나 열이 발생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럼 세탁기의 탈수 기능은 플랜트에 어떻게 활용될까?
세탁기는 세탁물을 탈수할 때 원통을 회전시켜 강력한 원심력을 만들어 빨래의 물을 제거한다. 원심력은 원운동을 하는 물체에 작용하는, 원의 바깥으로 나아가려는 힘이다. 플랜트에서는 이 원심력을 이용하는 원심분리기 장치로 액체 혹은 기체가 섞여 있는 여러 혼합물을 분리한다.
가정용 정수기의 정수 원리도 플랜트 시설에서 활용될 수 있을까? 물론이다.
가정용 정수기는 역삼투압 원리를 이용해 수돗물을 정수한다. 정수기 내부에 역삼투막을 세워두고 압력을 가해 물 분자만 한쪽으로 분리해 깨끗한 물을 만들 수 있다. 오염된 하수를 처리하는 수처리 플랜트나 바닷물을 담수로 바꾸어 공급하는 담수 플랜트에서도 정수기의 이러한 역삼투압 원리를 적용해 깨끗한 물을 생산한다.
이렇게 가정에서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냉장고와 에어컨, 세탁기, 정수기 같은 물건의 작동 원리가 사실 플랜트에서 쓰는 핵심 장치의 원리와 비슷하다.
박정호 저자는 전작 《처음 읽는 플랜트 엔지니어링 이야기》에서 플랜트의 대중화를 위해 플랜트 전반에 대해 폭넓게 집필했다. 이번 《우리는 이미 플랜트 엔지니어링을 알고 있다》에서는 실제 생활과 관련 있는 여러 예시를 들며 플랜트의 설계, 장치와 시스템 하나하나를 상세하게 다룬다. 플랜트 엔지니어링에 별 관심이 없던 일반 독자도 흥미를 가지고 자세히 알아갈 수 있는 심화 편이라고 할 수 있다.
플랜트 엔지니어링의 시작이자 출발점,
개념 설계
《우리는 이미 플랜트 엔지니어링을 알고 있다》에서는 생활 속 익숙한 사례를 들어 플랜트 엔지니어링의 ‘개념 설계’ 과정을 훑어본다. 저자가 플랜트와 일상제품의 연관성을 공들여 설명한 것은 결국 플랜트 엔지니어링에서 개념 설계가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개념 설계란 플랜트의 기본적인 개념을 설계하는 단계로, 간단히 말하자면 플랜트에 들어가는 것과 나오는 것을 정한 다음 나오는 것이 제대로 나올 수 있도록 필요한 장치를 조합해 시스템을 구성하는 큰 그림이다. 다시 말해 개념 설계는 플랜트 엔지니어링의 시작이자 출발점이다. 개념 설계가 되어야만 이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 있는지, 시장 가능성 등은 어떠한지 등을 검토하고 그다음 설계 과정을 진행할 수 있다.
개념 설계에는 플랜트의 핵심 장치 그리고 장치가 통합적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하는 전체 시스템의 원리가 녹아 있다. 개념 설계를 이루는 이 원리들은 앞서 소개한 우리 일상 속에서 늘 접하는 과학현상의 원리들이다. 따라서 개념 설계의 과정을 살펴보면, 플랜트가 우리 삶과 어떻게 연관되어 있는지 그리고 거대하고 복잡한 플랜트를 어떻게 구현할 수 있는지 좀 더 쉽게 알 수 있다. 플랜트 엔지니어링을 처음 접하는 사람도 개념 설계를 알면 자연스럽게 플랜트 엔지니어링을 이해할 수 있다. 개념 설계는 플랜트와 친숙해지는 첫걸음인 셈이다.
생각보다 친절한 플랜트 엔지니어링 이야기
《우리는 이미 플랜트 엔지니어링을 알고 있다》는 크게 3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 ‘플랜트 엔지니어링의 시작과 끝, 개념 설계’에서는 플랜트 엔지니어링을 개념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내용을 다룬다. 거대한 플랜트를 건설할 때 가장 첫 단계인 개념 설계를 잘해야 플랜트의 목적에 맞게 제대로 된 장치와 시스템을 구성하고 선정할 수 있다. 이러한 개념 설계에 대해 전체적으로 살펴본다.
2부 ‘개념으로 이해하는 플랜트 엔지니어링-장치’에서는, 생활에서 접하는 물건과 현상을 살펴보면서 플랜트를 구성하는 각종 장치의 작동 원리와 사례, 플랜트에 적용할 때 고려할 점과 주의점을 다룬다. 플랜트 장치와 시스템이 어떤 원리로 작동하고, 플랜트 엔지니어링에서 어떻게 적용되는지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3부 ‘개념으로 이해하는 플랜트 엔지니어링-시스템과 운영 관리’에서도 역시 생활 속 사례를 들며 플랜트의 다양한 장치를 어떻게 해야 거대한 플랜트로 구현할 수 있는지 전체 시스템 측면에서 살펴보았으며, 플랜트 설계부터 건설까지 어떻게 운영하고 관리를 해야 하는지도 함께 다룬다. 이러한 플랜트 엔지니어링의 전반에 대해 글로 설명하는 데 그치지 않고, 독자가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플랜트 장치와 시스템의 구조, 작동 원리를 그림과 함께 설명하고 있다.
《우리는 이미 플랜트 엔지니어링을 알고 있다》는 전공자와 업계 종사자뿐만 아니라, 플랜트 엔지니어링이 낯설고 나와 상관없다고 느꼈던 사람들에게 흥미롭고 친절한 플랜트 엔지니어링 개론서가 되어줄 것이다. 더 나아가 플랜트 엔지니어링 분야는 물론이고, 과학이나 공학 분야 전반에도 좀 더 관심을 가지고 쉽게 다가가는 계기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