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댈러웨이 부인』부터 『반지의 제왕』까지, 광활하고 무한한 세계문학의 지도 안에서
어느 비교문학자가 지어 올린 단 한 권의 도서관
전 세계를 뒤덮었던 전염병의 시대, 많은 이들이 각자의 방식으로 고립을 견디는 동안 한 학자는 꿋꿋이 이런 책을 써냈다. “한 권의 책이 언제 우리의 인생을 바꿀 경험을 만들어 줄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한 작품을 가장 깊게 이해하는 방법은 그 작가의 모든 작품을 읽는 것이다”라고 말하는 저자 데이비드 댐로쉬는 비교문학계의 저명한 석학이자 동시에 상상 이상의 애서가인 본인의 취향과 시선, 탐독에 기반한 연구 결과들을 이 책에 고스란히 담아냈다. 전 세계를 배경으로 한 다양한 사회적ㆍ문화적ㆍ역사적 주제들을 오로지 문학이라는 예술로 연결 짓기 위해 문학사상 영원히 빛날 클래식한 고전들과 현시점 가장 주목받는 작가들의 작품들을 선정했다.
이 화려한 리스트에는 성서를 비롯한 아득한 고전들은 물론 오르한 파묵, 월레 소잉카, 모옌, 올가 토카르추크 등 다수의 노벨문학상 수상자들의 작품과 함께 동서양을 넘어선 (우리에겐) 제3세계의 발음조차 낯선 이름을 가진 작가들의 초면이지만 강렬한 작품들도 포함된다. ‘일반 독자를 대상으로 한 세계문학 비평서’를 쓰겠다는 저자의 뚜렷하고 순수한 목표로 인해 순문학뿐만 아니라 탐정 소설, 판타지 소설, 아동용 동화까지 함께하는 이 세계문학 여행은 버지니아 울프로 시작해 J.R.R. 톨킨으로 마무리된다.
“모든 책을 완독한 그와의 대화는 내겐 항상 큰 즐거움이었다”
“오랫동안 전 세계 독자들을 사로잡아온 책들과 떠나는 지적인 여행”
“문학만이 가진 세계를 하나로 연결하는 힘에 대한 찬가”
저자는 오늘날의 세계문학이라는 막막하리만치 방대한 영역을 체계화하기 위해, 해당 작품들을 두 가지 영역에서 분석한다. 작가들이 겪은 개인적인 경험과 살아낸 삶이라는 실존하는 세계와, 이들이 자신의 인생에 형태와 의미를 부여할 수 있게 해준 창작의 세계라는 두 가지 영역을 동시에 탐구한다. 여든 권의 책과 여든 명의 작가들은 서로 영향을 주고받고, 자주 비평하고 때론 논쟁하고 종종 비난하면서, 서로의 책을 자국의 언어로 번역하기도 한다.
저자가 이 책을 쓴 배경이 되었던 전염병이라는 주제는 이미 수백 년 전 보카치오의『데카메론』에서 그 면면과 파장이 다뤄진 바 있다. 토머스 모어는 『유토피아』에서 창조한 자신만의 이상향으로 사회적 불평등 심화라는 현시점에도 충분히 적용 가능한 사회 문제에 맞섰고, 살만 루슈디는 소설이라는 형태로 종교의 정치화라는 화두를 분석했다. 천 년 전 무라사키 시키부부터 오늘날의 마거릿 애트우드까지 책 속의 수많은 여자 주인공들이 투쟁해야 했던 가부장적 구조를 비롯해, 제국주의와 식민지 시대의 여파, 세계대전 이후 여전히 남아 있는 내전의 상흔들에 이르기까지 현대 인류사에서 오래도록 논의되어온 문제들에 대한 신선한 관점들을 문학의 힘을 빌려 제시한다.
여든 권의 책과 여든 명의 작가들 외에도 세계문학사의 굵직한 이름들이 숱하게 언급되며, 지역별 역사와 사회상을 꼼꼼히 반영한 원고는 다소 낯선 만큼 읽는 이를 집중하게 만든다. 아직 국내에 번역조차 되지 않은 먼 나라의 생경한 이야기들도 각자만의 스토리텔링의 매력으로 기어이 독자를 책장 앞으로 다시 끌어다 앉힌다. 파편화된 현시대, 아무도 ‘왜’ 세계문학을 읽어야 하느냐는 원론적인 질문을 던지지 않지만, 그에 대해 저자가 평생에 걸쳐 파헤친 답변들을 들려준다. 동시에 오늘날 세계문학의 지도는 어떤 형태인지, 작가들은 삶의 혼돈을 어떻게 예술의 아름다움으로 승화하는지, 국경을 넘어서는 걸작은 어떤 단어와 문장들로 독자에게 말을 거는지, 이 모든 질문에 답하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