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김훈, 정신과 의사 나종호, 배우 문소리, 작가 하미나 추천
이태원 참사 1주기,
사회적 참사는 개인에게 어떤 흔적을 남기는가
우리는 이 참사를 어떻게 기억하고 해석해야 하는가
2022년 10월 29일 이태원에서 159명이 목숨을 잃었다. ‘10.29 이태원 참사’라 불리는 이 일이 일어난 지 1년이 됐다. 그날 그곳에서 많은 것을 몸으로 겪고 목격한 사람, 김초롱은 이태원 참사 생존자다. 서울 한복판에서 수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은 그날 이후, 김초롱의 세상은 뒤집혔다. 그가 참사 직후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린 글 “선생님, 제가 참사 생존자인가요?”에는 그 뒤집힌 세상에 관한 이야기가 실려 있다. 그 글은 수많은 사람의 손에서 손으로 이어지며 누적 조회수 50만 회를 훌쩍 넘겼고, 중앙 일간지와 인터넷 매체에 정식 연재되어 그보다 더 많은 사람에게 알려졌다.
김초롱 작가가 지난 연재 내용을 기반으로 완전히 새로 쓴 글을 모아 책 《제가 참사 생존자인가요》를 출간했다. 이 책은 김초롱이 10.29 이태원 참사 1주기를 맞아 아무것도 변하지 않은 세상을 향해 내는 목소리다. 책에는 참사 현장에서 가까스로 살아남은 사람이 본 것들, 사회적 참사를 맞닥뜨린 한 개인에게 찾아온 트라우마의 형태와 그것을 극복하려 애쓴 흔적들이 담겨 있다.
김초롱은 자신의 고통을 ‘자원화’하여 쓴 이 책으로 사회적 참사가 개인의 삶을 어떻게 무너뜨리는지 증언한다. 또 참사 이후 이어진 ‘놀러 가서 죽은 것’이라는 비난의 목소리, ‘근본 없는 귀신 축제’라는 낙인 찍기 등 2차 가해 등을 온몸으로 목격하며 개인의 고통에 사회가 어떻게 반응해야 하는지, 인간성을 잃지 않는 사회란 무엇인지 질문을 던진다. 이 지극히 개인적인 기록이, 사회적 기록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재난 참사의 모든 진실은 피해자 쪽에 저장되어 있다. (…)
개념화하거나 타자화하거나 정치화하지 않고,
피해자의 고통을 경청하고 공감하는 것이 비극에 접근하는 입구다.”
- 김훈, 소설가
“이 기록은 (…) 참사를 겪은 우리 모두의, 집단의 기록이다”
- 문소리, 배우
2022년 10월 29일 토요일, 서울특별시 용산구 이태원동 해밀턴 호텔 서편 좁은 골목. 대한민국 역사상 최악이자 최대 규모의 압사 참사가 발생했다. 이 참사로 159명이 사망했고, 300여 명이 다쳤다.
그날 그곳에서 많은 것을 몸으로 겪고 목격한 사람, 김초롱은 이태원 참사 생존자다. 서울 한복판에서 수많은 사람이 운명을 달리한 그날 이후, 김초롱의 세상은 뒤집히고 무너졌다. 김초롱은 당시 상황과 목격한 것들, 생존자로서 상담을 받으며 겪은 심리 변화를 다룬 글을 온라인 커뮤니티에 게재했다. 그 글에 “이태원에서 보고 느낀 것뿐 아니라 처참히 무너진” 자신의 세계에 관한 이야기를 토해내듯 썼다. 글은 수많은 사람의 손에서 손으로 이어지며 누적 조회 수 50만 회를 훌쩍 넘겼고, 총 댓글 수 1283개가 달리며 큰 화제를 모았다. 언론사에서 취재와 인터뷰 요청도 쏟아졌다. 공중파에 글이 소개되기도 했다. 결국, 그 글은 어느 일간지와 인터넷 뉴스 매체에 정식 연재로 이어져 더 많은 사람에게 읽혔다. 그 글의 제목이 “선생님, 제가 참사 생존자인가요?”다.
김초롱 작가가 지난 연재 내용을 기반으로 완전히 새로 쓴 글을 모아 책 《제가 참사 생존자인가요》를 출간했다. 이 책은 김초롱이 이태원 참사 1주기를 맞아 아무것도 변하지 않은 세상을 향해 내는 목소리다. 책에는 참사 현장에서 가까스로 살아남은 사람이 본 것들, 사회적 참사를 맞닥뜨린 한 개인에게 찾아온 트라우마의 형태와 그것을 극복하려 애쓴 흔적들이 담겨 있다.
김초롱은 참사 직후 트라우마 상담을 지원하던 한국심리학회에 전화를 걸어 심리 상담사에게 묻는다. ‘현장에는 있었지만 몸이 다치지도 않았고, 가족이나 친구를 잃은 것도 아닌’ 자신이 ‘생존자’일 수 있느냐고. 상담사는 대답한다. ‘그 일을 겪고도 아직 모르겠느냐’고, ‘참사를 뉴스에서 보고 간접적으로 겪은 우리 모두가 생존자나 다름없으며, 그걸 가까이서 직접 겪은 당신이 더 힘든 건 당연하다’고. 그런 의미에서 ‘제가 참사 생존자인가요’는 어쩌면 김초롱이 우리를 대신해 던진 질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김초롱은 자신의 고통을 ‘자원화’하여 쓴 이 책으로 사회적 참사가 개인의 삶을 어떻게 무너뜨리는지 증언한다. 또 참사 이후 이어진 ‘놀러 가서 죽은 것’이라는 비난의 목소리, ‘이태원은 위험한 곳, 핼러윈은 근본 없는 귀신 축제’라는 낙인찍기 등 2차 가해를 온몸으로 겪으며 재난 참사에 노출된 개인의 고통에 사회가 어떻게 반응해야 하는지, 인간성을 잃지 않는 사회란 무엇인지 질문을 던진다.
‘마음이 힘들 때 속에 담아둔 말을 적어보라’는 심리 상담사의 조언에 오로지 자기 자신을 구하기 위해 써내려간 연재 글은 당시 수많은 사람에게 참사의 진실을 알렸다. 뿐만 아니라 참사를 간접적으로 겪은 (넓은 의미의) 생존자인 우리에게 깊은 위로와 성찰의 기회를 안겼다. 고통은 현재진행형이다. 여전히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인지’ 해석되지 못한 그날의 이야기를 담은 이 지극히 개인적인 기록은, 이태원에 두고 온 수많은 김초롱들을 구하기 위해 다시 손을 내민다. 이 책이 개인을 넘어 사회의 기록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