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기후위기, 식량위기, 경제위기, 안보위기 등 온갖 위기와 난제가 넘쳐난다. 무엇하나 무시할 수 없을 만큼 중요한데, 이렇다 할 해결책은 보이지 않는다. 이러한 국가 간의 대립과 긴장감, 자원의 부족과 한계는 다름 아닌 대륙적ㆍ육지적 사고에서 기인한 것이다.
우리는 육지의 관점에서 사고하는 데 익숙하다. 점차 육지가 바다에 잠겨 삶의 공간이 사라지는 것만 걱정하지, 해양의 변화나 메커니즘까지 생각이 미치지 않는다. 거의 모든 자원과 에너지가 고갈된 육지를 더욱 쥐어짜는 데 골몰하면서도 지구의 71%를 차지하는 해양을 중요하게 여기고 호혜적으로 이용할 꿈을 꾸지 않는다. 그러나 이제 더 이상 대륙은 인류를 보듬을 여지가 없다.
인류가 살아가고 있는 지구는 해양이 71%를 차지하고 있는 ‘푸른 행성’이다. 해양은 여전히 가능성을 품고 있다. 육지에서 해양적 관점으로의 대전환이 필요한 이유다. 해양이야말로 인류가 먹고, 쉬고, 즐길 수 있는 모든 것을 한없이 무상으로 내어준다. 인간은 해양과의 관계 속에서 삶과 생명, 풍요와 번영을 얻을 수 있다.
또한 해양은 인간 사회를 이해하는 방법과 교훈, 무한한 지혜와 올바른 자세를 제공한다. 해양성은 변화무쌍함에서 비롯된 다원성과 도전 정신, 유동성에 따른 자유와 포용, 통합의 정신이자, 미지에 대한 창조성과 혁신 정신 등이다. 이러한 성질은 위태롭게 격변하는 현대 사회에 꼭 필요한 시대 정신이자 자질이다.
고착, 폐쇄, 권위, 질서, 규율을 원리로 하는 ‘육지적 사고’를 넘어선 유동, 열림, 자율, 창의, 창조적 파괴를 존중하는 ‘해양적 사고’로의 전환은 국가 간 경쟁심화, 자원고갈, 기후위기 등 현재 인류 앞에 벽처럼 자리한 거대한 난제를 극복해 나갈 열쇠가 되어줄 것이다. 이 책은 해양으로의 인식 전환과, 해양의 가치를 이해하고 활용ㆍ공존하기 위한 방안으로서 새로운 ‘해양인문학’을 제시한다.
“인간은 해양과의 관계 속에서 삶과 생명, 풍요와 번영을 얻을 수 있었다. 해양이 지닌 유동성, 완전성, 안정성, 일관성, 하향성은 갈등과 대립보다는 평화와 안정, 조화와 협력에 기여해 왔다. 그래서 해양은 곧 포용이요, 치유요, 살림이다.”
(본문 중, 214쪽)
해양의 관점에서 다시 생각하는 인류 문명
그 속에서 발견한 ‘해양의 가치와 미래’
현 국립해양박물관장이자 한국해양대학교에서 30년 가까이 봉직해오고 있는 저자는 인류가 해양과 관계 맺으며 일구어 왔던 인류 문명의 궤적을 다채롭고 깊이 있게 보여준다.
해양에 대한 호기심과 실천(탐험, 항해, 수중고고학)으로 인류의 생존 영역과 인식 지평은 대륙 너머는 물론 극지, 심해까지 확장되었다. 해양친화적 의식과 활동은 유물이나 유적, 해양민속, 해녀문화 등의 형태로 면면히 전승되었고, 해양 의식과 정신은 문학, 음악, 미술, 영화 등 예술로 발현되어 인류 문명의 경지를 한층 더 끌어올렸다. 해양 문화가 오늘날 하나의 거대한 문화력의 원천으로 여겨지는 것은, 이렇듯 인류 문명에 깊숙이 관여해온 ‘해양의 무한한 잠재력과 가치’ 덕분이다. 저서는 이러한 해양의 가치를 발견하고 활용하기 위해 우리에게 내재된 해양 DNA를 일깨우는 것과, 문화적·가치적 관점에서의 해양경영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21세기는 해양의 시대이자 신(新)해양의 세기다. 해양을 근간으로 한 자원, 관광, 레저, 문화 등 해양산업의 중요도는 점점 커질 것이며, 국가의 해양경영 역량에 따라 세계 질서가 재편될 것이다. 이러한 전망과 함께 저자는 ‘해양의 지속가능 발전 모색과 친해성 관련 교육 및 연구’를 강조한다. 또한 궁극적으로 ‘과학과 인문학’이 공동으로 모색되어야만 진정한 ‘해양문화학’이 탄생할 수 있다고 역설한다.
해양은 인류의 오래된 미래다. 우리는 다시 해양으로 돌아가야 한다. 해양으로의 온전한 회귀를 위해서는 ‘바다를 아는 노력’이 필요하다. 해양과 관련한 역사, 예술, 과학, 산업 등을 총망라해 해양에 대한 통합적인 사고를 제시하는 이 책은, 세계의 흐름을 읽고 다가올 미래를 준비하기 위한 명확하면서도 구체적인 시각을 제공해줄 것이다.
“새로운 ‘해양인문학’을 대망한다. 과학 기술과 인문학이 서로 배제되거나 소외되지 않고 화해(和解)롭게 어우러진 새로운 해양연구가 친해성(親海性) 교육으로 연결되어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해양인문학 건설에 기여할 수 있는 여지가 탄생할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해양의 세기에 걸맞은 진정한 해양문화력이지 않을까!”
(본문 중, 18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